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14일 밤 및 15일 밤 서울지방에 1~3cm 가량의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로 우리 동사무소 직원들은 근무조별로 이틀 밤을 세워 대기했다. 하지만 눈다운 눈은 오지않고 오늘 아침 아홉시가 지나고 나서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비탈진 골목이 많은 우리동네 직원들과 함께 하늘만 바라보다가 눈발이 굵어지는 것을 보고는 1톤 트럭에 체인을 감고 염화칼슘을 싣기 시작하는데 주머니속의 핸드폰이 떨어댄다. 우리 동네 사는 분의 문자 메시지다.

 

"함박눈이 펄펄 와요. 너무 멋져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참 속없다 싶다.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눈이 오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하지만 우리도 눈이 오면 지겹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니, 눈이 오면 동사무소 직원들이 염화칼슘을 뿌리고 제설작업을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염화칼슘을 뿌리지않고 싶지만 이제는 않될 것 같다. 넓은 도로는 구청에서 대형장비로 제설작업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골목길을 맡아서 하면 된다.

 

비탈길 쪽 도로를 올려다보니 벌써 차들이 미끄러지고 있다. 우리 동사무소의 열네명의 직원중 남자직원은 나를 포함해 총 7명이다. 민원처리 해야 할 사람을 제외하고 나니 제설작업에 나갈 수 있는 인원이 4명에 불과하다. 네명이서 1톤 화물차에 염화칼슘을 싣고 비탈진 골목길을 누비며 염화칼슘을 뿌리고 나니 꼬박 4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 5~6년 전만 해도 화물차량 적재함에 염화칼슘을 싣고 다니며 직원이 직접 삽으로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렸다. 하지만 지금은 적재함에 염화칼슘 살포기를 달아서 차량을 운행하면서 기계가 뿌려대니 얼마나 쉬운지 모른다. 그리고 훨씬 골고루 뿌려지기도 한다. 

 

골목을 누비면서 살펴보니 내집 앞 눈치우기 운동의 효과인지는 몰라도 많은 주민들이 나와 자기 건물과 집앞의 눈을 치우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참 고맙고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함박눈을 싫어할 것이 아니라 더욱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사무실 들어와 "이제 눈이 그만 왔으면 좋겠다"며 창밖의 공원을 내다보니 어느새 햇빛이 반짝이고 송파초등학교 운동장에는 개구장이들 눈싸움이 한창이다. 눈이 빨리 멈춰서 다행이다.


태그:#송파구, #눈, #제설작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