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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도 뚝 떨어져서
사랑 깊던 사람의 발길에사 뚝 떨어져도
시들 줄 모르던
짓밟힐 줄 모르던
사모만은 끝 다 할 줄 몰라라. 몰라.
<동백> 중-'김영랑'
 
부산은 다른 지방보다 날씨가 따뜻한 편이나, 올 겨울은 경제 한파처럼 부산의 날씨가 꽤나 찬 편이다. 그래도 난방료 절약을 위해서 집에서는 물론 사무실에서도 실내 온도를 16도 이상은 올리지 않는다.
 
여간 해서 두꺼운 내의를 입지 않는데 올해는 나도 내의를 입었다. 그러나 추운 한파를 정말 못 견디게는 하는 것은, 경제 한파도 아니고 차가운 날씨도 아닌, 세상을 살아내기 힘들어 하는 내 마음 속 한파가 아닐까 싶다.
 
오늘은 무심코 길을 지나가다가 훈훈한 연탄불처럼 핀 동백꽃을 보았다. 올해 들어 처음 본 것이다. 문득 김유정 선생의 <동백꽃>에 나오는 글귀처럼 '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왼정신이 그만 아찔 하였다.' 
 
 
동백꽃에는 인간의 모순에 대해 깊이 생각케 하는 고사 일화가 있다. 아주 먼 옛날 임금의 권리를 이을 두 아들을 가진 성주가 있었는데, 그는 임금의 동생이었다. 마음씨가 매우 고운 성주는, 아들이 없는 임금에게 아들을 내주어야 했다. 그러나 마음 나쁜 임금은 동생의 아들을 죽이려 했고 성주는 자기 아들을 숨겨두고, 양자를 데리고 살았다.
 
그러나 형인 임금은 이 동생의 아들을 기어이 죽이고 말았다. 그후 임금은 동생이 두 아들을 숨겨두고, 양자를 데리고 살았다는 사실을 알고, 진짜 왕자를 찾아내게 했다. 그리고 임금은 모든 사람 앞에서 왕을 속였다는 벌로, 두 왕자는 가짜라고 했다.
 
성주는 그저 평화롭게 살고 싶어, 두 아들을 가짜 왕자라고 인정 했다. 그러자 임금은 칼을 동생에게 주며 가짜 왕자를 네 손으로 죽이라 명했다. 동생이 하는 수 없어 두 아들의 목을 베려 하자, 왕자들은 두 마리 새로 변하여 날아가고, 날개 소리가 커져 천둥 소리로 변하더니 궁궐은 쑥대밭이 되고 동생은 동백나무로 변했다. 그리고 두 마리의 새는 동박새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 연유 탓일까. 동박새는 동백나무에만 깃든다고 한다.  
 

 
동백나무는 전설 속의 성주처럼 성품이 곧고 따뜻한 한사(寒士)의 꽃이다. 원래 동백은 속명이고, 원명은 산다(山茶)이나, 산차란 이름은 동백의 잎이 산차와 근사함에 의하여 생긴 것이라 한다. 일본에서는 춘, 혹은 '해홍화'라고 칭한다고 한다.
 
중국의 이태백의 시에서도 동백을 해홍화로 읊는 시편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시인 문사들에게 많은 애상을 받아온 동백꽃은, 사상의 명화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가만히 불이 타는 듯한 부산 해운대 동백꽃을 보고 있으면, 부산 사람의 훈훈한 인심이 느껴진다.
 

 

동백꽃은 해운대의 구화이기도 한다. 꽃은 마음의 선물! 우연히 지나가다가 오랜지기처럼 만난 올해의 해운대 동백꽃, 내게 따뜻한 마음의 선물로 깊이 들어와, 마음의 아궁이에 따뜻한 불을 지핀다.


태그:#훈훈한 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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