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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종합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최근 지역 내 실업급여 수급자가 급증하고 있다.(사진은 지난 12월26일 실업급여 설명회 모습.)
▲ 실업급여 수급자 급증 천안종합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최근 지역 내 실업급여 수급자가 급증하고 있다.(사진은 지난 12월26일 실업급여 설명회 모습.)
ⓒ 우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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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희망에 가득차 새해 계획을 세워야할 시기이지만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는 국내·외 경제상황은 새해 희망에 대한 확신을 흐리게 만든다. 각종 경제지표 중에서도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청년실업’ 혹은 ‘취업난’이다. 다음 달이면 졸업시즌이 돌아오고 천안과 아산에서도 2만여 명에 가까운 대학졸업자들이 사회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그러나 그 문을 열기란 결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30위 안에 드는 우량기업들도 올해 신규채용을 10%이상 축소할 예정이며, 상위 30위~100위 기업은 13.8%, 300위~500위 기업은 43.1%를 축소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2009년 신규 채용이 4만여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전국적으로 40만여 명에 달하는 대학졸업자 수에 비하면 1/10에 불과한 수준이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업률은 구직난을 한층 더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전지방노동청 천안지청 천안종합고용지원센터(소장 양병성)에 따르면 12월12일~18일까지 1주일간 실업급여를 받아간 사람은 160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8% 증가했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에서 180일 이상 근무하며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실직한 경우 실직 전 3개월간 평균임금의 50%를 최소 90일부터 최대 240일까지 보장하는 고용보험사업의 일환. 실업급여 수급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곧 ‘직장을 잃은 사람’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천안종합고용지원센터에 구인신청을 접수한 기업체는 지난해 대비 48.8% 감소해 절반에 그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업체들도 급증하고 있어 실업자 수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기업에서 근로자를 감원하지 않고 일시 휴업, 훈련, 휴직, 인력 재배치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경우 임금 및 훈련비를 지원하는 제도. 그러나 고용유지지원금도 6개월까지만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6개월 후 구조조정을 통한 인원감축이 발생할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은 더욱 심각하다. 기업에서 정리해고를 시작하면 비정규직부터 이뤄지기 때문. 천안지역의 한 아웃소싱업체 관계자는 “천안·아산지역에 있는 300개 이상의 아웃소싱업체들 중 절반은 실질적인 폐업상태”라며 “인원모집을 하지 않는데도 문의전화가 3배 이상 늘었다. 이력서는 계속 쌓이고 있지만 인력을 투입할 곳이 없다”고 전했다.

지역 대학 75%가 수도권 학생

천안·아산 지역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대학 밀집지역이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수도권과 가까운 탓에 재학생의 약 3/4 정도가 수도권 학생들이다. 지난해 말 수도권 전철이 아산까지 연장되는 등 교통여건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어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듯 수도권 학생의 비율이 높은 현상은 졸업생들에게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70%에서 많게는 85%가 수도권 학생들이다.

이에 따라 졸업생들이 거주지와 가까운 수도권 기업을 선호하는 ‘지역 미스매치(Area Mismatch)’ 현상이 구조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거주지와 먼 지방에서 취업해 정착할 경우 의식주를 위한 고정 지출비용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생활을 위해 수년간 외지생활을 해온 많은 학생들이 졸업 후에는 연고지에서 취업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아산의 한 제약업체 인사담당자는 “매출액이나 회사 규모는 커지고 있는데, 지방에 위치하다보니 수도권에 거주하는 지원자들이 기피하는 현상이 있어 신규 채용과정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다음 달 졸업을 앞두고 있는 순천향대 영어영문학과 윤아무개(24·경기도 부천시)씨는 “주거만 해결된다면 연봉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거주지와 가까워서 수도권 취업을 희망하지만 친인척 연고가 있는 다른 지방에서는 취업할 용의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역시 올해 졸업예정자인 순천향대 경영학과 원아무개(26·경기도 안산시)씨는 지난 달 아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광마우스 제조 벤처기업에 취업을 결정했다. 원씨도 “주거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지만, 경력을 쌓은 후에 수도권으로 이직도 가능하다고 판단해 주거비용을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벤처기업의 가능성과 미래”라며 “회사가 비전이 있다면 계속 일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양한 취업지원프로그램 적극 활용해야

윤아무개씨와 원아무개씨 모두 최근 참가했던 취업캠프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며 다른 학생들에게도 적극 권장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취업준비라고 한다면 토익과 한자능력, 컴퓨터 관련 자격증 정도였는데 실제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이어서 학교측과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홍보가 아쉽다고 덧붙였다.

