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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과 만남, 그리고 비움

쇠사슬에 묶여 바르게 사는 것보다
자유스런 상태에서 비틀거리는 편이 더 낫다.
- 올더스 헉슬리 -

아마다블람 히말라야 트레킹(에베레스트 EBC)의 베아트리체!
▲ 아마다블람 히말라야 트레킹(에베레스트 EBC)의 베아트리체!
ⓒ 윤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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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트레킹 내내 내 영혼을 매료시켰던 아마다블람의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그 자태가 단아하고 우아하지 않습니까? 보는 이를 황홀경에 취하게 합니다. 수줍게 손을 내밀어 쓰다듬어도 보고, 품어도 보고 싶은 그런 애절한 사랑을 나에게 선물합니다.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터질 듯한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사랑! 매순간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 살고 싶습니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과 별 반 다를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평범한 교사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사람이 19박 20일 동안 히말라야를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떠날 때에는 온갖 소유의 짐을 힘겹게 짊어매고 있었는데, 돌아올 때에는 달랑 점퍼 호주머니 속에 꼬깃꼬깃 지저분해진 수첩 하나만 있었습니다.

트레킹의 목적지는 에베레스트를 바로 앞에서 조망할 수 있는 쿰부 히말라야 지역의 칼라파타르였습니다. 그곳의 고도가 5500m였지요. 고산을 오르는 히말라야 트레킹의 가장 무서운 적은 '고산병'입니다. 하루에 일정 고도 이상을 높이면 어김 없이 고산병이 찾아오는데, '조금 더 높이, 빨리'하며 욕심을 부렸다가는 트레킹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고도가 높아질수록 하루에 산을 오르는 시간이 3~4시간 정도로 줄어들게 됩니다. 오전에는 오르고 오후에는 쉬는 산행이 됩니다.

하지만 거꾸로 뒤집어 보면 이것이 진정 히말라야 트레킹의 매력입니다. 히말라야에서 불어오는 자연의 텅빈 바람과 그 등에 실려 미소짓는 따사로운 햇살, 자식을 꼬옥 끌어안은 어미처럼 사방에서 나를 감싸 안고 있는 히말라야 산들을 배경으로 드디어 나는 '나의 시간'에 '나'를 대면할 수 있게 되니까요. 그리고 눈을 감은 채 또다른 히말라야 여행을 떠났습니다. 눈을 떴을 때에는 만남과 채움의 여행이지만, 눈을 감았을 때에는 떠남과 비움의 여행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만난 히말라야를 작은 수첩에 적어 내려갔고, 이곳에 돌아와 수첩에 깨알처럼 적힌 초라한 글을 꺼내봅니다.

염치도 없이, 글을 쓴다며 학생들에게 허세를 부렸습니다.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 터질 것만 같다고 했지요. 여행이야기를 글로 정리하자고 마음을 먹자, 운전을 하다가도, 벗들과 술 한잔을 하다가도, 아이가 아파 새벽잠이 깨어도 책에 대한 생각에 펜을 들어 깨알같이 메모를 시작했습니다. 지갑을 열어 신용카드 전표에도 적고, 고속도로 통행 등에도 글을 썼습니다. 더럽고 지저분했지만 그 속에는 약동하는 생명이 있었습니다. 이런 꿈과 열정, 그리움과 기다림이 나를 살아 있게, 깨어 있게 만들고, 내 삶을 긴장과 떨림의 장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얘들아, 너희들도 행복해지고 싶니? 꿈을 꿔라. 열정을 지펴라. 삶을 사랑해라.’

저는 전문 산악인도, 여행가도, 기행작가도, 철학 학자도 아닙니다. 그저 권태로운 삶이 싫었고, 미치도록 삶을 사랑하고 싶어 히말라야에 다녀온 그런 사람입니다. 이곳에 내가 만났던 히말라야의 기록, 즉 떠남과 만남, 채움과 비움의 기록을 솔직하게 남깁니다. 내 가슴에 담긴 만남과 떠남의 시간들이 한올한올 정성스럽고 아기자기하게 엮여 ‘삶’이란 이름의 아름다운 비단 한 폭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 비단 위에 미치도록 사랑하고자 몸부림쳤던 나의 영혼을 풀어 놓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글을 내놓으며, 초라한 이야기를 누가 엿들을까 두려워 조근조근 귓속말을 합니다.

*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느끼고 고민했던 내용과 관련된 동서양 사상가의 사상을 빌려와 철학적 채색을 하였습니다.(공자에서 샤르트르까지)

[일정]

1일  12/30  인천-홍콩-카트만두(1400)
2일  12/31  Kathmandu(1400) 시내 투어
3일  1/01    비행기 캔슬, 듀발스퀘어&아산바자르 투어
4일  1/02    Kathmandu-Lukla(2642)-Phakding-Monjo(2815)
5일  1/03    Monjo-Jorsale-Namche Bazar(3450)
6일  1/04    Namche Bazar-Kyangjuma-Phortse Tenga(3675)-Dole(4110)
7일  1/05    Dole-Machermo(4410)
8일  1/06    Machermo-Phang-Gokyo(4750)
9일  1/07    Gokyo-Gokyo Ri(5340)-Machermo-Dole(4110)
10일 1/08   Dole-Phortse(3800)-Pangboche(4000)-Pheriche(4280)
11일 1/09   Pheriche-Dughla-Lobuche(4910)
12일 1/10   Lobuche-Gorak Shep-Kala Patthar(5550)-Lobuche- Pheriche(4280)
13일 1/11   Pheriche-Tengpoche(3860)-Phunki Tenga-Namche(3450)
14일 1/12   Namche-Phakding-Lukla(2642)
15일 1/13   Lukla : 국내선 비행기 캔슬
16일 1/14   Lukla - Kathmandu
17일 1/15   스와암나부트(몽키템플), 부드나트, 파슈나트사원
18일 1/16   네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사는 곳
19일 1/17   카트만두(08:35) - 방콕(10:40)
20일 1/18  인천(05:50)


태그:#히말라야, #철학, #여행, #네팔, #에베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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