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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연결된 대들보 위에 목수한명이 올라가서 크레인으로 받을 다음 부재를 기다리고 있다.
▲ 기둥과 도리, 보의 결구 잘 연결된 대들보 위에 목수한명이 올라가서 크레인으로 받을 다음 부재를 기다리고 있다.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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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두 채로 나뉘어 있지만 합쳐서 83㎡(25평 정도)이다. 1만2천 사이(목재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1치×1치×12자를 한사이라고 한다). 목재를 마름질하는데 15일 정도 걸렸다. 목수이야기로는 일주일정도 걸린다고 했었다. 물론 계약이 있었으니 어차피 시간은 늘어져도 관계없었다. 추석연휴가 끼어 있던 것.

날씨가 문제

문제는 또 있었다. 가을장마가 왔다. 치목작업장의 환경이 그다지 좋지 못해서 한쪽으로 켜켜히 쌓아놓은 나무엔 퍼런 얼룩들이 피어났다.

비용상 서까래는 낙엽송으로 하였는데 제재소에서 가지고 있던 낙엽송을 제일 먼저 마름질 해놓고 기둥보를 작업했는데 마름질해서 쌓아놓은 서까래에 곰팡이가 피었다. 완전히 마르지 않은 나무의 경우에 통풍이 잘 되지 않은 곳에서 습기가 많으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이 곰팡이다.

보통 '청난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나무의 색이 변질되어서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 무슨 장마철도 아니고 연일 이어지는 비는 다른 부재에도 곰팡이를 피게 했다. 게다가 작업장이 좁아서 쌓아놓은 나무들이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바람에 락스칠하고 벗겨내고 다시 오일스테인을 칠하는 작업이 공정을 더디게 했다.

맞배집이지만 처마의 곡선을 살리기 위해 산자를 걸고 서까래로 고정해 놓은 모습
▲ 처마선 잡기 맞배집이지만 처마의 곡선을 살리기 위해 산자를 걸고 서까래로 고정해 놓은 모습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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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시네요."
"말마유. 락스칠하고 이거 봐요. 두통 다들어 갔슈."
"어떡하죠."
"오일스테인 사줘요. 내가 사면 싼거 사니까 집주인이 좋은걸로 사줘요."
"그러죠."

비싼 오일스테인 덕분이었는지 (50리터에 무려 60만원 돈이 들어갔다) 일부 서까래와 개판외에는 심각한 곰팡이 자국은 없었다.

뼈대 완성은 중간의 완성

현장 조립하는 데에서도 일주일이 소요되었다. 부재 하차와 그랭이질에 하루, 기둥 세우고 도리 얹는것까지 하루, 인방끼우는데 하루, 대들보와 대공까지 하루, 서까래 작업에 이틀, 개판, 부연, 풍판 등의 마무리작업 하루였다. 인원은 3명이 이틀, 나머지 작업은 5인이 일을 했다. 두 집이 나뉘어 있어서 소요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조립 역시 변수가 많고 현장 조립하면서 잘 맞지 않는 경우엔 시간이 더 소요된다. 손이 더 가면 시간이 더 소요되는 법. 전문목수일수록 이 시간이 짧아진다. 우리집 목수는 공정진행이 일사천리였다. 팀이 짜여져 안정적이라면 더욱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집의 구조가 짜여지만 그때가 목수로서는 가장 뿌듯한 순간이다. 집의 형태가 갖추어진 모습에 집주인인 나나 우리 가족도 설레고 흥분되었다.

지붕까지 개판으로 덮여서 제법 집다운 모습을 갖춘 모습
▲ 벌써 완성된(?) 집 지붕까지 개판으로 덮여서 제법 집다운 모습을 갖춘 모습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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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이 많이 드는 한옥 짓기
구조를 완성하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물론 구조를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품이 많이 드는 것은 한옥을 따라갈 것이 없다. 철근콘크리트, 철골 구조는 100제곱미터기준(30평)으로 10일을 넘기지 않는다. 물론 적절한 기능공이 붙었을 경우이다. 특히 요즈음 유행하는 미국식 목조주택의 경우는 하루면 구조를 완성할 수 있다. 그 위에 합판을 쳐서 구조를 더 공고히 하는 작업이 이틀정도이다.


태그:#한옥, #가구식구조, #상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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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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