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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일)부터 14일까지 전국적으로 강추위가 계속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이른 아침 등산 준비를 하는데 추위가 예사롭지 않은 듯하다. 아직 감기 기운이 남아 있어 잔기침을 하고 미열이 있긴 하지만 몸을 추스르고 길을 나선다. 양산을 벗어나 동면 사송리 마을로 향하는 길. 갑작스런 강추위 탓인지 사람들은 털외투를 입고도 잔뜩 움츠린 모습으로 길을 지나고 있다. 이런 추운 날에도 우리처럼 등산에 나선 사람들도 보인다.

 

양산 동면 사송마을에 도착해 언덕 위에 위치한 양울교회에 차를 세운다. 어느새 10시 55분이다. 지난번 겨울 산행 때도 추위에 엄청 떨었기에 나는 옷을 겹겹이 입고 모자, 목도리, 장갑을 낀 뒤 여벌의 장갑까지 준비했다. 눈만 겨우 보일 정도로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등산로에 오르니 발걸음이 둔하다.

 

찬바람을 쐬자 잔기침이 시작되더니 좀처럼 멈추질 않는다. 한참동안 걸어 올라가자 겨우 몸에 온기가 퍼져 바깥 공기에 익숙해졌지만 땀은 나지 않았다. 찬바람에 노출된 얼굴 부위가 가장 춥다. 겨울나무들은 고요한 숲 속에서 빈 몸으로 겨울을 견디고 있다. 발밑에 수북이 쌓인 마른 낙엽 길을 걷는다. 산길은 추위에 꽁꽁 얼어 있다.

 

 

사배약수터에 도착, 11시 15분이다. 약수터 물은 강추위에도 계속 졸졸 흐르고 있다. 차가우리라 생각했던 약수터 물은 오히려 미지근했다. 약수터에서 만난 어르신이 잔기침이 끊이질 않는 나를 돌아보며, "산에 오랫동안 안 다녔던 모양이네요!"라고 말한다. 나는 산에 많이 다녀서 감기를 앓았다고 생각했는데 정 반대의 말씀을 하신다.

 

"지난번에 새벽산행을 하고나서 감기를 얻었다"고 했더니, "1시간이라도 산에 계속적으로 다니는 사람들은 절대로 감기를 앓지 않는다"며 산행을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얼마쯤 가다보니 사배고개가 나온다. 여기서 어르신과 헤어졌다. 사배고개에는 범어사, 계명봉, 고당봉, 장군봉 가는 여러 갈래의 갈림길이 나 있다. 우린 장군봉으로 간다. 제법 경사 높은 길이 한참동안 계속된다.

 

 

생각보다 많은 산 벗들이 오늘 같은 강추위 속에서도 등산을 했다. 등산로에서 많은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오르막 등산로는 계속 이어지고, 한참만에 전망바위에 도착한다. 계명봉, 범어사, 금정산 고당봉 등이 조망된다. 한 5분 정도 더 가다보니 장군봉 억새평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람의 능선이다. 바람이 거침없이 너울거린다.

 

살을 에는 차가운 겨울바람이다. 눈앞에 펼쳐진 억새평원, 가을이면 억새꽃 바다를 이룰 이곳에 먼저 당도한 산 벗들이 장군봉 정상 아래 억새밭 볕바른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점심도시락을 먹거나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억새평원 한가운데 오솔길 따라 걷는다. 넓은 억새평원을 따라 길을 걸어 장군봉(734미터, 12:35) 정상에 도착한다.

 

 

장군봉 정상석 앞에서 우리가 올라온 길 뒤편, 양산 다방동에서부터 718봉 능선을 타고 당도한 사람들과 맞닥뜨린다. 참 많은 산 벗이 여기 저기 사방으로 난 각기 다른 길을 따라 한 곳에 모였다. 장군봉 정상에서 사방으로 트인 풍경을 조망한다. 저 멀리 양산 오봉산, 낙동강 은빛물결, 금정산 고당봉, 금정산 계명봉 등이 보인다. 장군봉 정상에서 다시 내려와 억새평원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고 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는다.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은 위에 있어, 한참 앉아 있으니 나른해진다. 낮잠이라도 한숨 자고 싶어진다. 억새밭 곳곳에서 두런두런 얘기소리 들려오지만 사람들은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온 길을 따라 이제 막 억새능선을 넘어오는 사람들도 보인다. 길은 길로 이어지고 길에서 또 다른 길을 거미줄처럼 내고 있어 사람들은 모였다가 길에서 다른 길로 흩어진다.

