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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에 손가락질 당하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철부지 때 낳은 자식 품에 안고 키워보려고 떠났는데, 다시 품에 안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지난 성탄절을 앞두고 출국했던 인도네시아인 토니의 말이었습니다.

자신의 말처럼 토니는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았던 철부지 시절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처가에서 키워야 했습니다. 학생 신분으로 아이를 낳은 탓에 부양 능력이 없었던 토니는 학교를 졸업하고 달리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토니의 이주노동은 1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서야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지냈던 10년은 슬픔만 남긴 세월이 됐습니다. 아들이 뺑소니 오토바이에 치여 생사를 가늠할 수 없다는 기별을 받고 귀국했지만, 결국 아들이 눈을 감았기 때문입니다.
병상에 누워있는 토니 출입국 단속으로 다리를 다쳤던 당시 모습
병상에 누워있는 토니출입국 단속으로 다리를 다쳤던 당시 모습 ⓒ 고기복

뼈 으스러지고 발바닥 벗겨지고... 그래도 못 돌아간 까닭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떠날 때는, 길어야 3년이고 눈 딱 감고 모질게 맘 먹으면 아들 녀석 뒷바라지는 할 수 있겠거니 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IMF를 겪던 한국에서 처음 3년은 출국 전에 들인 돈을 갚는데도 빠듯했습니다. 돈을 모을 만하기 시작하니까, 약정했던 체류기한이 차고 말았습니다. 결국 연수생 때부터 일하던 회사에서 권한 불법체류를 받아들였습니다.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토니는 여러 사건을 겪기도 했습니다. 2005년엔 출입국 단속을 피하다 왼쪽 복숭아뼈 아래가 으스러지고 오른발을 삐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 당시 발바닥이 20㎝ 정도 벗겨졌는데, 응급처치가 늦어 지방 성분을 제거해야 했습니다. 회복된 뒤에도 토니는 운동을 하는 데 상당한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2006년 초에는 신장결석 때문에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수술도 게다가 토니의 콩팥은 서있는 모양의 기형이어서 여러 병원을 거친 후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사실 토니는 2005년도에 사고를 당한 뒤 퇴직금을 받고 귀국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지급하겠다는 각서만 써주고 계속 미루는 통에 그냥저냥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 뒤 이곳저곳에서 일하면서 체불임금이 쌓여갔습니다.

돈을 모으지 못했지만, 토니에게는 산업연수생 기한을 마친 후 2년 정도가 가장 행복한 시기였고, 그 뒤에는 불법체류의 세월이 이어졌습니다.

해외 체류가 별 소득 없이 길어지면서 아이 엄마로부터 "당장 귀국하지 않으면 이혼"이라는 통보도 여러 차례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퇴직금의 약속과 이어진 임금체불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아이를 마음에 묻고... 10년의 세월은 어쩌나

이렇게 여러 일을 당하면서도 모질게 마음먹고 일해 왔는데, 아이가 사고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기별에는 토니도 다른 선택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귀국했던 토니는 지난 연말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했습니다. 정다운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눈 감은 아들을 보내며 토니는 지난 10년이 한없이 무상해짐을 느껴야 했습니다.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이야 어딘들 다르겠습니까?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자식농사라고 했던가요? 남들처럼 키워보려던 자식을 먼저 보낼 줄이야 꿈엔들 생각했겠습니까? 단란한 가정의 해체마저도 기꺼이 감수했던 토니의 지난 세월이 더욱 무상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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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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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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