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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마고도 호도협(虎跳峽) 트래킹 모습
 차마고도 호도협(虎跳峽) 트래킹 모습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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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봉 높이가 5596m인 위룽쇄산(玉龍雪山)
 주봉 높이가 5596m인 위룽쇄산(玉龍雪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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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에 꽉 짜여진 차마고도 윈난성 지역 답사. 차마고도 마방들이 다녔던 산허리 아슬아슬한 길을 접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짧은 기간일지라도 1박 2일 정도 그 마방들이 걸었던 길과 흡사한 산길을 걸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호도협(虎跳峽) 트래킹이다.

5000m가 넘는 2개의 만년 설산이 아주 가까이 붙어 있는데 그 사이를 세차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비탈진 산허리에 난 길을 걸을 수 있는 곳이다. 원한다면 말을 빌려 타고 걸을 수도 있어서 KBS 다큐멘터리 <차마고도>의 웅장한 멋을 한껏 즐길 수 있는 협곡이다.

포수에게 쫓기던 호랑이가 깊이가 3900m나 되는 협곡 중앙에 있는 바위(虎跳石)를 딛고 강을 건너 뛰었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호도협(虎跳峽)은 주봉 높이가 5596m인 위룽쇄산(玉龍雪山)과 5396m인 하빠쇄산(哈巴雪山) 사이 폭이 30-60m정도에, 길이가 16km에 달하는 거대한 협곡이다.

 폭이 30-60m정도이고, 깊이 3,900m ,길이가 16km에 달하는 거대한 협곡인 호도협
 폭이 30-60m정도이고, 깊이 3,900m ,길이가 16km에 달하는 거대한 협곡인 호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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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이가 딛고 뛰어 넘었다는 호도석(虎跳石)과 장강의 급류
 호랑이가 딛고 뛰어 넘었다는 호도석(虎跳石)과 장강의 급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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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협곡에 흐르는 강을 진사강(金沙江)이라고 하는데, 갈수기인 겨울에도 거친 물살이 콸콸 흘러내린다. 여름에는 우기에는 훨씬 많은 황토물들이 도도하게 흘러 내린다고 한다. 이 강은 '양쯔강' 상류인데, 중국인들은 '양쯔강'이란 말보다 '장강(長江)'이라고 부른다. 남쪽인 샹그리라와 리장 쪽으로 흐르던 물길이 갑자기 북쪽으로 크게 굽이쳐 흐르는 굽도리를 만리장강제일만(萬里長江第一灣)이라 하고, 이 협곡을 장강제일협(長江第一峽)이라고도 한다.

1월 10일 합파설산 지역 호도협을 찾았다. 강을 사이에 두고 옥룡설산 호도협 지역과 합파설산 호도협 지역으로 나뉜다. 옥룡설산 호도협 지역엔 강을 따라 차량 한 대 정도가 통행할 수 있을 정도의 폭을 지닌 약 6km의 길이 나 있어서 관광객들은 이 길을 걸어서 답사한다. 이 길 위 쪽에 차마고도 옛길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다. 

옥룡설산 호도협 지역은 장강을 옆에서 느낄 수 있다. 바로 강물을 따라 쭉 길이 나 있기 때문이다. 호랑이가 딛고 뛰어 넘었다는 호도석(虎跳石)이 물 가운데 있다. 그 바위 옆에 소용돌이 치며 흐르는 거대한 장강의 위용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관리를 옥룡설산 호도협 지구에서 하기 때문에 입구도 다르고 입장료도 따로 더 내야 한다.

우리들은 합파설산 지역 호도협을 찾았다. 이곳은 산허리를 감아 도는 좁은 산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물길의 높이가 약 1500m 정도 된다. 이 산길은 가파르게 솟구쳐 있는 하바설산의 허리 약 2500m 정도까지 올라가야 하고, 그곳까지 올라가면 옆으로 마방들이 다녔던 곳과 같은 산길이 쭉 나 있다.

1박 2일 트래킹 코스가 약 세 군데다. 호도협 매표소에서 오르막을 28번 굽이쳐 오르는 길이라고 해서 가장 가파르고 긴 코스가 28밴드코스이고, 중간 상도협 표지석에서 오르는 비교적 짧은 코스, 그리고 뒤로 오르는 코스가 있는데 우리들은 중간 상도협 표지석에서 오르는 코스를 택했다.

이 코스는 장강 옆에 난 길을 어느 정도 자동차로 지나가서, 터널이 나오는 지점부터 시작한다. 터널 부근에 넓게 만들어 놓은 전망대가 있고, 그곳에서부터 도로를 타고 쭉 걷다가 산길로 솟구쳐 오른다. 우리들이 차에서 내렸을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달려든다. 바로 짐을 운반해 주는 포터들이다.

처음에는 장강 옆으로 난 도로를 걸으며 길 아래에 차마고도 옛길의 모습을 찾았다. 그렇게 한참 가다가 산길을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급경사를 오르는 발길이 쉽지 않다. 몇 미터도 못가서 등에 땀이 가득하다. 하지만 대자연의 위용 속으로 파고드는 마음은 한없이 설렌다.

