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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인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 그의 남편은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현장 설비 엔지니어로 7년여간 근무하다 지난 2005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정씨 역시 삼성반도체의 노동자였다.

 

그가 19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한국산업안전공단(이하 공단) 정문 앞에 서서 "앞으로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겠다"고 외쳤다.

 

"유가족들은 산업안전공단을 믿었다. 그러나 이번 집단 역학조사는 그 신뢰를 깨뜨렸다. 공단이 20일로 예정됐던 개별 역학조사 평가위원회에 제출하려던 자료만 보더라도, 이들이 산재의혹을 어떻게 해서든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우리는 살아있다. 죽은 이는 말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묵인하지 않겠다. 무덤 속에 들어가기 전까지 싸우겠다."

 

정씨가 발언하는 사이, 굳게 닫힌 정문 뒤로 공단 관계자 여러 명이 서성거렸다. 정문 앞에 자리한 알림판에는 "우리 공단 청사 내에서는 사전에 허가받지 못한 집회 등 기타 행사는 일체 불허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유가족 등의 의견은 반영됐지만 공단과 인식차 존재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노동자 유가족들, 그리고 20여 개 시민·노동단체로 결성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은 이날 오후 공단 정문 앞에서 유가족과 맺은 합의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이들은 지난 15일 자정께부터 16일까지 공단 연구원장실에서 농성을 벌이며 집단 역학조사 결과에 대해 항의하고 20일로 예정됐던 개별 역학조사 평가위원회를 연기할 것 등을 요구했다.

 

공단 측이 지난해 12월 29일 '삼성반도체 백혈병' 논란과 관련해 "반도체 작업 공정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림프조혈기계암 중 하나인 비호지킨림프종의 발생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5배 높았으나 백혈병은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증가를 찾을 수 없었다"며 "원인을 알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한 것이 농성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실제로 공단 측의 발표 이후 몇몇 언론은 "당초 논란이 됐던 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발생 위험은 조사 결과 낮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24시간 동안 이어진 릴레이 면담 끝에 공단 측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공단 측은 지난해 12월 29일 보도와 관련해 반도체 공정과 백혈병 발병 사이의 업무관련성 여부를 단정적으로 표현한 언론사들에 대해 정정을 요청하기로 하고 20일로 예정돼 있던 개별역학조사 평가위원회를 연기하기로 했다.

 

또 영업기밀 사항을 제외한 조사 자료를 유가족들에게 공개하고 유가족의 의견을 평가위원회 심의 보고서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개별역학조사 평가위원회에 유가족이 추천하는 전문가 2명을 추가해 의견도 듣기로 했다.

 

한편, 공단 측은 유가족 등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공단 직업병연구센터 강성규 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유가족 등이 이번 역학조사에서 '건강근로자효과(일반인보다 취업한 생산직 노동자가 건강하다는 것, 공단은 지난 역학조사 발표 때 '반도체공장 여성 노동자의 백혈병 사망 위험은 일반인의 1.48배, 발병 위험은 1.31배'라고 밝혔다)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요약본에만 누락됐을 뿐 최종보고서에 충분히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또 평가위원회 일정에 대해서도 "유족들에게 구체적인 의견 등을 물어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지만 '협의'는 아니다"고 밝혔다.


태그:#한국산업안전공단, #삼성반도체 , #백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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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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