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전까지 내리던 눈이 그친 후, 오후 2시경 우리 아파트 단지 작은 어린이 놀이터에 나가니 한 가족으로 보이는 다섯 식구가 눈사람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할머니와 손자 손녀가 열심히 눈덩이를 굴려 세 개의 눈덩이가 만들어 졌습니다.

 

곧 엄마와 아들딸이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갓 돌이 지났을 것 같은 아기도 눈덩이를 만져보다가 말타기가 하고 싶은지 모형 말이 있는 쪽으로 아장아장 걸어갑니다. "어머니! 쟤 좀 봐 주세요." 며느리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할머니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할머니가 귀여운 손녀 뒤를 따라가 모형 말 안장에 앉혀 줍니다.

 

할머니와 아기손녀가 말타기 놀이를 하는 동안 엄마와 아들딸은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조금 작은 눈덩이를 큰 눈덩이 위에 올려놓은 다음 엄마가 다듬기를 합니다. 그 사이 아들은 주변에서 작은 나뭇가지 두 개를 주워 왔습니다.

 

"아, 재밌다. 그런데 할머니 손 시려..."

 

재미있기도 하지만 손이 시린 꼬마도령은 할머니에게 응석을 부려봅니다. 그러나 곧 눈사람 앞으로 다가가 먼저 코를 붙이고 다음엔 눈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코나 눈은 집에서 가지고 나온 듯한 플라스틱 제품입니다. 3대가 함께 눈사람을 만들어보자고 작정하고 나온 것 같았습니다. 눈을 붙이고 나니 동그란 왕눈이 눈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그걸로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전에 근처에서 주워온 나뭇가지를 양 옆에 꽂았습니다. 그걸 왜 꽂느냐고 물으니 "팔이 없잖아요? 이게 팔이에요" 합니다. 다음엔 손녀의 모형 말타기를 도와주던 할머니가 역시 푸른 색 입을 붙이려고 했지만 잘 붙여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눈사람이 완성 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쁜 공주가 자그마한 플라스틱 통 하나를 들고 옵니다. 조금 전까지 눈을 담아 놓았던 그릇입니다. 그 플라스틱 통을 눈사람 머리에 얹어놓으며 "추운데 모자도 써야지" 합니다.

 

이렇게 해서 한 가족 3대가 만든 눈사람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눈사람 모양이 여간 재미있는 모습이 아닙니다. 뾰족코에 왕눈이, 그리고 보기 드물게 옛 중세의 서양병정처럼 길쭉한 모자까지 썼으니 이건 여간해선 보기 어려운 정말 멋진 눈사람입니다.

 

"자, 모여라! 눈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어야지?"

 

엄마가 아이들을 부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눈사람과 함께 사진 찍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을 하나씩 불러다가 사진을 찍어주는 엄마의 마음은 자녀들의 어린 시절에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겠지요.

 

눈사람을 만들어 놓은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아이들은 곧 눈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눈싸움이래야 아이들이 아직 너무 어려서 변변하게 눈을 뭉치지 못하기 때문에 매우 어쭙잖은 모습입니다. 그래도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는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아이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입니다.

 

모처럼 서울지방에 내린 눈이 안겨준 소박하고 정다운 한 가족 3대, 다섯 식구의 눈사람 만들기와 눈싸움놀이가 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눈이 안겨준 작지만 정답고 소박한 선물이었습니다.

 


태그:#눈사람, #눈싸움, #한가족 3대, #이승철, #왕눈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겸손하게 살자.

이 기자의 최신기사100白, BACK, #100에 담긴 의미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