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 해고 비정규직 복직 등을 요구하며 지난 12월 24일부터 70m 굴뚝에서 고공 농성중인 두 노동자에게 음식과 방한복 등 물품 전달이 차단되자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이 2일 관할 울산동부경찰서장과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으로 꾸려진 대책위는 2일 오전 11시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울산지방경찰청은 울산동부경찰서에, 동부경찰서는 현대중공업 핑계를 대며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의한 공권력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70m 상공에서 농성중인 두 노동자의 생명 안전이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고발장을 접수하기에 앞서 2일 오전 11시 울산지방검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지방경찰청장과 울산동부경찰서장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위험발생의 방지)와 제7조(위험방지를 위한 출입)에 의해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죄로 고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고된 현대미포조선 비정규직 30명이 대법원 판결 후에도 복직되지 않으면서 노동계의 투신과 고공 농성 등 사태가 이어지자 울산지역 16개 노동 시민 정당 단체는 '산재은폐∙현장통제 분쇄 및 용인기업 대법원 판결이행을 위한 이홍우 동지 투쟁 지원대책위'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고발장에서 '투신-천막농성 및 강제 철거-고공농성' 등 지난 과정을 설명하면서 "평화롭게 진행중이던 피켓팅이나 플래카드 시위마저 못하게 해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며 "굴뚝은 바닷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영하의 추위에 10일 가량 이르면서 저체온증 위험성이 매우 커져 밤에 수면을 취할 수도 없는 극악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각장 관리자인 현대중공업은 음식물 및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침낭 등 최소한의 물품 반입을 원천적으로 방해하고 있어 농성자들이 며칠째 음식물 섭취를 전혀 못하고 있다"며 "피고발인은 고공 농성이 시작된 지 10여일이 지났음에도 어떠한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으며,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음식물 공급도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또 "피고발인의 직무유기를 정당화할 이유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며 "오히려 국민의 봉사자로서 엄정중립의 법집행을 지켜야 함에도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 등 거대 재벌의 눈치만 살피면서 법이 부여한 최소한의 직무도 방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국가의 존재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이를 통해 존엄과 가치, 자유와 인권을 실현하는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경찰관인 피고발인들이 이러한 직무를 방기해 국민의 한사람인 농성자들이 죽음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 울산본부도 2일 오후 2시 울산동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공 농성자들에게 11일째 음식물이 차단되고 특히 최근 4일동안 모든 물품이 전혀 지급되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 즉시 인도적 물품을 반입하지 않으면 반인권행위로 국가인권위·국제인권연맹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어 "동부경찰서의 미온적 대처와 인도적 지원마저 거부함에 따라 우리는 끈을 내려 음식반입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현대중공업 경비들은 물품을 탈취해 갔고, 경찰은 현대중공업 경비들의 불법적인 사외진출과 폭력행위를 사전에 제지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현대중공업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물품도 전달하지 못하고, 예견된 경비들의 폭력을 방치한 것은 국민의 행복 안녕을 지켜야할 직분을 지키지 못한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울산민노총은 또한 "국제축구연맹에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실질적 소유주인 정몽준 의원 규탄서한 발송, 포털싸이트 및 유튜브에 반인권 행위 규탄 동영상 배포, 국제노동단체에 정부 및 정몽준 의원에 대한 항의서한 발송 요청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국 및 전세계 양심적 인사와 단체들의 동참을 호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