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조금 과장하면 나는 대학시절 90%를 데모하는 데 썼다. 학생운동을 했고 사회 민주화를 바랐고 조국 통일을 원했다. 내 20대는 그렇게 채워졌고 충분히 만족할만한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 비폭력주의, 평화주의 삶을 살고자 한다. 여전히 비폭력보다 폭력이, 평화보다 억압이 먼저 앞서는 경우가 없지 않아 곤혹스럽지만 적어도 비폭력, 평화주의를 살고자 하는 마음만은 확고하다. 다만 비폭력, 평화주의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것이 문제일 뿐.

 

사람이 죽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불행 중 다행은 그 강압적인 살인현장을 인터넷 방송들이 실시간으로 찍었다는 점이다. 그간 철거 현장에서 사람이 죽은 경우가 없었던 게 아니다. 이번 용산 사태처럼 망루에 불이 붙어 살려고 뛰어 내렸다 죽은 분이 여럿이다.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 민모라는 분이 철거 싸움을 하다가 망루에 불이 붙어 뛰어내려 사망했다. 사실 용산 사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죽은 것이고 무엇보다 과거엔 신문이나 문건을 통해 보았다면 용산은 생중계와 녹화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죽었다! 정부가 사람을 죽였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어떤가? 이명박 정부는 용산 참사에 전혀 책임을 느끼지 않고 있다!

 

조금 우습게 표현하면 사회운동, 정치는 명분 싸움이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에서 극단적인 억압을 하다가도 사람이 죽으면 한발 물러서곤 했다. 상식이었다. 인간 생명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이 죽었다. 나는 아무리 비상식적인 정부여도 조금 물러설 줄 알았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첫날부터 현장을 봉쇄했고 사람들을 통제했다. 심지어 참사 첫날 이 문제를 규탄하는 항의시위를 봉쇄했고 문제 제기하는 시민을 무차별 구타했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단순히 항의 차원에서 차도 행진을 하다가 경찰에 맞아 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3대가 나갔다. 상식이 아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용산 참사에 대해 자기들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철거민들의 불법행위만을 보는 듯하다. 물대포도 쐈다. 반성하는 자세라면 그럴 수가 없다. 95학번인 나로서도 본 적이 없는 모습이다. 독재, 독재 그 자체다.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첫 추모 촛불시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제 남은 것은 전면전뿐이다.

 

어설픈 투석(폭력) 시위는 자제해야...

 

앞에서도 밝혔듯 나는 비폭력주의자다. 그럼에도 완전무결하지 못한지라 말도 안 되는 경찰폭력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옛날 습관으로 경찰과 맞서게 된다. 지난 촛불시위 때는 그러다 쌍코피가 터지기도 했다. 대학시절에도 안 흘리던 쌍코피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제 명동성당의 투석전에 대한 조언이다. 나는 비폭력주의자다! 폭력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시민들은 돌을 들었다. 경험상 폭력 수준은 줄어들지 않는다. 분노가 줄지 않는 이상.

 

앞으로 이와 같은 폭력시위가 늘어날 것이다. 어제 인터넷방송 '아프리카'를 통해 투석장면을 봤다. "저러면 시위대만 다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중요한 행사가 있어 일찍 잤는데 아침에 보니 결국 일이 터졌다. 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어설픈 투석을 하려면 아예 비폭력으로 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가 행동하는 모든 규범과 법칙들은 먼저 경험한 이들이 자기들 요구를 얻어내면서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망이었다. 단지 분노만을 가지고 투석을 한다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폭투'의 전제들...

 

 

폭투, 소위 폭력투쟁은 예전 선봉대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준비와 연습(단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무한대 신뢰가 필요하다!!!

 

과거 운동권들을 보며 시위하는 사람들을 우습게 봤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선봉대문화엔 '아군'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술이 모여 있다. 2009년 오늘 그러한 노하우가 사라진 채 투석행위만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에 다름이 아니다.

 

우선 폭투를 할 때는 선봉대가 필요하다. 선봉대는 '결의+단련(훈련과 다름)+지휘+규모'가 필요하다. 과거 학생운동이 한창일 때 100명 이하 선봉대가 모이면 간단한 몸싸움으로 끝내곤 했다. 폭투를 할 때는 최소한 200명의 선봉대가 필요했다. 그나마도 평소 선봉대 경험이 있는 사람이 다수였고 이들을 절대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대장'이 명확했었다.

