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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물이 멈춘 듯 흐르고 있네!”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있는 강물이 그렇게 안정적일 수가 없다. 입춘을 앞둔 시점에서 겨울 햇살은 따스하기만 하였다. 겨우내 무거웠던 짐을 벗어버리고 홀가분한 모습으로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편안함이 배어나고 있는 강의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도 그 안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변을 살펴본다. 눈 안으로 들어오는 지리산의 모습은 푸른빛의 안개에 젖어 신비함을 표출하고 있었다. 오른쪽을 바라보어도 왼쪽을 바라보아도 믿음직한 산들이 들어오니,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다 산 사이로 맑고 투명한 물이 흐르고 있으니, 이곳이 극락이 아니겠는가? 구족한 세상의 모습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산과 강 그리고 꽃이 어우러진 곳.

  지리산과 섬진강이 조화를 이루면서 흐르고 있는 남도 삼 백리는 나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마음속에는 멋진 매화가 피어 있다. 내 안에 활짝 피어난 꽃들이 강과 산과 어우러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구족한 세상의 진면목을 보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뛴다. 그 안에 내가 서 있다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매화가 피었을까요?”

  “아직은 일러. 조금 더 기다려야지.”

 

 

오랜만에 뵙게 된 선생님에게 응석을 부렸다. 매화를 보고 싶다고 부탁하였다. 철없는 제자의 억지 주장에 선생님은 그냥 빙그레 웃으셨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따뜻한 햇살이 더욱 더 자극하고 있었다. 남도에 가면 봄이 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참을 수 없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선생님께 말씀드린 것이었다.

 

  전남 광양의 매화 마을로 향하는 마음을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다. 분명 그 곳에 가면 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조급하게 하였다. 모두가 어렵다고 한다. 먹고 살기가 힘든 불황이라고 한다. 그러나 불황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열정의 상실이란 생각이 든다. 봄을 기다리는 두근거림이 있는 한, 불황은 이겨낼 수 있다.

 

 

  누군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 김춘수님의 시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열정이 넘쳐나고 있으면 아무리 힘들고 견디기 힘든 슬픔이라도 극복할 수 있다. 불황이라고 여기고 자꾸만 움츠려든다면 불황은 더욱 더 극성을 부릴 것이 분명하다. 겨울은 지나가고 만다.

 

  겨울이 아무리 혹독하게 추워도 봄은 오고야 만다. 봄을 기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봄은 분명히 다가오기 때문에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섬진강을 찾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봄은 희망이다. 봄은 힘을 내게 한다. 매화가 활짝 피어난 모습을 보게 된다면 역동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꽃은 피지 않았지만, 봄은 오구 있구먼.”

  선생님께서는 꽃봉오리를 맺고 있는 매화를 바라보면서 말씀하셨다. 온화한 표정으로 말씀하시는 선생님을 뵙고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인생이란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세상으로 개척해가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능력에 따라, 꿈의 크기에 따라, 단계별로 성취해가는 과정이란 생각을 해본다.

 

  봄을 찾아 매화 마을을 찾았지만 매화는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아쉬움은 없었다. 분명 봄은 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께 죄송하여, 피곤하시지 않으신지, 여쭈었다. 선생님께서는 환하게 웃으셨다. 산과 강 그리고 내 안의 꽃이 선생님의 인자한 웃음과 어우러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남 광양에서 직접 촬영


#섬진강#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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