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중학교의 제이비는 학교 신문을 생생하게 만들고 싶었다. 교육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글을 쓰고 싶었고 학생회가 인기 경쟁을 하는데 몰두하고 있다고 쓰고 싶었고 왕따에 관한 특집 기사를 싣고 싶기도 했다. 그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선생님이 원하는 건 달랐다. 교육 문제는커녕 학생회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못하게 했다. 왕따 문제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트루먼 중학교에서 왕따 문제는 없어"라고 말한다. 상황이 어떻든 그렇게 말하면서 학교 축구팀이 얼마나 대단한지, 학교음악회가 얼마나 멋진지를 기사로 쓰라고 한다.
결국 제이비는 학교 신문을 그만두고 친한 친구 아무르와 함께 인터넷에 또 하나의 학교 신문을 만들기로 한다. 학교 신문에서는 할 수 없는, 생생하면서도 도움이 되는 그런 이야기를 하자는 취지였다. 그들은 아이들이 사이트에 접속해서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무도 접속하는 사람이 없다. 학교에서 제이비와 아무르가 인기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수를 내어 몇몇 아이들을 접속하게 만들지만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그런데 미지의 인물이 나타나서면서 사이트는 인기를 끌게 된다. 제이비와 아무르는 기뻐했을까? 아니다. 그럴 수가 없다. 인기를 끈 이유가 누군가를 '공격'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이버 폭력이 또 하나의 폭력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상 머릿속으로만 이해할 뿐이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은 그런 사람을 위한 책이다. 사이버 폭력의 피해자의 심정을 생생하게 그렸기에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절실하게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피해자는 학교에서 잘 나가는 릴리였다. 릴리는 지금과 달리 어린 시절에 '뚱보'소리를 들었었다.
릴리는 동창생들을 제외하고는 이제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며 퀸카그룹의 아이들과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사이트에 누가 '왕재수'인가 하는 질문이 등장하면서 릴리의 어린 시절 사진이 등장한다. 그때 릴리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릴리는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릴리의 실체를 알려준다면서 릴리의 블로그인 것처럼 보이는 것을 링크시켜 놓는다면? 그래놓고 '나는 레즈비언이다'라고 고백하는 내용을 올린다면? 그때도 참을 수 있을까?
릴리는 이런 걸 누가 믿겠느냐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찝찝해한다. 그리고 릴리를 피하게 된다. 특히 그 블로그에서 릴리가 함께 자고 싶어하는 아이들로 언급된 아이들은 더 그랬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안티 릴리 카페'까지 만들어진다. 그것을 알았을 때 릴리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심각한 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상처와 같은 것이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의 릴리가 겪는 그 문제는 단순히 책 속의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악플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것이나 말도 안되는 뜬소문과 모함으로 누군가를 공격하는 일 또한 숱하게 벌어진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다. 사이버 폭력이라는 것에 진지하게 배울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로써는 그것이 폭력인지 모르고 하기도 할 것이다. 이 책에서처럼 '장난'으로 그러는 것이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은 그 결과를 보여준다. 경종을 울리는 셈이다. 최첨단을 자랑하는 인터넷 환경을 지닌 우리에게 그 소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더 자주, 더 진실하게 들어야 하는 것이다. 사이버 폭력을 다룬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 사람에게 더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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