 

선봉대는 자기 결의를 전제로 다수의 시위경험, 주위 동료 및 대장에 대한 무한 신뢰, 경찰에 맞설 수 있을 최소한의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투석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제 명동성당 앞 투석은 그야말로 '혼자 잘난 척', '메아리 없는 외침'이었다. 투석은 매우 위험한 시위다. 경찰은 투수의 볼을 받아주는 포수가 아니다. 앞에도 밝혔듯 투석은 크게 목적이 두 가지다. 저지선 돌파나 본대 방어다. 최소 200명 기준은 3선방어를 의미한다.

 

50-60명이 경찰과 싸우는 형태로 투석을 하더라도 그 뒤엔 50-60명의 2선이 돌과 쇠파이프를 들고 버티고 있다. 그 뒤 50-60명의 3선이 도망치는 아군을 지키고 미친 척하고 쫓아오는 경찰을 제지 혹은 체포한다. 이것이 시위를 하는 최소한의 방어다. 그런데 어제 명동성당에서의 투석은 화풀이성, 영웅심리적인 투석이었다. 그렇게 혼자서 던진 돌은 경찰방패를 이용하면 100% 막을 수 있다. 예전 선봉대들은 20-30명씩 줄을 서서 한꺼번에 돌을 던졌다.

 

어제 명동성당에서처럼 할 거면 투석을 하지 마라! 어설픈 폭력보다 강고한 비폭력이 더 강력하다!

 

전경, 의경은 꾸준히 투석과 쇠파이프 공격에 대한 훈련을 하는 전문가들이다. 막무가내로 덤벼서 감당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한편 과거 운동권이 그랬듯 준비되고 단련된 시위대는 아무리 강력한 경찰도 당해낼 수 없다. 어설픈 시위는 결국 사람을 다치게 한다. 사람을 다치게 하는 시위라면 때려치우라! 내 이야기는 과거 경험을 통해 현실에 조언하는 것이기도 하고 어설픈 폭투에 철퇴를 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폭투의 전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과거 시위를 나갔을 때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하는 이유를 아는가?

 

경찰이 용의자를 파악할 때 크게 보는 두 가지가 미간과 광대라고 한다. 경찰은 시도 때도 없이 채증을 한다. 채증자료로 '범인(?)'을 찾아야 하는데 그 근거가 바로 미간과 광대다. 모자와 마스크는 바로 그 미간과 광대를 가리는 행위다.

 

이뿐이 아니다. 최근 촛불시위에서도 나타났듯이 경찰은 다양한 채증 자료와 도구를 사용 '범법자(?)'를 색출한다. 옛날 운동권들이 괜히 개량한복 입고 폭력시위한 줄 아는가? 괜히 런닝셔츠 입고 시위했겠는가 말이다. 경찰이 '범인'을 색출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의상이다. 평소에 입는 의상을 포함해서...

 

그래서 늘 시위대는 윗옷을 갈아입고 신발은 청테이프로 둘러싸 상표를 가렸다.

 

모든 일에 노하우가 있듯이 시위에도 노하우가 있다. 지금 내가 말한 것보다,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제발 어설프게 폭투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 피해는 결국 우리 시민들이 보는 것일 뿐이다. 그 안타까운 모습을 이제는 그만 보고 싶다!

 

궁극적 대안은 비폭력시위

 

나는 비폭력 주의자다!

 

그러나 현 정권에 맞서 폭력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비판만 할 수는 없다. 상식이 안 통하고 합리성이 없다면 어느 정도 물리력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궁극적 대안은 비폭력이라고 본다. 그러나 아직 기술적으로 폭력투쟁, 폭력시위가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면 과감히 제안한다. 지금처럼 하지 마시라!

 

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라고 말이다. 승리의 비력은 동지를 최대화하고 적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우리를 지지할 수 있는 동지는 사실 생각보다 많다. 선봉대 싸움이라는 것을 경험한... 나아가 지휘한 사람도 많다.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바란다. 지금처럼 넋두리 하듯 돌멩이 던지는 행위는 자살행위와 다름 없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염원하며...


태그:#폭력투쟁, #선봉대, #폭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2년 7월 9일 병역거부를 공개선언한 양심적병역거부자로 현재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라는 지역단체에서 저소득층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