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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 지역내 5층 건물 옥상에서 철거민들이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경찰특공대가 철거민들을 제압하고 있다.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 지역내 5층 건물 옥상에서 철거민들이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경찰특공대가 철거민들을 제압하고 있다. ⓒ 권우성

용산 철거민과 경찰 충돌로 사망자 6명, 부상자 20여 명 발생. 오늘(20일) 아침 날아든 난데없는 비보다. 어이없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한심한 일을 반복해야 하는 것인지 가슴이 답답하다.

 

한심한 일은 경찰의 진압 방식이다. 철거민들이 농성을 시작한 지 25시간 만에 특공대를 투입해 진압을 시도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생존을 위한 저항을 위해 화염병 등을 준비해 놓은 사람들에게 추운 겨울 날, 그것도 새벽에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며 자극한 후 특공대를 투입해 진압하려 한 것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경찰이 가진 힘과 장비를 이용해 단시간 내에 농성을 해산시키겠다는 무모한 진압작전이었다. 거기에는 생존 문제로 추운 겨울날 농성을 시작한 사람들에 대한 일말의 이해도, 경찰로서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직업 윤리에 대한 한 치의 고려도 없었다.

 

농성 현장의 참사 자체만 놓고 본다면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한 농성 철거민들과 자세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강제 진압을 시도한 경찰 모두 현명치 못했다고 간단히 정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철거민들이 점거 농성을 시작하게 만든 그동안의 상황이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법대로"만을 강조하며 평범한 시민들을 농성 현장으로 밀어 넣은 서울시, 용산구청, 시행 사업자, 그리고 재개발조합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현행법에 의해 용산4구역 재개발 현장 철거민들에게는 주택 세입자의 경우 이사비와 4개월분의 집세, 그리고 상가 세입자의 경우 3개월분에 해당하는 휴업보상비가 결정됐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주거와 상가 세입자들 85%에게는 보상이 이미 이뤄졌으나 농성에 돌입한 철거민들은 "조합이 지급하는 보상비로는 생계와 주거를 이어갈 수 없다"며 조합측이 제시한 금액을 거부해왔다. 이들은 철거가 시작된 작년 7월부터 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시위를 벌여왔다고 한다. 이들이 점거 농성이라는 강수를 택한 것은 그동안 협상을 통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는 증거다.

 

그들이 점거 농성을 선택하게 된 까닭

 

 19일 오후 서울 용산로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지역 5층 건물에서 철거민들이 용역직원 및 경찰과 대치중인 가운데, 한 철거민이 옥상에 설치된 가건물의 작은 창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로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지역 5층 건물에서 철거민들이 용역직원 및 경찰과 대치중인 가운데, 한 철거민이 옥상에 설치된 가건물의 작은 창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 권우성

법적으로 보면 농성 철거민들이 억지주장을 하는 것이고 재개발조합 측이 정당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법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지침을 제시해 주는 것일 뿐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과 같은 집단 문제에 있어서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 자르듯 일괄적 판단만을 적용시키는 것도 법적 판단에 대한 저항을 불러오는 주요인이다. 보도에 의하면 세입 시기가 늦어 보상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사람들도 있다. 법은 또한 물질적인 문제에 대한 기본 해결책 마련에 용이할 뿐 개인들이 겪는 사회적, 정신적 문제 등은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 상황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도 법의 허점이다.

 

경기가 좋을 때 상가나 집을 옮기는 것과 지금과 같은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 오랜 삶과 생계의 근거지를 떠나는 것은 다르다. 오랜 이웃도 단골도 모두 잃어야 하는 것도 철거민들이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다. 그런데 농성 철거민들은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관심은 요구하지도 않았다. 다만 "조합이 지급하는 보상비로는 생계와 주거를 이어갈 수 없다"며 실질적인 생계 대책을 요구한 것이다. 사실 이들이 정말 "법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사회적, 정신적 비용까지 모두 포함시켜 물질적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약자 집단이기에 자신들의 주장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대책위원회를 꾸렸고 새로운 보상비 협상을 원했다.

 

철거민들의 보상비 협상 시도가 서울시, 용산구, 사업 시행자, 재개발조합 등 상대에 의해 받아들여졌어야 했다. 강자인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법대로"만 외치지 말고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을 진지하게 논의했어야 했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고 인내가 요구되더라도 대화를 통한 협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번과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한심한 부분이다. 법과 공권력이 강자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허다하니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들이 이런 사회적 풍토를 믿고 밀어붙이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용산구 관계자가 "조합과 세입자간 원만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마치 용산구는 이 일과 직접 관계가 없다는 투의 발언이다. 그러나 보상비 협상이 타결되지도 않는 상태에서 이주와 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내준 용산구도 엄연히 이번 사건에 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 중 하나다. 시민들의 생계보다 대기업이 참여하는 재개발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집행한 서울시도 책임을 져야 한다. 이들 두 기관이 가장 큰 책임을 지고 보상비 재협상을 원하는 철거민들과 다른 당사자들을 모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 사람의 목숨을 잃었어도 참담했을 텐데 자그마치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참사의 책임을 지고 남은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용산철거민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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