2009년의 태양이 떠올랐다. 새해를 맞는 설렘과 기대보다 저성장, 수출 감소, 실업, 가계위축 등으로 혹독한 경제위기가 몰아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의 세계적인 경기불황은 예고편에 불과했고, 올해 초부터 쓰러지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뉴스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런 경제 위난의 시대에는 “기업이 구세주다. 어려운 기업을 살피는 배려가 필요하다”라고 쓴 사설(<중앙일보> 1월 1일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생산 라인에 불을 지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업이 있기에 고용이 창출되고 경제활동이 지속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고장 기업인 타이거월드의 발전에 힘을 실어주고자 만든 주부들의 모임 타사모가 기업인을 만났다. 12년 동안 법정관리 상태를 겪으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세계적인 스포츠 기업으로 키워낸 주식회사 낫소스포츠 이태영(48) 사장.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의 대표 기업을 넘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데는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경제 한파로 모두가 위축되고 있는 요즘, 그런 기업가의 정신을 본받아 희망을 나누고 싶은 취지로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12월 26일)에 실시하는 2008년 12월 금요대화 손님으로 초대했다.
‘부천 시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 강연을 하기 위해 들어선 이 사장은 한 눈에 패기가 느껴졌다. 그는 “움츠린 몸부터 풀자며 두꺼운 외투를 벗어 던지자”고 주문했다. 1971년 작은 공 하나로 시작해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스포츠 대표 브랜드가 된 낫소는 500만불 수출탑까지 기록했지만 92년 부도를 맞게 된다. 그는 93년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뛰어들었다. 주인 잃은 집처럼 흉흉했던 당시 공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 보여주었다.
그는 회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도 100% 된다며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다.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출근해 궂은일을 자처하며 백방으로 뛰었다. 사장의 솔선수범에 직원들도 회사 살리기에 동참했다. 각고의 노력으로 긴 법정관리의 터널에서 벗어났지만, 경기도 부천에 소재했던 공장을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숙사에서 공장까지의 거리가 5분인데도 자가용을 이용하는 직원들 때문에 주자창 문제가 심각했어요. 또 불량품도 문제였어요. 테니스볼에 불량품이 쏟아지는 거예요. 원인을 알아본 결과 직원들이 장갑을 끼고 일을 해서 그런 것으로 나타났지요. 여직원들이 손톱의 매니큐어가 지워질까봐 장갑을 끼고 해야겠대요.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급기야 인도네시아로 공장을 옮겼더니 35%대였던 불량률이 0.2%대로 확 줄어들었습니다. 인건비도 문제였어요. 우리나라에서 주는 1명의 인건비로 인도네시아에는 7명을 줄 수가 있답니다.”
국내 기업 여건상 제조업의 어려움을 토로한 그는 불가피하게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했지만 실질적인 업무의 근거지는 낫소의 모토가 되었던 부천에 두고 있다. 일년의 반 이상을 외국에서 생활한다는 이 사장은 서울로 본사를 옮기면 여러 모로 편리하겠지만, 향토기업으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부천시생활체육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이 사장은 여러 공식적인 모임에 갈 기회가 있으면 꼭 학생들 관련 모임에 우선적으로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꿈나무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 또 혹독한 시련기를 겪어보았기에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
“술 한 잔 덜 먹으면 독거노인들에게 돌아갈 빵이 몇 봉지라는 생각에 술도 못 먹겠어요. 빵 한 봉지, 음료수 한 병을 받아들고 좋아하시던 어르신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살려야 합니다. 아무런 죄 없는 아이들이 숨쉬기조차 힘들어 하던 모습 또한 생생합니다.”
스포츠와 레저를 통해 건강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그는 사장이라는 명함을 건네기까지는 평직원으로 보일 만큼 동안(童顔)이지만, 월급의 많은 부분을 자동차 할부금으로 사용해 버리는 신세대 직원들의 씀씀이를 꼬집었다. 5분 정도의 거리를 굳이 차로 이동하는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단다.
타사모 손선화씨는 “기업인의 패기가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부도를 맞았지만 의연하게 대처해 큰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 사장의 뚝심을 보며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런 기업들이 외국으로 가지 않고 국내에 머무를 수 있는 기업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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