 

 

장군봉 억새평원 한가운데서 금정산 고당봉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과 계명봉으로 가는 길로 가는 사람들로 나누어진다. 오늘 같은 날, 따끈한 커피 한잔이 그립다. 커피를 가져오지 않아 커피가 더욱 마시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달래고 얼마 동안 앉아 쉰다. 바람이 들지 않는 따사로운 햇살 속 억새밭에 마냥 앉아 있고 싶어진다. 하지만 갈 길이 멀어 일어선다.

 

우린 이제 금정산 고당봉으로 간다. 억새풀 사이에 앉아 있다가 길에 다시 서니 바람도 날을 세워 달려든다. 넓디넓은 장군봉 억새평원, 햇살이 마음껏 깃을 벌리는 억새평원을 벗어나 좁은 오솔길 따라 오른쪽으로 난 길을 걷는다. 울퉁불퉁 바위투성이 흙길은 겨울 가뭄 때문인지 먼지가 풀썩풀썩 일어선다. 얼마쯤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다시 평평한 길로 이어지다가 완만한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처음엔 바람이 와 닿아 추웠지만 능선 길 접어드니 바람은 머리 위에 있다. 장군봉에서 금정산 고당봉까지의 거리는 제법 긴 길이다. 길 곳곳이 얼어 있고, 잔설이 남아 있다. 한참을 걷다가 암릉지대로 접어든다. 편하게 고당봉까지 이어진 길이 있지만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암릉지대를 보기 위해 바람이 거칠게 와 닿는 좁은 소로로 접어든다.

 

세찬 바람이 몸을 흔든다. 금정산엔 암릉지대도 많다. 편안한 육산인가 싶으면, 곳곳마다 기암괴석들이 나타나 바위산의 늠름한 기상을 보여준다. 산만한 넓이와 높이의 암릉들이 입이 떡 벌어지도록 시선을 압도하며 곳곳에 펼쳐져 있다. 바위 위에 오르자 칼바람이 몸을 흔든다.

 

 

암릉지대를 지나자 금정산 고당봉이 눈앞에 조망된다. 금정산 고당봉 오르는 길은 고당봉 아래를 빙 둘러싸고 사방으로 뻗어 있다. 철 계단 길도 두고, 빙 둘러서 금샘 쪽으로 가서 오르는 길도 두고 우린 고당봉 뒤편에서 곧장 고당봉으로 오르는 길로 오른다. 많은 산 벗을 고당봉에서 만난다. 고당봉 정상 앞에 바위를 조심조심 넘어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날은 아주 맑고 하늘은 구름 없이 깨끗하다. 금정산 고당봉에서 내려와 호젓한 하산 길에 선다. 사배고개에 다시 도착하니 오후 3시 40분이다. 4시 정각에 출발지에 도착한다. 크게 힘들지 않으면서 넉넉하게 걸었던 산행이었다.

 

 

산행수첩

1. 일시:2009년 1월 10일(토). 맑음

2. 산행기점: 양산시 동면 사송리 양울교회 위

3. 산행시간: 5시간 05분

4. 진행: 양울교회(10:55)-사배약수터(11:15)-사배고개(11:25)-조망바위(12:10)-장군봉정상(734미터, 12:35)-점심식사 후 하산(1:15)-옹달샘약수터(1:25)-금정산 고당봉(801미터, 2:30)-하산(2:40)-사배고개(3:40)-사배약수터(3:45)-양울교회(4:00)

덧붙이는 글 | 2009.1.10(토)에 다녀왔습니다. 


태그:#장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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