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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출간된 <한국만화야사>
최근 출간된 <한국만화야사> ⓒ 부천만화정보센터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한국 만화. 그 중 절반인 50년을 만화작가, 편집자, 만화교육자 등으로 활동하며 평생 만화와 함께해온 만화인 박기준 작가가 <한국만화야사>를 최근 발표했다.

"만화 100주년을 기념해 2년 전부터 서둘러 준비한 책입니다. 우리 만화 100주년이 있기까지 설움 받았던 만화 선구자들이 걸어온 개척의 길을 노고에 감사하는 의미로 만들었어요. 그 분들이 없었다면 북한이나 동남아 여러 나라들처럼 우리도 만화 후진국이 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책은 2007년 12월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부천만화정보센터 만화규장각을 통해 연재되었다가 이번에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게 됐다. 욕심 같아서는 더 많은 작가들을 담고 싶었지만 여건이 허락지 않아 추리고 추려 한 권의 책으로 압축했다. 유독 '야사'라 이름 붙인 이유는 기존 <한국만화역사>나 <한국만화통사> 등에서 보인 '다소 수박 겉핥기식' 정보보다는 저자가 직접 겪은 생생한 이야기로 정리해내고 싶어서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하잖아요. 과거 선배들의 실패와 성공담을 통해 후배들이 앞으로의 길을 잘 찾길 바랍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많은 만화가들의 희로애락, 땀과 눈물이 퍽 세세히 그려져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만화가들의 '옛날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 만화의 기원으로 추측되는 조귀삼의 <의열도>(1745), 가장 오래된 만화 단행본인 김규택의 <만화풍자 해학가 열전> 등 만화의 태동과 역사, 신문만화 시대를 연 만화계의 대부 김성환과 시대극화를 개척한 김종래에서 스포츠만화로 돌풍을 일으킨 이현세까지 우리 만화계를 이끌어온 주역들의 만화적 삶이 담겨 있다.

저자는 때마다 일본, 미국 등 당시 국내외 만화 관련 정보를 담는가 하면 최초의 일본 해적판 만화, 만화의 전성기, 검열의 칼날을 피해 창작을 이어나가야 했던 작가들의 고통 등 만화역사 안팎의 다양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하고 있다.

 박기준 작가
박기준 작가 ⓒ 부천만화정보센터
박 작가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이었던 1958년, <만화세계>를 통해 만화가로 데뷔했다. 당시 '두통이'라는 캐릭터로 주목을 받은 그는 이미 만화에 미쳐 있는 상태였다. 그가 미대가 아닌 인문대(경희대 국문학과)를 택한 것도 순전히 만화 스토리를 잘 쓰기 위해서였을 정도다.

이후에는 만화 출판인으로 변신, 지금도 유명한 '크로바문고' 시리즈를 만들어냈으며,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했던 <노미호와 주리혜>의 이상무, <영심이>의 배금택과 같은 인기 만화가들을 발굴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만화 발전에 기여해온 박 작가의 이력에는 유난히도 '최초'라는 단어가 많이 붙는다. 그는 최초의 만화작법 이론서(<만화작법>)를 썼고, 최초의 만화교육학원을 설립했으며, 만화박물관을 처음으로 고안해냈다. 그의 학원에서 김진태, 김미영, 최경아 등의 100명 넘는 작가들이 배출됐다. 특히 그는 만화 작법이나 이론 등 만화교육을 통한 후진 양성에 열렬한 관심을 가졌는데, 만화가들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만화산업을 발전시키는 지름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번 '야사'로 그는 13번째 만화이론서를 남기게 됐다.

그 옛날 배고프던 시절,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의 상징이었던 만화. 오랜 세월이 흘러 만화는 영화와 드라마, 게임 등의 원소스로 활용되며 세대를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의 새 보고로 발돋움했다. 그러므로, 바로 지금이, 우리 만화산업을 더욱 부흥시킬 기회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지독한 검열 때문에 싹이 채 자라기도 전에 짓밟혔지만 그때는 정말 다들 열심히 그렸지요. 그에 비하면 지금은 여건이 얼마나 좋아졌습니까? 작가들이 조금은 나태해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어서 근성을 되찾고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고의 만화 강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천만화정보센터 만화규장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만화야사#박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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