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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중인데 주머니 속 핸드폰이 부르르 떨었다. 가만히 주머니 속에서 열어보니 후배였다. 전화를 끊고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문자가 연달아 들어오는 것이었다. 장례에 대해 묻는 문자가. 한 번 답을 해주고 나자 문득 궁금증이 폭발했다.

평소 조심성이 많은 후배인데 미사중이라는데도 계속 문자를 보낼 정도면 급한 일이 아닐까, 하는데 생각이 미친 것이다. 도대체 누가 돌아가셨느냐고 다시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곧 시어머니가 1시간 전에 돌아가셨다는 답이 왔다. 급기야 나는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진짜 긴급 상황이었던 것이다.

"아니 왜 갑자기 돌아가셨어?"
"사실은 어제부터 혼수 상태였어. 그런데 무얼 가져가야 돼, 언니? 아무 것도 생각 안 나고 막막하기만 하네."
"그냥 아이들이랑 검은 옷 입혀서 그동안 사용할 개인 물품만 챙겨가. 힘들겠지만 잘 하고, 내가 내일 갈게."

다음 날, 어릴 적 상가 집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일산에 있는 백병원 장례식장으로 갔다. 내가 어릴 때는 동네에 초상이 나면 빨래는커녕 세수도 하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왜 그래야 하는지 궁금해 할머니께 물었더니, "이웃이 슬픈 일을 당했는데 어떻게 내 몸을 말끔히 다듬고 나다니겠냐. 같이 슬퍼해야지"라 하셨다. 그런데 요즘은 더우면 상주도 샤워를 하는 세상이니, 변해도 참 많이 변한 것이다.

장례식장...
▲ 장례 장례식장...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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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을 하고 음식을 먹으면서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눈물이 안 나올까봐 걱정했는데 눈물이 저절로 나와 줘 다행이었다는 후배는 잠도 잘 못 잔데다, 손님 대접하느라 힘들었는지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납골당을 마련했다는 말을 듣고 화장은 몇 시에 하느냐고 물었다. 우리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요즘 화장장 예약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나서였다.

"네시야."
"아니 오후 4시?"
"그때밖에 시간이 없대. 그것도 인천에 있는 화장장이라는데."

인륜지대사 중에 가장 급작스럽게 닥치는 일이 죽음이다. 중풍으로 오랜 기간 누워 있던 분도, 또 흔히 말하는 병원에서 사형 선고를 내렸다는 환자일지라도 막상 죽음이 닥치면 우리는 다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느낀다. 그런데 매장도 할 수 없는 요즘 화장장 예약도 여의치 않다니 정말 막막할 것 같다.

옛날 같으면 꼭두새벽에 상여가 나가 정오 무렵 하관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화장장 예약을 못해 관습에도 없는 4일장을 치른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장례식장은 일산이고 납골당도 이 부근이라는데 바로 옆 벽제 화장장을 놔두고 인천으로 가야 한단다. 그것도 오후 네시 예약이라니 해가 일찍 지는 요즘은 장례를 밤까지 치러야 한다는 말이 된다.

화장장
▲ 장례 화장장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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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6년. 그때는 성남에서 모셨고 화장장이 일찍 문을 닫는다며 정해진 시간 이후에는 아예 예약을 받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늦은 시간에 한다는 걸 보니 화장장 이용이 여의치 않다는 말이 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지구상의 풍습 중에 뭐니뭐니해도 장례만큼 다양한 풍습도 없지 않나 싶다. 어느 나라는 사람이 죽으면 무조건 화장을 해 대문 옆 담장에 항아리를 묻어놓고 분골을 부어 놓는다고 한다. 할아버지건 손자건 다 한 항아리에다가.

그런가 하면 그 분골 항아리를 방에다 간직하는 나라도 있다니, 우리식으로 생각하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장례, 묘, 화장장 등 사람의 죽음에 관한 거라면 무조건 멀리 하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죽음에 대한 예의도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는 퍽 깍듯하다. 큰오빠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우리 바로 옆에는 동남아인 빈소가 있었는데, 그곳은 거의 비어있다시피했다. 출근 전 잠깐 들렀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돌아와 둘러 앉아서 좌담하면서 시간 보내다 이내 집으로 돌아갔다. 울거나 슬퍼하는 분위기도 없었고, 일부러 찾아오는 조문객도 없었다.

빈소를 비우면 절대 안 되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이렇듯 우리도 죽음을 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를 가 봐도 묘소가 동네 한 가운데를 차지한 데도 있고, 아예 예쁘게 꾸며 관광지로 만든 곳도 있다.  

우리도 이제 화장장을 혐오시설이라고 무조건 미루기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매장도 동네 주민이 반대해 여의치 않다고 하는데다 온 산을 다 산소로 만들 수도 없는 형편이다. 더구나 예전처럼 관리도 쉽지 않으니 화장 인구는 점점 느는 추세다. 1996년에 비해 2006년에는 무려 2,5배나 증가 56,5%가 화장을 선택했다는데, 그러고도 2년이나 지났으니 지금은 얼마나 늘었을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는 화장장 건립을 반대할 게 아니라 지자체마다 하나씩 두어야 할 것 같다. 죽음이란 지역이나 계층을 따지지 않고 누구에게나 닥치게 마련, 태어나기 위한 병원이 있으면 소멸을 위한 화장장이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무리한 강행이나 암암리에 추진하다가 문제를 키우기보다는 혐오시설이라 부르는 시설들을 하나씩 나누어서 공평하게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


태그:#장례, #화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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