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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창항 컨테이너 부두 전경. 600여년 전 정화의 원정대는 이곳을 출발하여 아프리카까지 방문했다.
 타이창항 컨테이너 부두 전경. 600여년 전 정화의 원정대는 이곳을 출발하여 아프리카까지 방문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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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년 윈난(雲南)성 이슬람교도 출신의 명나라 환관 정화(鄭和)는 첫 '남해대원정'에 나섰다. 정화가 이끈 원정대는 길이 150m, 폭 60m가 넘는 대형 범선을 비롯하여, 100여 척에 이르는 대규모 함대이었다. 이 함대는 당시 유럽 모든 나라의 군함 수를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였다. 정화의 원정대는 1433년까지 7차례 항해에 나서 동남아, 인도, 페르시아, 아프리카까지 방문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도자기, 비단 등 자국의 문화와 상품을 전 세계에 과시하면서 타국과의 상거래를 촉진했다.

지난 2004년 정화의 원정대가 출항했던 중국 장쑤(江蘇)성 타이창(太倉)항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두 차례 열렸다. 하나는 정화의 대항해 600주년 'D-1년'을 기념하여 당시 범선 뤼메이마오(綠眉毛)호를 복원한 목제선이 해상 실크로드 답사에 나섰다.

또 하나는 타이창항 제1기 컨테이너 부두 공사가 완공되어, 컨테이너 처리능력이 10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단위)를 돌파했다. 타이창항은 2006년에는 2기, 작년에는 3기 부두 공사를 완공하여 최대 260만 TEU 컨테이너 처리능력을 갖췄다.

컨테이너 처리능력은 항만 경쟁력의 바로미터다. 세계 주요 항만은 늘어나는 컨테이너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다각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항만 개발과 장비 투자 등의 시설 확보, 첨단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통한 운영능력 제고는 항만의 기본조건이다. 여기에 신속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는 해운사 유치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세계무역전쟁 속에서 한 나라의 항만 경쟁력은 그 나라의 경제 성장과 무역 발전에 주춧돌이 된다.

자국 내의 항만 간, 타국의 주요 항만 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타이창항도 경쟁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타이창항은 장쑤성 쑤저우(蘇州)시에 속해 있는 장자(张家)항과 창서우(常熟)항을 통합한 쑤저우항의 기축항이다.

쑨송(孫松) 타이창항 관리위원회 국장은 "상하이·장쑤·저장(浙江) 등 양쯔강삼각주경제권은 2008년 상반기 기준 국민총생산(GDP)이 3조1000억 위안(한화 약 604조5000억원)으로 중국 전체 GDP의 23.5%를 차지한다"면서 "타이창항은 상하이항의 북쪽 날개에 책임지는 보조항으로 장쑤성의 무역 창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창 컨테이너 항만 전경. 타이창항은 쑤저우의 중심항만이자 상하이항의 북쪽 날개 격이다.
 타이창 컨테이너 항만 전경. 타이창항은 쑤저우의 중심항만이자 상하이항의 북쪽 날개 격이다.
ⓒ 타이창항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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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일 주요 항만 물동량 세계 순위 (단위: 만 TEU)
 한·중·일 주요 항만 물동량 세계 순위 (단위: 만 TEU)
ⓒ 한국무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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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물동량이 62배 증가... 중국 항만의 폭발적 성장

중국의 주요 항만은 비약적인 경제 발전에 따라 규모가 급속히 성장해 왔다.

2007년 현재 중국에서 1억 톤 이상의 화물 처리량을 기록한 항만은 13개에 달한다. 상하이(5억6144.6만톤), 닝보·저우산(寧波·舟山, 4억7162.95만톤), 광저우(廣州, 3억4136.28만톤), 톈진(天津, 3억946.5만톤)의 물동량은 세계 10위 안에 들고 있다. 컨테이너 처리능력이 300만 TEU 이상 가능한 항만도 상하이, 선전(深圳), 칭다오(靑島), 닝보·저우산, 광저우, 톈진, 샤먼(廈門), 다롄(大連) 등 8개에 달한다.