힘겹게 오르다 흐르는 급류 한 번 내려다 보고, 또 오르다 햇살 가득한 옥룡설산의 만년설 한 번 올려다 본다. 차마고도를 다녔던 마방들은 그것이 그들의 삶이었겠지만 그들의 삶을 느끼면서 걷는 우리들의 발걸음은 웅장한 대자연의 품에 안기는 기분이다.

2500m 높이에 올랐다. 이 때부터 이 길은 옆으로 쭉 나 있다. 완전히 마방들이 다녔던 길과 흡사하다. 군데군데 몇몇 집들이 흩어져 있고, 몇 개 다락 밭에는 겨울 채소들이 푸르다. 어떤 곳에는 야크며 염소들이 비탈 아래까지 내려가 풀을 뜯는다. 참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길이다.

길을 가면서 길 가에 하나 둘 씩 있는 집들이 정겹다. 어떤 집에 들어가 보니 창고에 말린 야크고기가 가득 걸려 있다. 아이 하나가 야크고기가 먹고 싶은지 손으로 어루만진다. 높디높은 산허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말린 야크고기나 염소 젖 등에 옥수수가 주식이다.

 비탈진 합파설산에 자리잡은 민가들
 비탈진 합파설산에 자리잡은 민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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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의 주식인 말린 야크고기
 주민들의 주식인 말린 야크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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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도협 트래킹 중 민가에서 만난 암탉과 병아리들
 호도협 트래킹 중 민가에서 만난 암탉과 병아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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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집 옆을 지나가는데 암탉과 병아리가 눈에 들어온다. 어린 시절 봄에 보았던 암탉과 병아리 그대로 내 눈앞에 있는 것이다. 암탉이 땅을 헤집으면 병아리들이 달려들어 땅에 있는 지렁이나 곤충들을 잡아먹는다. 내가 접근하자 암탉이 꼬꼬댁거리고, 병아리들이 어미 날개 밑으로 숨는다.

주민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부터 이어 내려온 관을 통하여 물을 받아 식수로 쓴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있는 어떤 엄마의 모습 속에서 급경사로 비탈진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지만 아주 평온하게 다가온다.

길은 산허리를 파서 만들었다. 때로는 바위를 떨어 내 길을 내기도 하고, 흙을 파 길을 내기도 하였다. 말과 사람들이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이다. 한 발만 실족하여도 저 밑에 도도하게 흐르는 장강에 풍덩 빠질 것 같은 아찔함이 든다.

장강 옆으로 난 길을 걸으면서 느껴지는 자연의 웅대함에 숙연해진다. 비쭉비쭉한 바위들이 가득한 사이 사이에 하얀 눈이 쌓여 있는 옥룡설산은 눈부시다. 가끔 구름이 지나가다 바위 허리에 걸리기도 하지만 하얗게 빛나는 만년설을 이렇게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것이 황홀하다.

 산허리에 난 길을 산책하고 있는 어머니와 아이
 산허리에 난 길을 산책하고 있는 어머니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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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비탈에 사는 주민들의 식수
 산비탈에 사는 주민들의 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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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택한 코스는 약 4시간 정도 걸으면 숙소에 도착한다. 납서객잔, 차마객잔, 하프웨이객잔, 티나게스트하우스, 우디게스트하우스, 설화객잔 등 호도협 트래킹 코스를 위하여 쉼터인 산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보통 방 하나에 100원(한화 약 20000원) 정도이고, 성수기에는 300원까지 한다고 한다. 우리들은 하프웨이 객잔에 숙소를 잡았다.

조금 높은 지역을 걸어왔던 산행이어서 그런지 가쁜 숨을 헐떡이지만 우렁찬 소리로 흐르는 장강의 물소리가 마음을 울렁거리게 한다. 지는 해가 비추는 옥룡설산의 하얀 눈이 붉게 빛난다. 숙소도 기가 막히게 좋은 장소에 자리 잡고 있다. 창문을 열면 비쭉비쭉한 옥룡설산이 눈앞에 떡 버티고 있다.

11일 아침, 눈을 떠서 밖에 나가니 신선함 그대로다. 대기의 투명함이 옥룡설산을 바로 눈 앞에 있다. 흐르는 장강의 물소리는 더욱 크게 산을 타고 올라오고, 숨소리가 들릴 것 같은 합파설산은 떠오르는 태양을 받은 붉은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장강제일협(長江第一峽)이라 불리는 호도협과 장강
 장강제일협(長江第一峽)이라 불리는 호도협과 장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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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5396m의 합파설산도 오를 수 있다고 한다. 합파촌, 베이스캠프, C1을 거쳐 합파설산 정상, 그리고 다시 베이스캠프로 이어지는 4박 5일의 합파설산 정상 산행이 있다고 한다. 우리들은 마음만 합파설산 정상으로 향하고 다시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내려왔다.

덧붙이는 글 | ‘차마고도 윈난성(云南城) 지역 답사’ 기사 총 8편을 쓰려고 합니다. ①쿤밍(昆明)에서 매리설산까지, ②따리,③리장,④호도협과 옥룡설산,⑤샹그리라, ⑥백망설산, ⑦매리설산, ⑧쿤밍



#차마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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