순천향대학교는 지난 3년간 천안종합고용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대학 취업지원기능 확충사업의 일환으로 취업캠프를 운영한 결과 취업률이 2006년 73%에서 2007년 74.4%, 2008년에는 76.1%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08년에는 8차례의 취업캠프를 운영해 300여 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참여했다.

순천향대 진로개발지원센터 김형기 취업지원팀장은 “단과대학별로 특성에 맞춘 취업캠프를 운영하고 있으며, 원론적인 강의를 축소하고 컨설턴트를 증원해 1:1 교육과 실전면접 체험기회를 확대했다. 참여 학생들을 모집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한번 참여했던 학생들은 90%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남서울대학교는 직장체험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95명의 학생들에게 2개월간 지역 75개 기업에서 직장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남서울대학교 취업정보센터 김대지 팀장은 “처음에는 별다른 기대 없이 참여한 학생들도 직장체험 이후 지방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실제 체험기간이 끝난 후 정직원으로 채용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남서울대는 지역의 우수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방기업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교내에 지역 우수기업을 상시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역 청년구직자들 지역 내 우수기업 몰라

지역 내 취업률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 천안종합고용지원센터 관내 2009년 취업률 현황 지역 내 취업률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 우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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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대학의 취업지원담당자들과 고용지원센터에서 한 목소리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이 일자리 찾는 청년구직자들이 지역의 우수한 기업체를 알지 못하고, 이로 인한 막연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 기업들 중에도 매년 꾸준히 성장하는 우량기업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은 우량기업을 구별해내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교수업 외에는 실제 생활권이 수도권인 학생들에게는 지역 기업이 생소할 수밖에 없다.

천안종합고용지원센터 박형수 취업지원과장은 “청년구직자들의 요구에 맞는 구인업체를 지속 개척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구직자들도 눈높이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 지원 기관과 대학, 기업이 견고한 협력체계도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10월 충남지역 취업·인사담당자와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Job아라 포럼’이 창립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Job아라 포럼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충청남도가 지원하고 충남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08 충남 지역인재육성사업’과 관련, 충남지역 기업의 인력난 해소와 지역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난 해소를 위해 시작됐다.

충남지역 관련기관들의 정기적인 정보 교류로 충남지역 인력 미스매치 해결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상설화할 예정으로, 인력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함께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 지역 기업들의 인력부족을 해결하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아산에서 3차례 포럼을 가졌으며 오는 2월13일에도 4차 포럼이 예정돼 있다.

실전 취업준비, 빠를수록 좋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시작하는 시기가 늦다는 점도 지적됐다. 순천향대 김형기 팀장은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일찍 정립할 수 있도록 저학년부터 취업대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학생들 스스로 관심을 갖고 취업 관련 각종 정보를 꼼꼼히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남서울대 김대지 팀장 역시 “학생들의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추세로, 취업준비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시기가 다소 늦다는 점이 아쉬운 현실”이라고 밝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을 공개했다.

신입생들이 입학하면 자신의 이력서를 온라인에 등록시키고, 영어 등 어학시험이나 사회봉사활동, 각종 경력사항을 채워나가면서 졸업할 때까지 이력서를 비롯한 입사지원서류를 내실 있게 준비한다는 것.

청년실업의 최전방을 지키고 있는 취업지원담당자들은 ▶지역 청년구직자들이 지역에 있는 우수한 기업으로 눈을 돌려 취업환경을 직시하고 ▶기본 스팩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취업스킬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습득하고 ▶다양한 취업지원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실전능력을 키운다면 전대미문의 취업난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학교와 기업, 관련 기관의 긴밀한 협력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과 아산에 발행하는 주간지 충남시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안, #실업률, #취업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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