중국 항만의 성장은 우리나라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실적과 비교하면 잘 드러난다. 1990년 한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47만 TEU로, 156만 TEU에 불과한 중국의 1.6배에 달했다. 그 뒤 한국은 연평균 13.3% 늘어나 2006년 한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6.5배 증가한 1596만 TEU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연평균 29.5% 증가하여 2006년 9400만 TEU를 돌파했다. 16년 만에 중국은 62배나 증가하여 한국을 저만치 따돌린 것이다.

중국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량이 급성장한 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 중국 경제와 무역의 획기적인 성장은 항만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평균 9.8%에 달했다. 대외무역은 1978년에 206억4000만 달러에서 2007년 2조1738억 달러로 105배나 늘었다. 둘째, 대대적인 항만 확충으로 화물 처리능력이 대폭 개선되었다. 2002년 100만 TEU 이상 컨테이너를 처리했던 항만은 8개에 불과했지만, 2007년에는 14개로 늘어났다. '21세기형 컨테이너선'으로 불리는 포스트 파나막스(Post Panamax)급 컨테이너선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도 6개에 달한다.

셋째, 중국의 각 항만마다 컨테이너 정기노선과 취항 수를 대폭 늘리고 있다. 상하이항은 2006년 현재 컨테이너 정기노선 수가 한 달에 206차례로, 그 중 절반은 국제노선이다. 선전항도 2007년에만 20여 개의 신규 노선을 개설하여, 정기노선 수를 182개로 늘렸다.

허문구 한국무역협회 국제물류지원단 팀장은 "2007년 수출입 호조로 반짝 증가세가 있긴 했지만 2003년 이후 부산항과 광양항의 컨테이너 환적 물동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의 꾸준한 항만 개발과 해운사의 중국 직항노선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주요 항만 컨테이너 처리 추이 (단위: 만 TEU).
 중국 주요 항만 컨테이너 처리 추이 (단위: 만 TEU).
ⓒ 인천발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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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세물류원 운영에 외국자본 유치까지, 항만 발전에 경주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신속하고 차별화된 터미널 운영은 중국 항만의 발전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싱가포르항에 이어 세계 제2위인 상하이항은 다양한 정보화 기술을 시행하고 있다. 모던 컨테이너 지능화와 컨테이너 작업 다극화 시스템은 무인 컨테이너 하역을 가능케 하여 첨단 항구를 실현코자 하는 상하이항의 야심을 보여준다. 톈진항도 컨테이너 네트워크 자동화 시스템과 부두 작업과정 통제시스템 등을 개발하여 국제적 수준의 항만 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타이창항은 첨단 정보시스템이 갖춰진 중앙통제실에서 항만의 모든 작업을 통제, 관리한다.

프레드 캐스톤가이 쑤저우항 모던터미널 사장은 "타이창항에 입항하려는 선박에게 24시간 전 접안 부두와 하역 작업에 대한 모든 사항을 수치화 하여 통보한다"고 밝혔다. 캐스톤가이 사장은 "중앙통제실에서 신속한 하역 작업을 도와 선박이 최대한 빨리 입출항토록 하고 있다"면서 "화물 처리 속도를 더욱 빨리 하기 위해 첨단 5세대 크레인을 도입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보세물류원(保税物流園)의 운영은 항만을 이용하는 기업의 통관과 운송 업무를 편리하게 해주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4년부터 항만 내에 보세물류원을 설치했다. 보세물류원에 반입된 화물은 수출로, 반출된 화물은 수입으로 인정한다. 수출 상품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인 증치세 환급 신청도 화물 반입과 동시에 가능하다. 이용자는 간단한 통관 절차만 밟고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보세물류원이 설치된 중국 내 항만은 쑤저우항을 비롯하여 10여 개에 달한다.

