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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가 이어지면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도 얼어붙었다.
▲ 얼음 위의 소녀 한파가 이어지면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도 얼어붙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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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과 북한강 줄기가 하나로 만나 한강을 이루는 두물머리, 큰 물줄기 둘이 머리를 맞대는 곳인 두물머리가 연일 이어진 한파에 얼어붙었다. 배의 도움없이도 먼발치에서만 바라보던 강의 수면을 걷고, 강과 발바닥이 만나는 계절은 오로지 겨울뿐이다. 강에서 자유로이 유영하던 배가 얼어붙은 강물에 움직이기를 멈추자 강은 사람들의 출입을 허한다.

강도 외로운가보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 속에서 두물이 부둥켜안고 한강이 되어 흐르는데도 여전히 그들은 외로운가 보다. 투명한 겨울하늘을 보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다. 얼음짱 아래 심연에서 '끄르르릉~'하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온다.

얼어붙은 강은 배를 구속한다.
▲ 두물머리 얼어붙은 강은 배를 구속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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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니 이제 곧 봄이 오려나보다. 저기 얼어붙은 강 아래 봄이 잔뜩 들었나보다.

아직은 겨울, 얼어붙은 강물에 배는 구속되어 움직임을 멈추었다. 저 얼음이 녹기 전까지 그는 칼바람이 불어온들 그냥 그렇게 묵묵히 침묵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강을 자유로이 오가던 배, 저 배를 언제까지 가둬둘 수는 없을 것이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올 것이므로.

아테나, 미네르바의 구속소식이 떠올랐다.

국민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려는 음모는 이 역사를 겨울, 아주 깊은 겨울로 이끌어가려고 한다. 국가신인도를 저 밑바닥으로 내려놓아 자신들의 윤리의식 정도로 끌어내려 모욕하기로 작정을 했는가 보다.

겨울공화국, 그래 지금은 겨울공화국이다.

유신체제라는 긴 겨울을 보내고 맞이했던 짧은 봄, 그리고 여름이 오기도 전에 다시 찾아온 겨울, 그 겨울을 몰아내고 다시 찾은 봄, 그러나 가을의 열매를 맺기도 전에 찾아온 겨울, 발을 동동 굴러보지만 어느새 겨울공화국이다.

추위를 녹이며 구워먹는 군밤의 맛이 일품이다.
▲ 군밤 추위를 녹이며 구워먹는 군밤의 맛이 일품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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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어린 시절, 춥다고 집안에 틀어박혀 있질 않았다. 손발이 다 터서 동상이 걸릴지언정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놀다보면 온 몸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아이들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옹기종기 모여 젖은 신발과 옷을 말렸다. 잠시 추위를 녹이며 군밤을 구워먹으며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우리의 역사도 춥다.

어린 시절 춥다고 방안에 웅크리고 앉아있지 않았던 것처럼 살아야 할 일이다. 간혹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유신체제, 80년 광주, 87년 6월 항쟁을 고스란히 경험하고도  모자라는 그 무엇이 있어야하는 세대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다. IMF 한번도 모자라 그보다 더 아픈 현실을 감내해야하는 세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절규했던 시인의 현실을 다시 사는듯하여 마음이 무겁다.

겨울 속에 들어있는 봄, 올해 만난 첫 번째 꽃
▲ 동백 겨울 속에 들어있는 봄, 올해 만난 첫 번째 꽃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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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꽃이 피었다.

비록 하우스 안에 피어난 꽃이지만 붉기도 하여라, 게다가 홑꽃이구나, 색깔도 곱구나. 이렇게 선명한 꽃이 올해만난 첫번째 꽃이라니.

겨울 속에 들어있는 봄, 빼앗긴 들에도 어김없이 오는 봄을 본다.

어떻게 해서든지 겨울을 붙잡아보려고, 기어이 오고야만 봄에 꽃샘추위 동원해보지만 길어야 두어차례 지나고나면 아지랑이 피어나는 봄, 바람꽃, 꽃다지 피어나는 봄은 오고야 마는 것이다. 겨울 속에 들어있는 봄을 보니 기분이 좋다. 참 좋다.

겨울 속에 들어있는 봄을 보다
▲ 매화 겨울 속에 들어있는 봄을 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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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도 피었다.

이것이 무슨 횡재인가 싶다. 분명 어젯밤 좋은 꿈을 꿨음이 틀림없다. 무슨 꿈을 꿨더라 생각해 보아도 단잠에 묻혀버린 꿈을 기억할 수가 없지만 분명 좋은 꿈을 꾸지 안고서는 이런 횡재가 있을 수 없다.

살다보면 가끔씩은 이렇게 좋은 일들도 생겨야 하는데, 땀흘려 수고했음에도 두 눈 뜨고 일하지도 않은 놈들에게 자기의 몫을 빼앗기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간혹은 그들 역시도 눈이 어두워 장밋빛 환상에 취해 들러리를 하기도 한다. 그것이 역사의 아픔이다.
그래서 사람사는 세상이기도 하고.  그래, 삶도 역사도 강을 닮았다. 리버보이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삶이 항상 아름다운 건 아냐.
강은 바다로 가는 중에 많은 일을 겪어.
돌부리에 채이고 강한 햇살을 만나 도중에 잠깐 마르기도 하고,
하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은 없어.
어쨌든 계속 흘러가는거야.
그래야만 하니까.
그리고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리버보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삶을 놓음으로 더 아름다운 동백의 낙화
▲ 동백의 낙화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삶을 놓음으로 더 아름다운 동백의 낙화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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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삶을 놓는 동백의 낙화가 벌써 시작되었다.

아, 동백의 낙화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떨어진 꽃이 있어 남은 꽃들이 열매를 맺고, 그들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다. 그 생명의 시작점, 떨어진 동백은 그 시작에 서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역사의 강 큰 흐름에서 돌부리에 채이고, 강한 햇살에 말라버리기도 하고, 한파에 저 밑바닥까지 꽁꽁 얼어붙어 버린 날을 지금 강요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스로 멈출 수는 없다. 그들이 멈추게 할지언정 스스로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두물머리, 저 깊은 강은 '크르렁~' 포효하며 얼음짱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그 소리는 봄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강의 소리였다. 여기저기서 '이건 아니다!'는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 소리 역시 봄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민중의 소리다.

이성을 상실한 권력이여, 그대들은 다가오는 봄을 두려워 하라. 봄이 그리 멀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구속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리를 명백하게 침해한 사건이며,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반민주적인 판결이다. 이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미네르바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바이며, 더이상 이런 비상식적인 판결로 국가의 신인도를 떨어뜨리지 말 것을 또한 촉구한다.



태그:#겨울, #봄, #두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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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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