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양락이 떴다. 각종 언론에서는 '왕의 귀환'이라 표현하며 그를 치켜세운다.
 최양락이 떴다. 각종 언론에서는 '왕의 귀환'이라 표현하며 그를 치켜세운다.
ⓒ SBS야심만만2예능선수촌

관련사진보기


'갑자기'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던 최양락이 '갑자기' 장안에 화제다. 2009년 들어 활발하게 방송활동을 재개했다. '왕의 귀환'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할 만큼 최근 방송사는 앞 다투어 그를 출연시켰다. 출연한 프로마다 시청률 재미를 보았다. 과거 최양락을 한순간에 버려 브라운관을 떠나게 했던 SBS는 '야심만만2'를 통해 고정꼭지 진행을 맡기기에 이르렀다. 그가 다시 돌아와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의 웃음 코드를 연결시켜주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방송을 통해 두려웠기 때문에 방송 복귀를 주저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그는 오랜 동안 방송을 떠나 있었고, 그간 간헐적인 출연은 적응을 망설이게 했다. 그는 미니 홈피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웃겨야 할지 고민이 되어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이러한 고민은 자칫 최양락을 실패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많다. 예전에는 한 사람의 뛰어난 왕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왕이 필요 없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2인자의 리더십 혹은 링크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양락도 거듭 밝혔지만 시대는 변했고, 시청자가 원하는 방송 선호 코드도 바뀌었다. 그렇게 뜰 줄도 정말 뜨지도 않았던 유재석, 박명수, 강호동, 김구라가 방송을 주름잡는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왕의 귀환이라는 코드는 이러한 면에서 맞지 않는다. 이러한 점은 한국사회에 필요한 리더십과 여전히 연결되는 문제라 자세히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에피소드 위주 웃음, 이미 10여년전 선보였던 것

우선, MBC 라디오 진행을 통해서 그래도 웃음 감각을 연마해 왔던 최근 최양락의 웃음 코드는 몇 가지로 나뉜다. 전성기 시절 경험과 기억, 동료 개그맨 사이에서 벌어진 일과 선후배 개그맨의 모사, 결혼과 연애, 부부 생활 에피소드, 개인 신상에 관한 자학 등이다. 그런데 최근 방송에서 최양락 혼자 출연해 인기를 끈 것이 아니다. 이봉원, 김정열 등과 같이 출연했으며 나아가 박미선이나 이경실과 같이 예전에 같이 활동했던 연예인들 속에서 진가가 발휘되었다. 최양락이 밝혔듯이 만약 박미선, 이봉원 등과 링크가 없었다면 최근 최양락 신드롬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과거 코미디언들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연기 위주의 우스개 패러다임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짜인 틀에서 소극적인 웃음을 끌어내려고 했다. 또한 선후배 서열 환경이어서 위계적 리더십 환경에서 코미디가 만들어졌다. 변화된 웃음코드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과거 코미디극은 수평 관계성 속에서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웃음이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구조를 갖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자유자재 토크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우연성이 강한 리얼 버라이어티에는 더욱 적응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개인기만으로는 장수를 누릴 수 없었다.

아쉽게도 미안한 이야기지만, 최양락은 이미 10여년전에 유재석이 토크박스에서 구사한 재미있는 과거 에피소드의 틀에 있다. 유재석이 만약 예전의 그러한 웃음코드로 활동하고 있다면 최고 수준에 있지 못한다. 그러한 에피소드 위주의 웃음은 리얼 버라이어티로 진화한 현재 방송 환경에서 첨단은 아니다.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최양락이 제공하는 별식이다. 무엇보다 그러한 에피소드는 밑천이 떨어지면 약발이 곧 다하게 되어있다.

더구나 에피소드 우스개는 게스트일 때나 가능한 것이다. 최양락은 연배가 있기도 하기 때문에 게스트만으로는 머물 수가 없고, 진행자 자리에 있어야 맞고 본인도 원하는 것이다. 버려야 할 몇 가지 심리는 스스로 가진 부담과 고민을 덜 수도 있으며 변한 환경에서 1인자로 남게 할 것이다.

이봉원 김정열 박미선 팽현숙 주병진 등 잇는 허브 역할 해야

최양락이 뜬 이유는 주병진 팽현숙 이봉원 김정렬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1인자 욕심을 버리고 이들을 잇는 허브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최양락이 뜬 이유는 주병진 팽현숙 이봉원 김정렬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1인자 욕심을 버리고 이들을 잇는 허브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 SBS야심만만2예능선수촌

관련사진보기


우선, 최소한 겉으로라도 자신이 최고이고, 1인자라는 심리를 버려야 한다. 또한 자신이 모든 것을 다해야 하고, 최고 우스개를 만들어 시청자를 웃겨야 하는 심리도 버려야 1인자가 될 수 있다. 더 이상 네로황제도 봉황도 아니다. 2인자 리더십을 통한 1인자 리더십 구사만이 대안일 것이다. 지금 예능에서 1인자 리더십을 발휘하는 이들은 없다. 1인자인 듯 독설개그나 호통개그를 하는 예능인들은 출연은 자주 하지만 보조 진행자에 머물고 만다.

예컨대, 유재석이나 강호동 등은 게스트의 장점 속에서 최대한 다양한 볼거리 이야기 거리를 이끌어 내는데 자신의 능력을 집중한다. 상대방을 높여주는 가운데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겸손개그의 특징도 보인다. '부리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리더십, 즉 '서번트 리더십'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혼자 주도하려는 진행자는 이영자와 같이 몰락하고 만다.

그들이 연구하는 것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다. 혼자만의 세계에서 뛰어난 우스개를 모색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엄청나게 부담이 되기 때문에 오래 버틸 수가 없다. 사람들의 다양한 캐릭터와 재능을 분석하고, 그 가운데 그것들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이른바 링크의 리더십을 생각해볼 시점이다.

예컨대, 최근에 최양락이 인기를 끈 것은 이봉원, 김정열, 박미선, 팽현숙, 주병진, 전유성 등 인물들이 최양락에게 링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양락은 천재적인 1인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 사이의 허브가 되어야 그들의 잠재 능력을 발현시켜 내면서 자신의 역량도 배가 시키며 인기를 누릴 수 있다. 최양락은 지금 현재 활동하는 수많은 예능인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어낼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요컨대 지금은 왕의 리더십이나 1인자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며 수평적 리더십, 2인자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링크의 리더십,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자의 리더십이다. 사람들의 장점을 드러내주고 그들의 장점이 서로 만나서 더욱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 또한 장점과 단점을 상호 보완하는 중간 매개자 역할이 MC라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다. '왕의 귀환'이라는 말은 최양락을 죽이는 말이다. 이제 '왕이 서번트(servant)가 되다'라는 말이 어울린다.

최근 우리사회에 과거 복고 향수가 불면서 1인자적 리더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제 사회구조는 그러한 리더십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Focus on Leadership에서 스티븐 코비나 켄 블랜차드가 주장하듯이 우리 사회도 ´서번트 리더십´이 중요하다.


태그:#최양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