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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에서도 올해 초하루 새벽에 '해맞이' 행사가 있었다. 태안의 명산인 백화산에서 가진 행사다. 백화산은 진산(鎭山)이며 영산(靈山)이다. 국보 307호(지정일 : 2004-08-31)인 마애삼존불에서 천년의 미소가 흐르는 산이며, 조선 초기부터 45년마다 한 번씩 천궁(遷宮)하는 아홉 방위를 뜻하는 구궁(九宮) 자리 명산 안에 들어 45년 동안 국조 단군의 영정을 봉안하고 임금이 내린 향으로 왕실의 안녕과 번영, 국태민안을 위해 제사를 지낸 태일전(太一殿)이 있던 곳이다.

 

뿐인가, 민족 정기의 실체이며 우리 민중사의 위대한 산봉우리인 동학혁명(1894년) 당시의 희생자들을 영원히 기리기 위한 '갑오동학혁명군추모탑'을 품에 안고 있는 산이다. 지금은 그 터만 남았지만 지금도 나라를 위한 제사의 향(香)내와, 새 역사를 창조하기 위한 애국애족의 기운이 온 산을 감돌고 온 고장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산이다.  

 

한마디로 백화산은 정기(精氣)를 머금고, 정기를 발현하는 영산인 것이다. 이런 영산을 가지고 있는 고장이니 태안 사람들이 해마다 신년 초하루 새벽에 백화산 정상에서 해맞이 행사를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또 백화산은 태안 읍내에서 지척일 뿐만 아니라, 높이가 284미터이니, 아침참에 운동 삼아 오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정상에서 훤히 조망할 수 있는 북쪽의 가로림만과 남동쪽의 천수만이며, 반도의 그림 같은 풍광은 또 얼마나 일품인가.

 

태안은 지난 2004년부터 해마다 신년 초하루 아침에 백화산 정상에서 해맞이 행사를 가져왔다. 이번에는 유조선 원유 유출 사고로 말미암은 슬픔 속에서 조촐하게 행사를 가졌는데, 참가 주민 수도 적었고, 행사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침울했다. 온 군민이 '기름과의 전쟁'에 전력해야 하는 관계로, 기원은 더욱 간절했지만….

 

행사를 주최한 단체는 역시 '태안반도 태안청년회'(2009년 회장 가우현)이다. '태안반도청년회'는 1974년에 창립되어 어언 35년의 연륜을 쌓아가고 있는 태안의 자생적 사회봉사단체다. 라이온스나 로터리클럽이나 JC(청년회의소) 등과는 달리, 외부로부터 유입된 단체가 아니고 고장에서 자발적으로 탄생한 고유성과 특이성을 지닌 단체이다.

 

처음에는 '반도청년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으나, 차츰 태안군 전 지역으로 퍼지면서 '태안반도 태안청년회'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태안반도 고남청년회' '태안반도 안면청년회' 등 각 읍·면에서 5개 단체가 생겨났고, 각기 고유성과 함께 연계성을 지니는 큰 조직체로 발전했다. 태안이라는 고장을 풍미하고 명예롭게 하는 또 하나의 자랑스러운 실체임이 분명하다.

 

(본 기자는 35년 전 반도청년회 창립 멤버로서, '회가(會歌)'의 가사를 지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반도청년회원들은 45세가 넘으면 자동적으로 '장년회'로 편입하게 된다.)        

 

올해 해맞이 행사는 내용이 좀더 풍성했고, 행사에 참여한 주민 수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았다. 행사에 참석할 목적으로 산을 오른 사람들, 해맞이 행사가 있는 줄 모르고 새해 초하루 새벽에 백화산 정상에서 해돋이를 볼 생각으로 오른 사람들을 다 합해 1500명이 넘었다. 

 

참으로 태안 지역 주민들의 근면성과 역동성을 실감시켜 주는 행사가 된 셈이다. 또한 그 거창한 행사를 무리 없이 일사불란하게, 잔치 분위기로 치른 태안반도 태안청년회의 조직력과 치밀성, 놀라운 저력을 유감 없이 실감시켜 준 행사였다.

 

행사는 6시 30분부터 식전 행사인 안면도 '소리짓발전소' 서승희씨의 대북 연주로 분위기를 잡았다. 7시에 본 행사가 시작되어 진태구 군수와 이용희 군의회의장과 명수남 문화원장이 각자 역할을 맡아 '제천제'를 올렸고, 모두의 '새해 소원함성 보내기', 기름 피해 가정의 두 남녀 청년이 함께 한 '새해 군민소망 및 다짐 결의문 낭독' 순으로 진행되었다.

 

진태구 군수와 이용희 군의회의장의 신년 메시지 다음에 내가 '복군 20년 축시'를 낭송했고, 고장의 김영곤 시인이 자청하여 '백화산을 올라'라는 자작시를 낭송했다. 이어 행운권 추첨이 진행되었는데, 내가 받은 번호표(15번)는 뽑히지 않았지만, 내가 뽑은 178번, 40대 여성분에게 상품을 드릴 수 있었다. '황금 소'를 탄 두 명 외로 30명이 문화상품권을 받았으니, 행운 상품도 푸짐한 셈이었다.

