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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까래를 트러스 공법인지 기둥공법인지 모르는 집을 짓고 있다.
 서까래를 트러스 공법인지 기둥공법인지 모르는 집을 짓고 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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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지인들과 고속도로를 지나가다 휴게소에서 목조주택을 짓는 걸 구경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휴게소에서 꽤 넓은(100여평) 상가를 짓는 것 같았는데 스쳐 지나다 보니까 왠지 눈에 거슬리고 영 배알이 꼬여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바닥에 벽이 닿지 않고 쐐기로 고이듯 했다. 이게 과연 옆에 기둥으로 모든 내림벽이 힘을 받을까?
 바닥에 벽이 닿지 않고 쐐기로 고이듯 했다. 이게 과연 옆에 기둥으로 모든 내림벽이 힘을 받을까?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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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전문 직업인들, 장인정신이 있는 사람은 일을 하더라도 정석이 아니면 굶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일을 안하는 법이다. 나의 사부격인 대전에 사는  김모 목수도 자기 생각으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절대 일을 안하곤 했다.

며칠 전에도 어떤 사람이 꽤 큰 대학교 파고라 공사를 나한테 의뢰한 적이 있었다. 그 사람 이야기는 우선 비만 안새고 단가만 맞추면 된다고 했다. 그때 내가 말한 건 한마디였다.

"사장님도 회사 이름 가지고 사업하지만 나도 내 사업체와 브랜드 가지고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내 기준에서 벗어나는 부실공사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것도 지역에서 알 만한 사람들이 부실공사를 한다는 건 하루 이틀 공사를 할 것도 아닌데…."

만약 이 집이 기둥구조의 집이라면 이처럼 기둥을 쪼개서 붙여서야 200년이 가는 목조주택이 될까?
 만약 이 집이 기둥구조의 집이라면 이처럼 기둥을 쪼개서 붙여서야 200년이 가는 목조주택이 될까?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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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껏 20여년을 목수일을 하고 일을 해봤지만 하청 공사는 거의 안해봤다. 하청이라는 건 이런 문제가 생긴다. 두번 세번 네번 하청이 내려가면 하청을 받는 사업체마다 남아 먹어야 하니까 공사금액에서 빼먹을 데는 다 빼는 게 하청 구조이다. 또한 책임소재도 애매한 게 하청구조이다.

서까래도 보에 걸치지 않고 투바이 퍼로 세워서 기둥처럼 만들었다.
 서까래도 보에 걸치지 않고 투바이 퍼로 세워서 기둥처럼 만들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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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일 중요한 게 하청업체가 중간에 끼면 공사 자금 배달사고로 부도가 연달아 난다. 그러니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우리나라 건설구조가 되는 것이다.

참 한심한 공법이다. 기둥을 세울려면 바닥에 방부목을 대고 직접 기둥이 이어져야 하는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목조주택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하청을 준 게 분명했다.
 참 한심한 공법이다. 기둥을 세울려면 바닥에 방부목을 대고 직접 기둥이 이어져야 하는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목조주택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하청을 준 게 분명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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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일을 하다 보면 살짝 눈을 감으면 그냥 돈이 안 들어가고 그 차액이 남는 일이 생긴다. 이런 일들은 일하는 사람들의 양심 문제로 소비자들이 눈치를 전혀 채지 못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원칙을 지켜줘도 생색이 안나고 알아주지도 않는다.

하긴 이렇게 지어도 몇 년은 버틸 수 있다. 삼풍백화점도, 성수대교도 몇 년은 버티다 무너졌으니까. 목조주택이 200년 수명이 간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대한민국은 하청구조 때문에 건설 자체가 부실공사 천국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조주택도 마찬가지이다. 한 사람이 기초부터 마감까지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로 집을 지어야지 여러 사람의 손이 가는 집은 집 자체가 부실하기도 하지만 단가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어떤 사람은 집주인이 직영으로 집을 짓는다고 각 분야, 기초부터 마감까지 온 공정을 하청을 주듯이 분야별로 일을 맡기는 수가 있다. 이렇게 하면 결과적으로 돈이 더 들어간다.  집은 집대로 수십명의 선장이 집을 지으니 일괄적인 집이 안 되고 배가 산으로 가는 수가  있다.

어쨋튼 대한민국 건축은 하청구조가 없어져야 한다. 그래야 제 2의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세종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목조주택, #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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