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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四川)성 수도인 청두(成都)시 톈푸(天府)대도 상에 위치한 청두농촌재산권거래소. 거래소 안 곳곳에는 붉게 쓰인 구호가 인상적인 팸플릿이 붙여져 있다.

 

'농촌 재산권의 합리적인 거래를 보장하고, 기업 투자를 유치하여 농촌 경제를 진작시킨다.'

 

팸플릿의 구호는 토지 경작권의 임대와 매매를 주관하는 농촌재산권거래소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청두농촌재산권거래소는 토지 경작권을 거래하기 위해 중국 최초로 문을 열었다. 토지 국유제를 원칙으로 하는 사회주의국가 중국에 토지 경작권을 거래하는 기관이 생긴 데는 새로운 토지정책에 따른 것이다.

 

작년 10월 12일 중국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7기 삼중전회)는 '농촌개혁발전에 관한 약간의 중대문제 결정'이라는 문건을 통과시켰다. 이 문건에 따라 중국은 농지를 임대하거나 토지 경작권을 매매하는 토지 유동화 정책을 결정했다. 토지의 임대, 저당, 양도 등을 가능토록 해서 토지 경작권을 자산화 시킨 것이다.

 

지난 12월 4일에는 쓰촨과 인접한 직할시 충칭(重慶)에 농촌토지거래소가 개소했다. 충칭농촌토지거래소는 청두 및 그 주변 지역만의 토지 경작권을 거래하는 청두재산권거래소와 달리, 중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거래소다. 두 거래소는 일반인에게 농지 경작권을 매매하는 토지도급(承包)경영권과 도시 기업의 대규모 영농화를 보장하는 임업권, 농촌집단건설용지사용권, 농촌경제조직주권 등의 거래를 주관하고 있다.

 

내륙도시인 청두와 충칭에 토지거래소가 잇달아 문을 연 것은 두 도시가 중국정부가 지정한 도농복합 경제신특구이기 때문이다. 2007년 6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청두와 충칭을 '도농 통합발전 종합개혁 시범지구'로 선정했다.

 

중국정부는 1980년 광둥(廣東)성 선전(深圳), 주하이(珠海) 등을 경제특구로 지정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경험을 바탕삼아 경제특구 정책을 계승한 신특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충칭과 청두는 2005년 6월 상하이 푸둥(浦東)신구, 2006년 5월 톈진(天津) 빈하이(濱海)신구에 이어 3번째로 지정된 신특구이다.

 

 

토지경작권 거래 허용 농촌 경제발전 꾀해

 

1978년 이래 중국은 외국자본 유치를 통해 대외무역을 발전시키는 경제정책을 추진해왔다. 개혁개방정책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기간 수천만 명이 굶어 죽을 정도로 가난했던 중국을 변모시켰다. 1978년 379위안에 불과하던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2007년 1만8665위안으로 47배 증가했다. 1978년 206억 달러에 불과했던 대외무역액은 2007년 2조1738억 달러로 105배나 늘면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동부 지역과 도시 주민은 혜택을 받았지만, 서부 지역과 농촌 주민은 철저히 소외당했다. 지나친 지역간, 도농간, 계층간 빈부격차는 중국의 지속적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07년 중국 동부와 서부 지역간 소득 격차는 평균 3.1배에 달한다. 동부에서 가장 잘 사는 상하이와 낙후된 서부 구이저우(貴州)성 간의 격차는 무려 9.9배나 벌어졌다. 도농간 소득 격차도 1984년 1.84:1에서 2007년에는 3.6대1로 더욱 확대됐다.

 

서부지역의 중심도시인 충칭과 청두에 경제 신특구를 건설한 것은 체제 위기로까지 치닫는 심각한 지역간, 도농간 격차를 줄이려는데 있다. 즉, 충칭과 청두의 자율적이고 과감한 개혁을 통해 도동 간의 균형발전 모델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우대정책과 외자 도입으로 발전시킨 경제특구와 달리 개혁주체인 지방정부에게 제도개혁 권한을 대폭 이양했다. 과감한 제도혁신을 통해 농업의 산업화, 토지의 규모경영 등 도농간 격차축소와 지역특색의 산업 발전을 도모하여 신특구 성장을 촉진하는데 있다.

 

토지 경작권을 거래토록 허용한 것은 농촌의 경제발전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조치다. 중국정부는 농민의 토지 경작권을 주식화 하여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하여금 분산된 토지를 대규모 경영토록 하고 있다. 대도시 주변에 소도시를 건설하여 농촌 주민을 소도시로 점차적으로 이주시키는 도시화 정책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고속도로와 간선 철도를 집중 건설하여 농촌 인구를 대도시에서 한 시간 거리의 신도시로 포용할 계획이다.