 

이어서 해돋이와 함께 '소원풍선 날리기'가 실시되었고, 모두 마애삼존불 바로 아래 태을암 마당으로 내려와 너른 마당을 가득 메운 십여 개의 차일과 승방 안에서 '인정 나누기'로 명명된 떡국 식사를 했다. 많은 이들이 떡국을 먹으면서 '기름과의 전쟁' 시 기름냄새 나는 해변에서 여러 번 먹었던 떡국 생각이 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기름유출 사고로 큰 시련을 겪었고 겪고 있는 태안에도 2009년 새해가 시작되었고, 새해 첫날 아침 태안읍 백화산 정상에서 다시 해맞이 행사를 가졌다. 지난해의 시련이 너무도 컸기에, 또 극복의 의지를 불태우며 기적과 새 희망의 꽃을 피워냈기에 새해 초하루 아침의 해맞이 행사는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여러 분야에서 시련이 온전히 종식되지 않았고, 끝을 알 수 없는 현재진행형 상태이기 때문에 올해의 해맞이 행사가 더욱 성대했고 주민들의 기원이 절절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행사에 참여한 1500명 주민들의 수와 참여 자세, 서로서로 나누는 인사와 함성 등에서 절절히 실감할 수 있었다.

 

고로, 태안은 새 출발, 새 희망의 상징이다. 그것을 올해의 해맞이 행사, 1500명이 함께 해돋이를 본 백화산 정상에서 실팍하게 절감하고 확인할 수 있었다.

 

사사로운 얘기지만, 기자는 이번에도 태안반도 태안청년회로부터 해맞이 행사 축시 낭송을 부탁 받았다. 벌써 여러 번 한 일이어서 사양을 하고 싶었지만, 기름유출 피해를 극복해 가고 있는 시기에다가 올해는 태안군 '복군 20년'이 되는 해에서 사양하기도 어려웠다. 복군 20년과 기축(己丑)년 '소 해'를 결부시키면서 나름대로 정성껏 축시를 지어 새해 첫 아침 백화산 정상에서 직접 낭송을 했다. 그 시를 여기에 소개해 본다.

 

 

'복군(復郡) 20년, 새 출발 2009' 해맞이 행사 축시

 

태안은 새 출발, 새 희망의 상징이다!

 

태안은 이름 그대로 국태민안(國泰民安)의 표징

태안 땅이 평안해야

온 나라가 태평하고 온 백성이 평안하다

천혜의 환경과 풍요 속에서

태안이라는 이름이 생겨났건만

그것을 시기하는 왜구들의 침탈로

쓰라린 시련을 겪어야 했던 역사는

일제 시대에도 일본인들을 발붙이지 못하게 한

강한 배타 정신의 근원이 되었다  

 

백화산 정기로 민족의 정기를 일깨우며

동학혁명의 기치를 휘날렸던 죄로

일제의 특별관리대상 지역이 되어

1914년 이후 74년 동안

병합과 격하와 복속 등의 이름을 안고 살다가

1989년 마침내 복군의 염원을 이룬 땅!

 

이 나라의 수많은 고장들 가운데

복군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고장이

우리 태안 말고 또 있는가? 

수천 년 역사를 품에 안고

복군의 새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고장이

어디에 또 있는가?

 

이처럼 태안은 각별하다

백화산 정기로 황해의 물결을 부르며

힘차게 복군 20년, 성년의 언덕을 오르던 시기에

또 한바탕 시샘을 입어

바다를 더럽힌 검은 기름의 침탈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환경 피해를 입었지만

불굴의 정신, 용전분투의 기개로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힘을 끌어 모으며

기적과 새 희망의 꽃을 피워낸 고장!

 

태안은 재난 극복과 새 희망의 상징이다

태안은 웅혼함과 장렬함의 표상이다

거기에는 협동과 일치, 이해와 사랑

온갖 지혜들이 자리해 있다

그런 미덕들이 오늘도 힘찬 고동을 만들어 낸다

 

새 힘, 새 희망의 고장 태안이

복군 20년 성년의 언덕에서 2009년 새해를 맞는다

큰 시련이 있었기에 20년 성년은 더욱 옹골차고

성년의 해 2009년은 더욱 각별하다

 

우리에게 활짝 열린 기축년 새해에는

다 함께 소의 우직함을 배우자

느릿한 걸음으로 올곧고 끈질기게 나아가며

느린 걸음으로도 큰 일을 해내는

소의 걸음, 여유를 살자

 

그리하여 수천 년 역사와

태안이라는 이름 700여 년의 연륜을 안고

복군 20년 성년을 맞은 실다운 모습으로 

우리 다함께 우직하고 근엄하게 살자

갖가지 동물 중에서 가장 요긴한 소가 되어

복군 20년 성년의 밭을 힘찬 쟁기질로

아기자기하게 가꾸어가자

오늘이 있어 가능한 태안의 미래

우리 고장의 웅혼한 역사를 위하여! 

 

(2009년 1월 1일 새벽 태안 백화산 산정에서 헌송)

 


태그:#태안 , #해맞이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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