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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충남도지사의 표현대로 충남도의 지난 한해는 숨 가빴다. 

 

이 지사는 지난해 성과와 관련 황해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외자 유치 전국 1위 등을 꼽았다. 반면 태안기름 유출사고를 들며 "사고 직후 경기도와 전북·충남 등 관련 시도의 어선 수 만척을 총동원해 초기 기름 확산을 막자고 제안한 바 있다"며 "이 제안이 받아들여졌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와 관련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지사는 "연기군의회 등에서 지난해 9월까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설치에 반대해 힘을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때늦게 태도를 바꿔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유치해 달라고 한다"며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밀어붙였어야 하는데 굉장히 아쉽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소속인 그는 "한나라당이 아직까지 국정에 대한 청사진이 전체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를 장관과 참모들이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도지사 출마 여부 등 정치적 행보를 묻는 질문에는 "경제가 어려운 때에 대권과 도지사 연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올 9월까지는 도정과 소외계층을 보듬는 일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5일 오후 그의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 주요 요지다.

 

"태안기름 유출사고, 초기대응만 잘 했어도... 아쉽고 안타깝다"

 

- 지난해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꼽자면?

"돌이켜보면 숨가쁘게 달려왔다. 도청신도시 특별법 제정, 보령-안면도간 연륙교·보령신항·서해선 및 충청선 철도·제2서해안 고속도로·당진-태안간 고속도로 등의 착수, 국방대 논산 유치, 황해경제자유구역 지정, 백제역사재현단지 민자 유치, 백제문화제 업그레이드, 외자 및 기업유치 전국 1위 등 어느 해보다 굵직한 성과가 많았다. 다른 한편 충남발전의 밑그림이 완성된 한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보람있었던 일은 여러 성과를 바탕으로 공무원과 도민 모두가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이다. 한해 동안 리더십을 믿고 따라 준 도민들이 있어 행복했다."

 

- 힘들었거나 아쉬운 점은.

"태안기름유출 사고로 마음 한 쪽이 아팠다.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 초기 방제작업만 잘했더라도 피해를 10분의 1로 줄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양수산부와 해경이 기름띠가 해안에 도달하는 시간계산도 틀리는 등 상황판단을 잘못해 초기대응에 실패했다.

 

관련법상 충남도지사가 재난사고에 손을 쓸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전혀 없다. 지금도 '나에게 권한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사고 직후 경기도와 전북·충남 등 관련 시도의 어선 수 만척을 총동원해 2-3중으로 방제작업을 벌이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졌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경과 해군 정에만 의존했고 기름띠가 해안까지 밀려들었다. 아쉽고 안타깝다."

 

- 올해 역점을 두고 시행하려는 도정방향은 무엇인가?

"경제 살리기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IMF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다. 경제엔진을 꺼지지 않게 하는 데 도정을 집중하겠다. 이를 위해 도시군 발주사업 8조5000억원 중 90%를 조기발주하고 60%까지 자금 집행하겠다. 동시에 힘들고 소외된 계층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 보듬어주고자 한다. 사회복지시스템과 관련 독거노인·장애인 등 현장 확인 위주로 안전망을 구축해 가동하고 있다. 관련 예산 총 4조원 중 1조원을 사회복지 분야에 투입할 예정이다. 또 지난 한해 이룬 성과가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올 9월까지 국회-중앙부처와 월별 진행사항을 꼼꼼하게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와 관련, 충청권 공조 현황과 그 가능성은?

"당초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는 행복도시의 자족적 기능을 보강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시됐다. 이에 따라 연기는 물론 대전과 충북, 천안 아산을 아우르는 개발 범위를 설정해 중앙정부에 제시했다. 하지만 연기군의회 등에서 지난해 9월까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설치에 반대했다. 이 때문에 지사로서 중앙정부에 가서 할 말이 없었다. 힘을 쓸 수 없어 마음속으로 괴로웠다. 이후 때늦게 (연기군의회 등이) 태도를 바꿔서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를 해달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앙정부는 유치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고 광주와 대구 등 타 시도에서도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밀어붙였어야 하는데 굉장히 아쉽다. 정부에 대한 촉구와 시·도간 공조 강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

 

-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추진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응전략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국가경쟁력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면에서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수도권 주민들의 삶의 질 측면에서도 해서는 안 되는 정책이다. 때문에 그동안 수도권 규제완화의 부당성을 설파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충남지역 현안과 숙원을 해결해 주겠다'고 제안하는데 이를 받지 않고 계속 맞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강온 전략 틀 속에서 충남현안을 관철시키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지방발전대책과 관련 충남발전연구원에 보완책을 연구하도록 했다. 지속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해 나가겠다."

 

"논란 계속되면 국민들로부터 돌팔매 맞을 수밖에 없다"

 

- 2002년 꽃박람회 개최이후 7년 만에 꽃 박람회를 개최하는 배경은.

"지난해 발생한 기름유출사고로 태안지역 경제가 급격히 침체됐고 주민의 상실감이 크다. 국내 화훼산업 또한 2006년 이후 위축되고 있다. 꽃 박람회는 태안에 대한 손상된 이미지 쇄신과 국내 화훼산업 육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 입장에서 최근 한나라당의 국정대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경제상황이 나쁘다보니 아직까지 국정에 대한 청사진이 전체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것 같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를 장관과 참모들이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안타깝다. 다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틀이 잡힐 것으로 전망한다"

 

- 국회 파행 등 정치권이 새해 벽두부터 시끄럽다.

"미디어 관련법 등 이념적·정책적 요소가 가미된 법안과 경제위기에 대한 처방을 놓고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8년 간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지만 국회가 지금처럼 기본적 선과 금도를 넘은 적은 없었다. 국민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심각한 위험수준이다. 정도가 더 심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다. 계속해서 논란을 벌인다면 국민들로 부터 돌팔매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적어도 올 9월까지는 정치와 선거 얘기 그만하고 민생을 보듬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일에 지혜를 모아 줬으면 좋겠다."

 

- 이 지사의 정치행보와 관련 대권주자로 오르내리고 있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경제가 어려운 때에 대권을 운운하고 도지사 출마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9월 이후 자연스럽게 얘기 나올 것이다. 그 때까지는 도정과 소외계층을 보듬는 일에 전념하겠다.

 

- 끝으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일궈온 도정 성과를 발판으로 '한국의 중심, 강한 충남'을 건설을 실질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희망과 용기 잃지 말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  


태그:#충남도지사, #이완구, #충남도,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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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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