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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7일에 뽑았던 로또 용지. 2개만 운이 좋았다면 4등 당첨이었지만 끝내 돌아온 것은 아쉬움이었습니다.
1월 7일에 뽑았던 로또 용지. 2개만 운이 좋았다면 4등 당첨이었지만 끝내 돌아온 것은 아쉬움이었습니다. ⓒ 이상규

저는 토요일 저녁 8시 45분이 되면 마음이 너무도 두근두근거려서 진정을 시킬 수가 없답니다. '인생 대박'을 안겨줄 것이라고 하는 로또 번호 6개가 가려지기 때문이죠.

많은 분들이 아시다 시피, 로또의 1등 당첨 가능성은 적습니다. 사람이 벼락 맞을 확률보다 더 적다고 하죠. 로또가 '예전에 유행했던' 주택복권이나 그 외 다른 종이 복권보다 당첨 확률이 적습니다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로또를 많이 구입하는 이유는 1~45번의 숫자 중에서 6개의 숫자를 직접 고를 수 있는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숫자가 종이에 찍힌 상태로 발매되는 종이복권과 다르죠. 여기에 로또는 자신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번호가 '웬지 1등이 될 것 같아'라는 꿈과 기대, 희망을 안겨줍니다.

로또의 전 세대라 할 수 있는 주택복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여년 전 일요일 낮 1시가 되면 KBS1에서 주택복권 관련 프로그램을 1시간이나 생중계로 방송했었죠. 전국노래자랑 다음으로 방영되었던게 주택복권 방송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잘 나가는 가수들까지 초대 가수로 노래 부를 정도로 주택복권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당시 주택복권 1등 당첨금은 1억 5000만원으로 고정되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복권은 인생 대박의 지름길로 불렸습니다. 그리고 주택복권과 같은 종이복권에서 진화한게 2002년부터 등장한 로또였죠.

저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평일에 로또를 구입하고 나면 종이에 적인 6개의 숫자를 바라보며 '6개 모두 당첨이다'는 마음속 생각을 합니다. 어떤 날에는 종이에 키스까지 한 적도 있었고요. 그리고 토요일 저녁이 되기 전까지 '로또 1등 당첨되면 뭐할까?'라는 마음속 생각을 많이 합니다. 많은 돈을 가지면 사업을 하고 싶고,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고, 잉글랜드 축구 여행을 떠나고 싶고, 그외 등등 별별 잡념들이 머릿속을 스치더군요.

그러나 저는 1년 넘게 로또 당첨에 실패했습니다. 워낙 로또 운이 안좋은 데다 88만원 세대다 보니 한 주에 1000원씩만 겁니다. 그래서 로또에 당첨될 가능성이 적습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군 입대 기간 제외) 로또 하면서 당첨된 것은 5등 당첨 2번이 전부였습니다. 한 주에 로또 당첨자만 하더라도 수만명 혹은 십만명 넘게 속출합니다만(물론 중복 당첨자가 있겠지만요) 저는 지지리도 운이 없더군요. 그래서 로또 방송이 끝나는 8시 49분 즈음에는 로또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실망합니다.

이렇게 지낸 게 벌써 1년이나 넘었네요. 저와 같은 입장에 있는 분들이 많이 있으시기 때문에(로또가 대중화 되었으니까요) 그것을 위안삼으며 다음주에도 로또하고, 다다음주에도 로또를 하며 인생 대박의 꿈을 꿉니다. 로또 1등에 실패하더라도 2~4등도 만족하는게 저니까요. 왜냐하면 4등 이상 당첨되었던 경험이 없으니까요.

하루는 엄마가 "너 로또 당첨 되지 않을꺼면서 왜 로또하냐? 한 주에 1000원만 쓰면서"라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래도 모르죠. 운 좋게 당첨되면 기분 좋은거 아니겠어요"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1년 넘게 로또 당첨에 실패하더라도, 언젠가 저에게 많은 돈을 안겨줄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에 토요일 로또 방송이 끝난 뒤 쓴잔을 마시더라도 계속 로또를 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제가 흔히 말하는 '로또의 덫'에 걸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주에 1000원만 걸기 때문에 돈 낭비하듯 로또를 하지는 않으니까요. 물론 로또 당첨은 새해가 되면 '자신이 제일 바라는 희망'이라는 설문 조사에서 상위권에 단골로 포함됩니다만 반드시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로또 1~2등 당첨되고도 흥청망청 돈을 쓰다 파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고, 로또 당첨이라는 희망감에 엄청나게 로또를 사들이다 적자 인생으로 전락한 사람들의 사례는 우리네 인생판에서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6일 오후 8시 50분 SBS <인터뷰 게임>에서는 로또에 인생을 건 사람들의 사례가 방영되었습니다. 2등 당첨 1번, 3등 당첨 14번했던 어느 한 시민이 로또 1등에 당첨되었던 사람을 비롯, 전국 로또 명당을 돌며 지금까지 3억원이나 로또에 투자했던 사람, 꿈으로 로또 번호를 맞추는 사람, 로또 투자로 1억 4000만원이나 날렸던 사람, 계속된 로또 당첨 실패 불운에 '죽고 싶다'며 지병을 치료하지 않는 사람들을 인터뷰 하는 방송인데, 로또의 정체성에 대해서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더군요.

제가 이 방송을 보면서 깨달았던 것은, 로또는 '양날의 칼'이라는 점입니다. 그 방송을 보면서 로또 당첨이 무조건 인생 실패와 직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1~2등 당첨되는 사람 중에서도 지금까지 인생 잘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돈 관리 못해 망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런가하면 로또에 과잉투자하다 바닥으로 떨어진 사람들도 있었으니까요. 로또를 통해 영원히 인생 대박을 누리고 싶다면 '죽는날까지 돈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자기 자신과의 컨트롤 싸움에서 좌우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로또 당첨금은 그저 보너스에 불과할 뿐이니까요.

그럼에도 로또 당첨을 통해 인생 대박을 누린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엄청난 손해를 봤던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망치지 않는다면 로또 당첨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덫에 걸리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로또가 인생 대박을 안겨준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습니다만, 양날의 칼인 만큼 '자기가 가지고 있는 한도 내에서' 정도껏 즐기는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한 주에 1000원씩 로또하는 저 같은 경우에도, 앞으로 엄청난 액수로 로또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SBS 방송을 보면서 로또가 사람 인생에 결코 유쾌한 결과를 안겨주지 않음을 파악했기 때문이죠.

인생 대박을 안겨줄 수 있는 존재는 여럿 있겠습니다만, 그중에서도 가장 값지고 참된 것은 '일'이 아닌가 싶네요. 로또는 1등 당첨 되더라도 사람의 인생을 파산시킬 수 있지만, 일은 열심히 한다고 해서 금전적으로 손해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돈을 더 받는 것이 당연한 진리니까요. 앉아서 쉽게 돈을 버는 것 보다는 땀흘리며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더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일의 가치는 막중한 자산가치를 쌓을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돈 관리까지 착실하게 잘 하여 절약하는 인생을 살게 된다면 나중에 금전적으로 얻는 것은 더 많아집니다.

그래서 20대 중반에 속한 저는 요즘에 가계부를 쓰고 있습니다. 군에서 제대한 이후부터 은행 잔고 현황, 월 소득현황을 지금까지 기록했고, 이제는 가계부를 씁니다. 제가 '허황된' 로또 1등을 꿈꾸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기 인생에 막대한 부작용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일'을 통해 자신의 능력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이 더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인생 대박은 일을 통해 얼마만큼 돈을 벌어들이고 이를 잘 관리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쩌면 인생 대박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pulse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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