팡정 타이창신항물류회사 부사장은 "보세물류원 내 창고로 고객의 주문이 있을 때만 필요한 물량을 간단한 통관 절차에 의해 수출입 할 수 있다"면서 "보세물류원은 중국 소비자에게 공급하려는 기업이나 해외에 수출하려는 기업 모두에게 편리하다"고 소개했다.

팡 부사장은 "작은 규모로 여러 번 통관할 경우 세관의 허가를 얻어 일괄 신고할 수 있다"며 "통관 비용을 절감하고 운송시간도 단축하여 소액 주문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갓 선박에서 하역된 컨테이너가 적재장에서 내려지고 있다. 타이창항 컨테이너 적재장의 크레인은 전기로 운전되는 친환경시설이다.
 갓 선박에서 하역된 컨테이너가 적재장에서 내려지고 있다. 타이창항 컨테이너 적재장의 크레인은 전기로 운전되는 친환경시설이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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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창항에 반출입되는 컨테이너는 중앙통제실의 지시에 따라 간단한 확인 절차만을 받고 신속히 처리된다.
 타이창항에 반출입되는 컨테이너는 중앙통제실의 지시에 따라 간단한 확인 절차만을 받고 신속히 처리된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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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침체에 감소세로 돌아서... 과감하되 세심한 투자 필요

중국이 항만 개발과 배후 단지 건설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경제 규모의 확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과감한 개방 정책이 무엇보다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은 투자 주체의 다변화라는 정책 방향 아래 항만의 지분을 국내외 해운기업과 부두운영업체에게 과감히 내주고 있다.

중국 주요 항만은 모두 외국 기업과 투자, 합작 관계를 맺고 있다. 수익이 높은 컨테이너 관련 분야에서는 외국 기업의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타이창항 컨테이너 부두를 운영하는 쑤저우항 모던터미널도 쑤저우시와 홍콩 및 미국이 투자한 합작 기업으로, 사장은 미국인이다.

각 항만 간의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도 눈에 띈다. 중국정부는 항만마다 분업 체계를 만들고 주변 도시와 연계한 물품별 운송 경로를 설정했다. 이에 따라 각 항만은 석탄, 석유, 철강석, 컨테이너, 식품류, 자동차, 여객운송 등 주변 물류 네트워크에 맞게 특성화 됐다.

류리민 타이창항 관리위원회 부주임은 "타이창항은 컨테이너와 석유를 주로 처리한다"면서 "같은 지역 내에 있는 장자항은 철강석을, 창서우항은 석탄을 처리토록 해 제 살 깎기 경쟁을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성장과 무역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이긴 하지만, 비대해진 항만의 규모가 효율적 운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침체일로로 겪고 있어 중국 수출입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외무역이 줄어들면서 작년 중국 항만의 물동량은 7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작년 12월 상하이항과 선전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1월에 비해 각각 6%, 15.7%나 줄어들었다. 지난 해 전체 컨테이너 처리실적도 2007년에 비해 각각 6.8%와 1.5%에 증가하는데 그쳤다.

중국 교통운수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며 "연간 물동량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쑨송 국장도 "작년 컨테이너 처리량은 목표인 180만 TEU에 조금 못 미칠 것"이라며 "이전처럼 연평균 40% 이상 증가했던 호황은 한동안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한국도 미래를 위해 과감한 사회간접시설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철저하고 세심한 사전 계획과 과학적인 수요 예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타이창항 보세물류원 내에 있는 한 회사가 창고에 보관된 제지를 수출하기 위해 운반 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 내 항만은 보세물류원을 운영하여 기업의 통관과 운송 업무를 돕고 있다.
 타이창항 보세물류원 내에 있는 한 회사가 창고에 보관된 제지를 수출하기 위해 운반 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 내 항만은 보세물류원을 운영하여 기업의 통관과 운송 업무를 돕고 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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