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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쓴 글에서는 오뎅의 유래에 관해서 밝혔다. 이번 글에서는 오뎅에 대한 개략적인 현황을 중심으로 쓰고자 한다. 오뎅은 일본 음식으로써 우리나라에 상용화된 것은 그리 오랜 세월이 아니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만든 오뎅공장에서 일하던 우리나라 분들이 해방이후 이어서 운영하면서 부산오뎅의 원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대표주자가 초량오뎅인데, 족히 30년은 되었다고 한다. 또 부산 부평동 시장에 가면 환공어묵, 미도식품, 효성식품 등 3개의 오뎅가게가 나란히 붙어서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일제시대 때부터 있던 오뎅공장도 이 부근에 있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소규모 작은 공장으로 어지간한 시장마다 하나씩 있었지만, 현재는 부산오뎅공장은 장림동 외곽에 많이 이주를 했다. 또 영진식품, 부산 대원식품 등이 오랜 전통을 자랑하고, 늘푸른바다란 회사에서도 대규모의 공장을 건설해 위생적이고 맛있는 오뎅을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왜 오뎅이라 하면 '부산오뎅'이라 여길까.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수산물이 풍부한 부산지역에서 오뎅 만드는 사람들이 어육이 70% 정도 이상 들어가지 않으면 오뎅이 안 되는 줄 알 만큼 싱싱한 어육을 듬뿍 넣어서 오뎅을 만들었기 때문에 맛의 차별화가 이루어졌다. 또 오랜 전통으로 말미암은 기술력(배합기술, 숙성기술)도 타 지역보다는 한수 위라고 자부하고 있을 정도다. 또한 비교적 부산오뎅이 비싸지만 물에 넣어도 풀어지지 않는 고유의 맛 때문에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고 한다.

 

왜 오뎅이라 하면 '부산오뎅'이라 여길까

 

오뎅은 생선을 갈아서 기름에 튀기거나 찜을 하거나 열탕에 끓여서 만든다. 생선의 종류는 거의 흰살 생선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것은 지방이 적기 때문이다. 주로 흰살 생선과 오징어, 새우 등을 사용하고 간혹 붉은 살 생선을 20% 사용하는 곳도 있다. 일본에서는 오자와라라는 동경 근처의 지방에서 만든 오뎅이 유명하고 맛이 제일 좋다고 한다.

 

일본 오뎅은 지역별로 간또(동경 쪽 관동)와 간사이(오사카 관서)로 크게 둘로 나누어서 특징이 있는데, 관동지방은 요리에 첨가물을 많이 해서 맛을 낸다고 한다. 관서지방은 자연의 색상과 맛을 최대한 살려서 맛을 낸다.

 

그래서 우동의 예를 들자면, 관동은 간장색이 진한 편이고, 관서지방은 소금으로 간을 해서 색이 연하다. 오뎅도 그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오뎅국물은 가쯔오 국물에 청주를 가미하고, 다시마 멸치 등으로 맛을 낸다. 그리고 오뎅의 솥은 반드시 구리로 된 솥을 사용한다고 한다. 구리의 성분이 단맛이 나기 때문이다.

 

부수적인 재료로는 생선어묵 외에 삶은 계란, 다시마, 쭈구미, 조개류,  곤냐꾸, 그리고 시금치나 쑥갓 등 야채를 사용하며, 유부에 당면과 야채로 속을 만든 '후꾸로'라는 것도 있다. 또 삶은 무를 큼직하게 사용하는데, 이 무를 먹어보면 그 집의 오뎅의 맛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 오뎅은 지역별로 간또와 간사이로 대별 된다

 

이밖에도 일본의 유명한 오뎅은, 북으로부터 홋카이도(北海道)에는 '미소오뎅'(味噌おでん·된장오뎅)이라는 여름에 먹는 오뎅이 있다. 곤약, 어묵, 소라 등을 다시마 국물에 조려서 된장을 찍어 먹는 오뎅이다. 또 일본은 멸치나 다시마 국물이 아닌 된장 국물로 먹는 지역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 아오모리(青森)시 주변에는 생강 된장이라는 것도 있으며, 이와테(岩手)현에는 덴가쿠(田楽) 된장, 나고야(名古屋)에서는 검붉은 색깔의 맛이 진한 핫쵸 된장(八丁味噌)에 오뎅을 찍어 먹기도 한다.

 

그리고 시코쿠(四国) 섬의 카가와(香川)현과 도쿠시마(徳島)현에서는 쌀된장에 겨자를 넣은 겨자 된장, 에히메(愛媛)현에서는 보리된장에 겨자를 넣은 미가라시 된장으로 국물 맛을 내며, 그 외에도 히메지(姫路)시를 중심으로 한 생강 간장, 오키나와(沖縄)에서는 가다랭이에 돼지 족을 반드시 넣고 국물의 맛을 낸다고 한다.

