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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좋은 기운 듬뿍 받아야지

 

호남고속도로 곡성 나들목에서 나와 2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5분쯤 내려서니 왼쪽으로 통명사라는 커다란 입석이 보인다. 개천을 따라가는 시골길을 올라서니 삼거리가 나온다.

 

오늘(1.3) 찾아간 산은 곡성에서 제1봉인 통명산(通明山, 765m)이다. 통명이라는 말이 참 정감이 간다. 통명(通明)이란 음과 양이 두루 통하고 하늘의 밝음이 깃든다는 의미란다. 그래서일까? 통명산자락에는 호남 8대명혈 중 하나인 장군대좌형(將軍大坐形)이 있다고 한다. '산의 좋은 기운을 듬뿍 받아야지.'

 

산행은 삼거리에서 용계마을을 지나 통명산을 돌아 금계마을로 내려오기로 하였다. 금계리라는 이름도 닭이 알을 품는 형세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통명산이 마을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마을 입구를 지키는 성황당

 

시골정취가 물씬 풍기는 마을 입구에는 돌무지를 쌓아놓은 당산이 있다. 성황당이다. 느티나무와 소나무가 몇 그루 서있고 벽돌크기만한 돌들을 동그랗게 쌓아 놓았다. 문득 정비석의 단편소설 <성황당>이 떠오른다.

 

순이는 기쁨에 설레는 가슴을 안고 쏜살같이 고개를 달음질쳐 내려왔다. 다시 언덕을 뛰어서 집을 향해 올라올 때 순이는, "성황님! 성황님!" 하고 부르짖었다. 모든 것이 성황님의 덕택 같았다. - 소설 <성황당> 일부

 

 

성황당(城隍堂)은 서낭당과 같은 말로 마을의 수호신인 서낭신을 모시는 곳이다. 보통 신수(神樹)에 잡석을 쌓은 돌무더기거나 신수에 당집이 복합되어 있는 형태로 고갯마루나 마을 입구 등에 자리 잡은 신당(神堂)이다. 서낭신앙은 마을수호의 관습으로 제물을 차려 놓기도 하고, 천을 걸어 놓거나 돌멩이를 얻어 놓음으로써 현실생활의 문제인 액, 질병, 재해 등을 막아주기를 기원을 하는 곳이다.

 

우리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작은 돌멩이 하나씩 올려놓고 소원을 빌어본다. '올 한해도 우리가족 건강하게 해 주세요.'

 

소나무가 아름다운 산길

 

마을로 이어진 길은 어디선가 걸어보았던 착각이 들 만큼 정겹다. 추수가 끝난 다랑이 논들은 겨울 햇살을 받아 포근하게 느껴진다. 어렸을 때 겨울이면 저런 논에서 뒹굴고 놀았었는데….

 

 

마을로 들어서니 조용하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방향 표지판을 보고 조용히 마을을 빠져 나온다. 마을에서 10여분 올라가니 바람재다. 이름과 달리 바람은 없고 따뜻하기만 하다.

 

산으로 이어진 길은 소나무 숲길이다. 하늘을 덮어버린 키가 큰 소나무 숲은 아늑하다. 아름다운 숲길은 을 따라가니 소나무 수가 적어지면서 밑동이 검게 그을렸다. 산불의 흔적이다. 하지만 산불의 뜨거운 고통을 참아내고 살아남은 소나무들은 힘자랑을 하듯 당당하게 서있다.

 

 

산길은 계속 이어지고 산이 높아갈수록 하얀 눈이 산길을 덮고 있다. 처음에는 쌓인 눈으로 장난에 재미가 있었는데, 계속 이어지니 미끄럽고 음습한 게 싫다. 산길은 커다란 바위 하나 보이지 않은 흙길이다. 애들과 함께 걷기에는 너무나 좋다. 명혈(明穴)이 있는 산은 이렇게 산세가 부드러울까?

 

정상에는 반반한 바위 하나

 

삼거리를 출발한지 2시간 15분이 지났다. 눈길을 걸어서인지 지칠만할 때쯤 정상이 보인다. 정상에는 서너 명 올라서면 좋을 반반한 바위가 있다. 바위에 올라서니 곡성벌이 보이고, 섬진강으로 달려가는 동악산의 아름다운 능선도 보인다.

 

 

호남고속도로가 구불구불 서울로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왜 저렇게 도로를 냈을까? 그래도 고속도론데. 반듯하게 냈으면 건설비도 아끼고 서울 가는 시간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다 이유가 있었겠지.

 

정상에서 30분 정도 경사가 급한 산길을 내려서니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걸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머리위로 걸어왔던 능선이 보인다.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시원하게만 보인다. 통명사란 절이 있는 곳부터는 포장도로다. 애들은 다리에 무리가 오는가 보다. 힘들어 한다. 아마 눈밭을 걷다보니 신발이 다 젖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금계마을을 지나 처음 산행을 시작한 삼거리에 도착했다. 통명산 자락에는 고려초 왕건을 도와 나라를 세웠던 신숭겸(申崇兼) 장군과 조선초 왕자의 난을 평정한 마천목(馬天牧) 장군의 사당이 있다고 한다. 들러보지 못하고 온 게 못내 서운하다.

덧붙이는 글 | 산행시간 : 삼거리-(23분)-바람재-(1:52분)-정상-(30분)-임도-(42분)-삼거리. 용계마을로 들어서서 금계마을로 내려오는데 총 산행시간 3:27분 소요.


태그:#통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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