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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이 되고 나서 책을 제대로 읽은 기억이 없었다.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빈민현장활동, 설 연휴 등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읽는데 등한시 했었다.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은 기간 동안 경제학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책을 구입하기에는 금전적 여유가 없어 학교 도서관을 통해 신간 서적 구입신청을 하려고 도서관 사이트에 접속했다.

‘환율 급등으로 희망도서를 포함한 도서구입 업무를 보류하고 있습니다. 신청된 자료는 추가예산 배정되면 구입하거나, 부득이한 경우 2009학년도 예산을 통해 구입할 예정이오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10월까지는 학생 개인이 원하는 책을 도서관 사이트 ‘희망도서신청’ 란에 신청하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이제 환율급등 때문에 학교에서 개인 학생들이 필요한 신간 도서를 구입할 수 없다고 한다. 

재작년(2007년)에 비해 작년(2008년) 등록금은 7.8%나 인상되었을 정도로 많이 냈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학교 재정이 환율 급등으로 부족해서 책 한권 사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작년 등록금 인상이 결정되었을 때 많은 학생들이 불만을 가지고 학교 행정과 무능력한 총학생회에 비판을 했었다. 그리고 오른 등록금을 뒤집어엎지 못한다면 학생들의 편의 시설과 교육권을 제대로 보장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재정이 부족해서 책 한 권 구입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가 낸 등록금은 어디로 간 것일까?

희망도서신청 페이지에 작년 11월에 필자가 신청한 책들이 현재에도 '주문보류' 상태로 머물러 있다.
 희망도서신청 페이지에 작년 11월에 필자가 신청한 책들이 현재에도 '주문보류' 상태로 머물러 있다.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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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대세는 등록금 동결, 하지만 동아대는...

전국의 수많은 대학교에서 등록금 동결이 학교 행정과 총학생회의 합의 속에서 결정되고 있다. 등록금 동결이 현재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아대학교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등록금 협상은 전국의 평균 이하이다.

"일단 저희 삼자협의회 학생 측 대표들은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를 거쳐 올해 등록금을 작년과 같은 금액에서 동결하는 것에 합의하였습니다. 하지만 신문방송학과와 같은 경우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학과의 수준을 높이고 발전하기 위하여 등록금 인상을 통한 학과시설 투자에 찬성의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신문방송학과 학생회장님과의 전화통화를 통한 확인 후 신문방송학과만 차등인상 하는 것에 합의하였으며, 의과대학의 경우 아직 의과대 학생들의 여론 수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충분히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에 등록금 인상여부를 결정하고 최종적으로 삼자협의회 협의문에 서명하기로 합의 하였습니다."

-동아대학교 제42대 '좋은친구들' 총학생회(동아대 자유게시판 2693번 글)

학교 자유게시판에는 차등인상안에 대해 반대하는 학생들의 글이 올라왔다.

“단과대학장이나 학과장이 강압적으로 학생들에게 등록금 올려야한다고 협박해서 차등인상을 하는데도 차등인상을 막지도 못하는 삼자협의회와 총학생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 뻔히 학과장과 단과대학장이 학생회장 협박하여 등록금 인상안에 서명하라고 요구하는 걸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이러한 차등인상안에 대해서 삼자협의회의 규칙(rule) 자체를 깨는 행위임을 분명히 인지하면서도 일언반구 입장 표명조차 없고, 모른척하는 행태는 어디서 배웠는가? 그것도 행정에서 가르쳐 주던가?” -동아대 김석씨

“차등인상은 전체 2만학우들에게 0.1%라도 인상안 제시했다간 그 감당이 안 되니 특정 단대와 학과를 제물로 삼겠다는 취지다. 그래서 논거자체가 중등교육만 받아도 말이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댄 것이다. 그런데 행정 측 얘기를 보면 백 천 번 양보해 '올해만 차등인상이란 변칙을 쓴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등록금 협상이 끝난 것 같다. 신방과 학생회장이 허락했든 안했든 그 약속 자체는 아무 강제력이 없다. 신방과 학생회장이 좋다고 그걸 약속했겠나. 그거 안 해주면 지원 안한다니 겁나는 일 아닌가. 그러면 총학은 학생 전체의 이익과 반 협박에 밀려 한 약속 중 무엇을 존중해야 하나?“ -동아대 홍기원씨

정치적 쇼를 집어 치우고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라!

동아대학교 ‘좋은친구들’ 총학생회는 선거운동기간에 학생들에게 등록금 문제를 무슨 수를 써서라고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등록금 동결뿐만 아니라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사회적 집회에도 참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등록금 차등인상 협의를 보고 있으면 이명박 대통령이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걸고 당선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과 너무 비슷하다. 총학생회 또한 이명박 대통령과 같이 대중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단순한 정치적 쇼에 그치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등록금 문제는 학생이 학생으로 존재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존재의 문제이다. 언제라도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휴학생이 되어 학생으로서의 신분을 잃어버린다. 심지어 등록금이 없어 영영 휴학생이 되어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사회인이 되기도 한다.

대학생들이 ‘나는 학문을 탐구하는 대학생’이라는 존재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문제의 근본을 해결해야 한다. 등록금 인상을 놓고 밀고 당기기 하여 몇 퍼센트 낮추는 것, 등록금 동결 등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인상률이 낮다고 해서, 동결이 되었다고 해서 등록금이 우리의 삶 속에서 가벼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결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매일 아르바이트, 학자금 대출을 통해 등록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사립대학교 재단은 등록금 동결을 통해 경제 위기에 대학생들에게 매우 인심을 쓰는 척 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정치적 쇼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등록금 동결이 아니다. 헌법 31조에 규정된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는 국민의 기본적인 교육권이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

등록금을 납부 하지 못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국민 누구라도 돈 걱정 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정부, 대학 행정, 전국 총학생회는 등록금 동결에 대한 정치적 쇼를 그만두고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라!

2008년 3월 동아대학교에서 진행된 등록금 문제 해결 플래카드 행진
 2008년 3월 동아대학교에서 진행된 등록금 문제 해결 플래카드 행진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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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본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bsmbsh1 과 동아대학교 자유게시판에도 실립니다.



태그:#등록금, #동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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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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