 

오늘날 일본의 오뎅은 술을 같이 파는 전문 오뎅점에서 각광받는 고급 음식으로 변모했다. 농키(呑気), 오타코(お多幸), 잇페이(一平)는 전통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오뎅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거 값싼 오뎅을 팔던 다가시야(駄菓子や·과자를 팔던 작은 구멍가게)의 역할을 오늘날에는 편의점이 대신해 주고 있어 서민 음식으로서의 오뎅의 명맥 또한 유지되고 있다.

 

그 옛날 두부를 꼬챙이에 끼워 구워 먹던 '두부 된장 구이'가 오늘날의 고급 오뎅 요리기 된 것처럼 변화의 변화를 거듭한 오뎅은 보다 고급스럽고 한편으론 보다 서민적인 맛을 개발하려는 일본인들의 노력 속에서 지금도 끊임없이 변모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오뎅은 일제시대에 어묵과 함께 일본에서 우리나라에서 들여왔으며, 해방 후 어묵은 사라지고 오뎅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어묵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도 여러 곳 생겨나 성업중이라고 한다.

 

 

필자가 재래시장에 둘러본바 아직도 그곳에서는 '오뎅'이라는 말이 일반적인 통칭어로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슈퍼나 대형마트 식품매장에 진열돼 있는 것은 모두 '어묵'이었다. 이것은 아마도 생산회사나 업자들 사이에 국어순화 차원에서 배려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몇몇 회사의 재품들이 나름대로 눈에 띠는 포장을 한 것도 다행스럽지만, 오뎅이란 외래어 표기보다는 어묵이란 우리말 사용이 한층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국어순화 차원에서 '오뎅'보다는 '어묵'으로 표현해야

 

그리고 일반적으로 재래시장에서 수제로 오뎅을 만들 때는 우선 갖은 재료를 배합하여 고르게 반죽을 한다. 여러 가지 형틀을 이용하여 갖가지 모양의 오뎅을 떠낸 다음 팔팔 끓는 기름 솥에 노릇노릇하게 튀겨낸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원활한 손놀림이어야 가능하다. 요즘은 야채를 넣어서 특유의 맛을 내는데, 그 맛의 정도도 달착지근한 게 있는가 하면, 매운 맛이 나는 것도 있다. 또 그 모양도 납작한 것, 동글동글한 것, 막대모양인 것 등 형틀에 따라 다 달랐다. 갓 튀겨낸 오뎅은 그냥 먹어도 오뎅 특유의 진 맛이 감친다.

 

 

근데 왜 오뎅은 주문 같은 것도 하지도 않고 먹고 나서 돈을 낼까? 사소한 것 같지만, 아직 한번도 이에 대한 의문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불현듯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연유는 무얼까. 너무 과민한 탓일까. 어느 음식점이든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면 으레 물 한 잔과 물수건을 내놓으며 주문을 받는다. 우리 식당문화에서 일상화된 모습이다. 손님과 식당주인의 거래인 셈이다. 당연하게 무엇을 먹을 것인지, 얼마만한 양을 주문하게 마련이다. 일단 먹을 양을 정하고 먹으면 그 양이 자제가 되는데, 오뎅 먹을 때만큼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데 좀더 생각해 보면 여긴 알게 모르게 인정스런 장사수완(?)이 끼여 있는 것이다. 오뎅은 양도 크기도 그만그만하다. 그래서 먹는 사람이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다 먹고 나서도 꼬치개수를 세어보면 먹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돈 계산이 꼬이지 않는다.

 

오뎅은 겨울철 군입거리로 더없이 친근한 음식 

 

이렇듯 단순한 것 같지만 오뎅 하나를 먹는 데도 서로가 서로를 믿는다는 따뜻한 인정과 느긋함이 배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오뎅 가게에 가면 가격도 먹을 양도 먼저 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게 대부분 사람들이 겨울철 군입거리로 즐겨 먹는 오뎅의 미학이다. 그러나 조급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먼저 돈을 내고 요량만큼만 먹으면 된다.

 

이 겨울, 거리마다 오뎅가게가 쉽게 눈에 띈다. 그만큼 다가가기 쉬운 것이다. 대부분의 가게는 나름대로의 맛으로 손님을 끌고 있지만, 필자가 다년간 먹어본 경험으로는 오뎅은 그 자체로의 맛으로도 선뜻 손이 가지만 무엇보다도 국물 맛이 먼저인 것 같다.

 

거리를 온통 휩쓸고 지나가는 칼바람에 잔뜩 옷깃을 여민 채 만나는 오뎅국물, 그 뜨뜻한 감흥은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라. 그렇기에 주머니 사정이 다소 여의치 못해도 부담 없이 오뎅꼬치를 하나 베무는 여유는 서민들이 겨울을 나는데 더없이 반가운 것이다.


태그:#오뎅, #어묵, #원조, #부산오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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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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