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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소비의 엄청난 증가로 인해

 

.. 지난 세기 화석연료 소비의 엄청난 증가로 인해 인류는 두 가지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  《정혜진-태양도시》(그물코,2004) 26쪽

 

 ‘직면(直面)’이란 “바로 본다”는 말이니 ‘맞닥뜨리다’ 같은 말을 고쳐 주면 한결 낫습니다. ‘심각(深刻)’한 위기란 ‘대단한’ 위기나 ‘엄청난’ 위기로 손질해 줍니다.

 

 ┌ 화석연료 소비의 엄청난 증가로 인해

 │

 │→ 화석연료 소비가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에

 │→ 화석연료 소비가 엄청나게 늘어나서

 │→ 화석연료를 엄청나게 썼기 때문에

 │→ 화석연료를 나날이 엄청나게 쓰기 때문에

 └ …

 

 “소비의 증가”라는 대목에서는 “소비가 늘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말차례를 바꾸어 “엄청나게 쓰다”로 다듬을 수 있어요. 이때에도 어떻게 다듬든 좋습니다. 자기 말투에 따라서 알맞게 다듬으면 돼요. 여기서는 토씨 ‘-의’도 말썽이지만 뒤에 잇달아 나오는 ‘-로 인해’라는 말투 때문에 더욱 까다롭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둘 모두 다듬어 줍니다. 토씨 하나 알맞게 쓰면 뒤따르는 말 또한 알맞게 붙고, 토씨 하나 엉뚱하게 쓰면 뒤에 나오는 말이 덩달아 엉뚱하게 됩니다.

 

ㄴ. 강의의 주제

 

.. 강의의 주제는 사람들을 좋게 평가하라는 것이었는데 이 강의가 끝나자 한 여자가 손을 들었다 ..  《로리 팰라트닉,밥 버그/김재홍 옮김-험담》(씨앗을뿌리는사람,2003) 105쪽

 

 ‘평가(評價)하라는’은 그대로 두어도 나쁘지 않으나, ‘말하라는’이나 ‘이야기하라는’으로 손보아도 괜찮습니다.

 

 ┌ 강의의 주제는

 │

 │→ 강의하는(강의한) 주제는

 │→ 강의 주제는

 └ …

 

 우리는 “오늘 아침 신문에 무엇이 났니?”라든지 “오늘 저녁 반찬은 뭐야?”라든지 “네 친구 이름은 어떻게 되니?” 하고 말합니다. “오늘의 아침의 신문'”나 “오늘의 저녁의 반찬”이나 “너의 친구의 이름”이라고 말하지 않아요.

 

 강사가 강의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의 주제’가 있을 뿐, ‘강의의 주제’란 없습니다. ‘강의’라는 말 뒤에 무언가 붙이고 싶다면 ‘-하는’이나 ‘-한’을 붙이면 됩니다. 쓸데없이 토씨 ‘-의’를 붙일 까닭이 없어요. 토론을 할 때에도 ‘토론 주제’이지 ‘토론의 주제’가 아닙니다. 학습을 할 때에도 ‘학습 주제’일 뿐 ‘학습의 주제’는 아닙니다.

 

ㄷ. 흙의 촉감

 

.. 한 발 한 발 뗄 때마다 느껴지는 흙의 촉감도 좋지만, 이제 막 올라오기 시작하는 냉이와 꽃다지 같은 봄꽃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  《임종길 글/그림-두꺼비 논 이야기》(봄나무,2005) 8쪽

 

 “올라오기 시작(始作)하는”은 “올라오는”으로 손봅니다.

 

 ┌ 촉감(觸感) = 감촉(感觸)

 │   - 부드러운 촉감과 더불어

 ├ 감촉(感觸) : 외부의 자극을 피부 감각으로 느끼는 일

 │   - 감촉을 느끼다 / 감촉이 좋다 / 감촉이 차다

 │

 ├ 느껴지는 흙의 촉감도 좋지만

 │→ 느껴지는 흙도 좋지만

 │→ 다가오는 흙 느낌도 좋지만

 └ …

 

 ‘촉감’은 ‘감촉’과 같은 말이라는데, 한자만 앞뒤로 바꾼 말이네요. 가만히 보면, 적잖은 한자말들이 앞뒤만 바뀐 채 쓰이고 있어요. 다른 느낌은 거의 없이 두 가지 한자말이 쓰인다고 할 텐데요, 한자말을 쓴다고 잘못이 아니라, 그때그때 알맞게 쓰이던 여러 가지 토박이말이 밀리게 됩니다. 보기글에서는, “느껴지는 흙의 촉감도”처럼 적으면서, ‘느껴지는’과 ‘촉감’이 겹말이 되어 버립니다.

 

 그런데 국어사전 보기글을 보니, “감촉을 느끼다”가 있군요. “피부 감각으로 느끼는 일”이라는 ‘감촉’이니, “피부 감각으로 느끼는 일을 느끼다”가 되는 셈입니다. 다른 데도 아닌 국어사전이라면, 이와 같은 겹말이 쓰이지 않도록 더 마음을 쏟고 살펴야지 싶은데.

 

 어쩌면, 국어사전부터 이런 겹말이 함부로 쓰이도록 내버려 두고 있기 때문에, ‘촉감’이든 ‘감촉’이든 올바르게 쓰이지 못하고, 이런 한자말이 제자리에 알맞게 쓰이지 못하기 때문에 토씨 ‘-의’도 엉뚱하게 끼어들거나 들러붙지 싶어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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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의#우리말#우리 말#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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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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