 

 

 

극심한 도농격차 해소하기 위한 실험 '도농복합 신특구'

 

충칭과 청두가 경제신특구로 지정된 데에는 '대도시, 대농촌'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두 도시는 도시와 농촌간 발전 차이가 매우 크며, 도농 이원화 구조의 모순이 두드러진 광역도시다.

 

청두는 1200만 명의 인구 중 농촌 인구가 600만여 명으로, 도농 소득 격차는 2.58:1이다. 충칭은 더욱 심각하여 3300만 명의 인구 중 농촌 인구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도농 소득 격차가 4:1에 달한다. 충칭은 중국이 앓고 있는 지역간, 도농간 격차의 축소판인 셈이다.

 

충칭·청두 신특구는 양쯔강(長江)상류경제권의 핵심이기도 하다. 2006년 중국 제11차 5개년 계획에 따라 지정된 양쯔강상류경제권은 환발해경제권(베이징), 양쯔강삼각주경제권(상하이), 주강삼각주경제권(광둥)에 이은 제4의 중점 경제권이다. 양쯔강상류경제권은 총면적 20만 ㎢에 거주인구만 8000만 명을 넘는다. 대도시인 충칭과 청두 외에도 16개 중등도시와 17개 소도시가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충칭과 청두는 중국정부가 2000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해 온 서부대개발 정책의 중점도시다.

 

현재 충칭과 청두는 동부 지역과의 격차 축소를 위해 공업개발구와 금융중심지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본래 충칭은 중국의 6대 화학제품 생산기지이자, 10대 철강 생산기지이다. 중공업 도시로 기계·자동차·오토바이·철강·알루미늄 생산이 충칭 전체 공업생산의 2/3를 차지한다. 청두도 중국에서 2번째로 선물거래소가 개소되는 등 서부 지역의 금융허브로 발전해왔다.

 

중국정부는 이런 두 도시의 특성을 고려하여 발전 계획을 수립했다. 충칭은 각지에 분산된 소규모 공업개발구를 3~4개로 한데 묶어 공업집중구로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기본 산업의 이점을 키워 자동차 부품, 오토바이, 에너지 등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청두에는 주식거래소 설립과 소프트웨어, 애니메이션 등 IT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충칭과 청두의 분업과 협력을 강화하여 경제력과 시장조건을 갖춘 생산 및 소비기지로 성장시키려는 것이다.

 

 

과감한 토지제도 개혁과 도시화로 농촌 개혁 이룬다

 

지역간, 도농간 격차 축소가 충칭·청두 신특구의 정책 주안점이 되고 있지만, 현지 학자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랴오위안허 충칭공상대학 부학장은 "충칭과 청두는 산업 구조면에서 상호보완적인 형태를 지녔다"면서 "다양한 도농 통합 실험을 통해 얻어지는 농촌 개혁 모델은 중국 전역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랴오 부학장은 "도농 이원화는 서부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이지만 체계적인 시장경제 메커니즘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며 신특구 정책은 서부대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낙관했다.

 

이에 반해 린링 쓰촨성사회과학원 학술고문은 "기본 조건이 좋은 연해의 푸둥신구나 빈하이신구과 달리 서부는 지역내 격차가 더욱 크다"면서 극심한 도농간 격차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린 고문은 "충칭과 청두는 각종 정책적 장애 속에 농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지방정부가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인적 자원이 빈약하고 시장 환경도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장밋빛 계획을 줄지어 내놓고 있지만, 충칭·청두 신특구 발전의 핵심인 농촌경제의 상황은 암울하다.

 

개혁개방 이후 해체된 인민공사가 보유했던 토지는 농가별로 균등하게 배분되어 각자 경작되었다. 농가별 할당 방식의 경작은 기계화 영농을 가로막아 농업 생산성을 떨어뜨렸다. 지난 1978년부터 30년간 농민 1인당 식량 생산량은 1071㎏에서 1673㎏으로 연평균 1.5% 상승에 그쳤다. 농민 소득도 1990년대 이후 상승률이 10%대를 하회했다.

 

쑹홍위안 농업부 농촌경제연구센터 주임은 "올해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중국 정부가 목표한 9%의 농민소득 증대가 불투명하다"면서 "경작권 거래로 대표되는 토지제도 개혁과 페달을 급속히 밟는 도시화가 농촌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17기 3중전회에서 중국공산당은 2020년까지 농민의 1인당 소득을 현재의 두 배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 청사진의 시험장으로 충칭·청두 신특구가 있다. 중국이 경제특구의 기적을 거울삼아 충칭과 청두에서 도농격차의 병폐를 없앨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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