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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흘러, 어느덧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로 10돌을 맞이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보는데 있어서는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번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콘셉트 중 하나는 ‘초심(初心)’이다. 처음 영화제를 시작할 때의 마음을 가지고, 그동안 함께 해준 관객과 시민 그리고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한 감독 등과 같이 그 의미를 나누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전주의 봄, 전북의 봄을 알리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 때문에 요즘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의 손과 발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또한 지난 2001년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 인터넷홍보팀 스태프로 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후 9년 동안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해 온 성기석(38) 사무국장 역시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영화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정신이 없다.   

 

29일 오전, 전주문화산업지원센터에 위치한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를 찾아 성기석 국장을 만나 보았다. 그는 왜 자신이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는지부터 시작해 앞으로 전주국제영화제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평범했던 대학생, 문화에 관심을 갖다

 

“학부 시절 불문학을 전공했지만 생각해둔 직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그 당시 인터넷닷컴 기업이 붐을 이루던 시절이었기에 친구들과 함께 문화 네트워크 혹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고민했었죠.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전주국제영화제를 소개해줘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학창 시절 특별할 게 없었다던 성기석 국장은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한 이후 대학가에도 대중문화에 대한 담론들이 넘쳐났다고 회상했다. 그 이전에는 민중문화와 노동문화가 캠퍼스를 지배하는 담론이었다면, 92년을 기점으로 대학로에도 비디오방과 노래방 등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대중문화가 주요 문화담론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시 ‘새날서점(전북대 앞의 인문․사회과학 서점, 1992년 문을 닫았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성 국장은 그때 읽었던 책과 분위기 속에서 문화에 대한 흥미를 키워왔다고 전했다. 그러던 차에 2001년 친구의 소개로 전주국제영화제 일을 하게 됐고, 그 다음해부터 줄곧 전주국제영화제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일을 해 온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 ‘전주’ 마케팅의 매개돼야”

 

이벤트 업무와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영화제에 참여해 온 성기석 국장이 본격적인 조직위 업무에 뛰어든 것은 2005년, 그러니까 전주국제영화제가 6회째를 맞이하면서부터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제는 바로 6회째가 아니었나 싶어요. 사실, 그 해에 기획운영팀장으로 처음 상근직이 되기도 했지만, 이때부터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평가가 부정에서 긍정으로 돌아선 때이거든요. 팀원으로서가 아니라 팀장으로서 참여해 부담감도 많았고, 또 제일 열심히 활동하기도 했지만요….”

 

기획운영팀장에 이어 정책기획실장을 거친 성기석 국장은 지난해 7월, 지금의 사무국장 자리에 올랐다. 조직위 사무국을 이끄는 책임자가 된 만큼 성 국장은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나름의 고민도 많다.

 

“조직위 인원들이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1년마다 재계약을 맺어야 하는 시스템이에요. 그래서 솔직히 언제까지 제가 사무국장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제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뭐냐면, 전주국제영화제가 영화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뿌리박힐 수 있도록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거죠. 그건 일종의 지역에 대한 고민인데, 저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전주라는 장소마케팅의 매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전주영화 제작소 오픈 예정

 

전주국제영화제 10년의 역사 속에서 9년을 함께 한 성기석 국장은 어쩌면 전주국제영화제의 ‘산증인’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 속에는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애정 또한 넘쳐났다. 인터뷰 중간 ‘전주국제영화제가 끝나면 조직위는 할 일이 없는 거 아니냐’는 세간의 오해(?)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하는 그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진정성이 느껴졌다.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1, 2, 3월만 바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아요. 영화제가 끝나는 5월이면 바로 영화제에 대한 평가가 들어가고, 9월까지는 다음해 영화제에 대한 사업 계획서를 마무리 지어야 해요. 전주국제영화제를 대표하는 디지털3인3색 역시 영화제가 끝나자마자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고요. 1년 로드맵에 따라 움직이는 거죠. 아, 물론, 영화제를 준비하는 2, 3, 4월이 가장 바쁘기는 해요. 하하~.”

 

성 국장의 말에 따르면, 올해부터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는 전주영화제작소의 1층 전시장과 4층 독립영화관 운영을 맡게 된다고 한다. 전주정보영상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전주영화제작소는 올해 영화제가 끝난 뒤 오픈 예정이며, 조직위에서 운영하게 될 독립영화관은 약 110석 규모로 앞으로 저예산영화와 독립영화 등을 상영하게 된다. 그의 말을 듣고 나니 벌써부터 전주영화제작소 개관일이 기다려진다.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는….

 

10회를 의미하는 ‘1’과 ‘0’. 디지털을 뜻하는 ‘1’과 ‘0’. 그리고 초심을 상징하는 ‘1’과 ‘0’. 그렇게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는 ‘1’과 ‘0’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처음의 마음을 되새기고자 하는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는 프로그램 안에서도 그 마음을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전주국제영화제 서포터즈와 회원들을 대상으로 다시 보고 싶은 지프 설문조사를 실시했어요. 그 중 5편을 선정해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재상영 할 계획입니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데뷔한 감독들 5명을 선정해 그들의 영화를 다시 보여줄 예정이며, 국제경쟁에서 수상한 감독들의 작품역시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성기석 국장은 아직 프로그램이 완벽하게 결정되고 짜여지지 않아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적어도 전주국제영화제의 ‘초심’이 어떤 것인지는 느낄 수 있었다.

 

‘영화’ 그 자체 보다는 문화를 통한 소통, 문화 기획 쪽에 관심이 많아서 시작한 전주국제영화제 스태프. 하지만 이젠 전주국제영화제를 빼고는 성기석 국장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 한 가지를 물으니, 지역에서 어렵게 고군분투(孤軍奮鬪)하며 영화를 만들고 있는 독립영화 감독들이 괜찮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성기석 국장. 그는 어느새 전주를 사랑하고 영화를 아끼는 ‘지역 영화인’이 다 돼 보였다.

 

벌써부터 전주국제영화제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아마 그 때문인가 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주국제영화제, #J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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