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발달센터’라는 이름만 듣고서 적어도 두 가지를 오해해선 안 된다.
‘아동발달센터’라고 하니 아동만 치료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제로 여기에서는 가족상담, 부부 상담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 상담까지. 전체 아동 상담 중 10~15퍼센트 정도의 청소년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놀이치료, 언어치료, 인지학습치료, 미술치료 등의 아동상담은 기본이다.
그리고 여기는 약물처방을 하지 않게 되어 있으니 의료기관이 아니다. 그렇다고 관공서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이거나 봉사와 복지를 추구하는 복지단체도 아니다. 엄연히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설기관이다.
중소도시 안성에 전무했던 전문치료센터 생겨
사실은 여기를 소개하기 전에 짚고 넘어갈 일이 하나 있다. 시골 사람들이나 중소도시에 있는 사람들은 SBS 방송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고 있으면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나는 우리 집 아이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데 어쩌면 방송 출연한 아이는 저렇게 잘도 달라질까 싶은 것이다. 그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할까. 텔레비전에 출연한 아동이야 요행히 선택 받았지만 우리 집 아이야 그러기 쉽지 않을 터. 그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둘째치고 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각종 아동심리치료 전문가들이 주변에 있어서 언제든지 손쉽게 만날 수만 있어도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골은 두말 할 것 없고, 중소도시에서 ‘아동발달센터’를 찾아보기조차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대도시에는 아동발달치료에 관한 센터가 적게는 50개에서 많게는 100개나 되는 반면 안성시와 같은 조그만 도시에는 부분별로 상담교사가 있긴 하지만 ‘아동발달센터’처럼 아동치료분야 전반에 걸친 전문가들을 한 곳에서 만나보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 오늘 만나보는 ‘안성아동발달센터(2008년 1월 개원, www.아동발달센터.kr )’가 안성에 생기기 전까지는 안성에도 전문센터가 전무했다. 그동안은 이런 치료를 받고 싶어도 비용도 비용이려니와 막상 상담 한 번 제대로 받으려고 해도 다른 큰 도시에 가야 했거나 미술치료사 등 부분적인 분야의 상담교사를 만나는 게 고작이었다. 집 주변에 있어야 상담을 한 번이라도 받아 볼 텐데 말이다.
“망설이지 말고 전화부터 하면 길이 생긴다”
“거의 하루에 1건 정도 문의 전화가 옵니다. 일주일이면 거의 7통의 전화가 오고 5명이 방문하여 2~3명이 아동치료에 돌입하게 되죠. 상담교사 5년, ‘윤주희 아동발달센터’ 원장으로 4년 등 도합 9년을 평택에서도 운영해오고 있는 터라 안성에서도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서 방문 손님이 꽤나 있네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윤주희 원장(안성 아동발달센터)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덕분에 ‘아동발달센터’라는 곳이 많이 알려져서 그런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부모들의 끔찍한 자녀사랑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녀가 평소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있다면 바로 상담 받아보세요. 일단 문의 전화라도 하시면 손해 볼 것 없습니다. 비용이 걱정이라면 ‘바우처 제도’를 연결해서 길을 찾아볼 수 있어요. 또한 치료에 돌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대처방법이나 앞으로의 나갈 길을 인도 받을 수는 있으니까요.”
한창 성장하는 아동이니만큼 ‘조기발견, 조기상담, 조기치료’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윤 원장의 조언을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치료가 시작되고 6개월 ~ 1년 정도 치료기간이 소요 된다고 하니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을 듯싶다. 물론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아동이면 치료기간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편안하게 들어주는 사람 되고 싶어”
자신을 일러 ‘전형적인 무뚝뚝한 경상도 아낙네’라 소개하는 윤 원장의 소개만큼이나 그녀의 차림새는 수수하다. 내담자에게 편안함을 주려는 그녀의 콘셉트인지 아니면 평소 기질인지 모르지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주위에서 늘 만나는 이모 같은 느낌을 주는 것만은 분명한 듯 보인다.
자신이 말하는 것보다 남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게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다는 그녀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힘들었던 청소년 시절에 한 번 받아 보았던 상담이 마음에 두고두고 남아서라고. 그래서 그런지 이 일을 하면서 어느 새 ‘남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 함께 웃고 함께 우는 사람’으로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단다.
“최대한 내담자의 말을 들어주지만, 우리 센터에서 하는 제일 중요한 역할은 내담자 자신이 스스로 자신을 추스르도록 도와주는 것이겠죠.”
윤 원장이 이렇게 야무지게 자신의 상담 소신을 밝히는 동안 그녀를 찾는 방문아동의 우는 소리가 인터뷰 시간을 쫓기게 만든다.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방문아동과 보호자를 찾아 자리를 일어서는 그녀의 마음이 분주하다. 이렇게 대도시나 방송에서 시행하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아동치료 프로그램이 중소도시 안성에서도 시나브로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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