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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암 가는 길
 대각암 가는 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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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달라졌다. 벌써 겨울이 가버렸나? 살랑거리는 바람이 너무나 좋다. 차는 어느새 승주읍에서 선암사 가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 창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즐긴다.

순천에는 조계산이 있고, 그 산자락에는 송광사와 선암사가 자리 잡고 있다. 조계산을 오르려면 여러 방향 등산로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등산로가 선암사와 송광사를 넘어가는 길이다. 우리나라 삼보 사찰 중 하나인 웅장한 송광사를 보거나, 아기자기한 태고총림 선암사를 볼 수도 있다. 중간에 보리밥집이 있어 점심을 준비할 걱정도 없다.

선암사 승선교(仙巖寺 昇仙橋, 보물 제400호) - 숙종 39년(1713)에 호암대사가 6년에 걸쳐 완공했다고 전한다. 승선교 바로 옆에는 강선루(降仙樓)가 있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선암사 승선교(仙巖寺 昇仙橋, 보물 제400호) - 숙종 39년(1713)에 호암대사가 6년에 걸쳐 완공했다고 전한다. 승선교 바로 옆에는 강선루(降仙樓)가 있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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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살랑대는 산사 가는 길

매표소를 지나, 개울을 따라 산사로 들어가는 길은 물기를 잔뜩 먹어 촉촉하다. 시원한 물소리는 봄기운을 자랑하듯 싱그러운 소리를 낸다. 봄을 준비하지 않은 옷차림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승선교를 지나고 삼인당을 지나 등산로 입구에 섰다. 오늘 산행은 대각암을 들렀다가 조계산 주봉인 장군봉으로 바로 올라서는 길을 잡았다. 내려오는 길에 보리밥집도 들렀다 오기로 하였다. 선암사를 옆으로 끼고 올라가는 길은 하늘로 쭉쭉 뻗은 삼나무가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길옆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이 온화한 눈웃음으로 반겨준다.

선암사 마애여래입상(仙巖寺 磨崖如來立像) -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57호 - 이 불상은 높이가 5m에 달하는 거대한 입상으로 얼굴 모습은 원만하고 이마에는 백호가 뚜렷하며, 눈, 코, 잎 등이 대체로 균형 잡힌 모습이다.
 선암사 마애여래입상(仙巖寺 磨崖如來立像) -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57호 - 이 불상은 높이가 5m에 달하는 거대한 입상으로 얼굴 모습은 원만하고 이마에는 백호가 뚜렷하며, 눈, 코, 잎 등이 대체로 균형 잡힌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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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국사 의천이 크게 깨달았다는 대각암

산에 가다보면 참 신기하다. 잘 닦아진 길을 올라가는데도 오히려 힘이 든다. 편한 길이라 생각하고 걸음이 빨라지나 보다. 길옆으로 산죽이 싱싱함을 자랑한다.

얼마가지 않아 대각암 2층 건물이 보인다. 대선루(待仙樓)다. 누각 건물은 보통 강당으로 사용하는데, 작은 암자에 이런 건물이 있다는 것은 예전에 상당히 번창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는 대각국사 의천(大覺國師 義天, 1055~1101)이 이곳에서 크게 깨달았다고 하여 대각암(大覺庵)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대각암 들어가는 문. 담도 없고 벽도 채우지 않았다.
 대각암 들어가는 문. 담도 없고 벽도 채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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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올라가는 계단에 문이 있다. 문은 활짝 열어 놓았는데 담이 없다. 지붕을 쓰고 있는 문은 측면에 칸을 만들어 놓고서는 벽을 채우지 않았다. 문턱도 만들어 놓았다. 이것도 문이라고 만들어 놓았을까? 일주문이라면 문을 달지 않아야 하고, 문을 달았으면 담을 만들어야 할 텐데. 참 신기한 문이다.

암자 본채는 최근에 새로 지었는지 깔끔하다. 마당에 올라서니 토방에 누워있는 하얀 진돗개는 무료한 햇살을 받고 졸다가, 인기척에 고개를 든다. 하지만 눈만 마주칠 뿐 일어나기는 싫은가 보다.

암자를 지키고 있는 진돗개
 암자를 지키고 있는 진돗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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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암 부도(大覺庵 浮屠) - 보물 1117호, 고려시대 - 전형적인 8각 부도로. 3개의 기단(基壇)위에 탑신(塔身)을 올린 후 머리장식으로 보륜(寶輪)과 보주(寶珠) 등이 차례로 올려져있다.
 대각암 부도(大覺庵 浮屠) - 보물 1117호, 고려시대 - 전형적인 8각 부도로. 3개의 기단(基壇)위에 탑신(塔身)을 올린 후 머리장식으로 보륜(寶輪)과 보주(寶珠) 등이 차례로 올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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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암 본채를 뒤로 돌아가니 대각암 부도(浮屠)가 있다. 이 부도는 대각국사 의천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부도주인을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명확하지는 않은가 보다. 기단석에 구름문양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섬세한 부도는 아니지만 적당한 비례와 장중함이 느껴진다.

보리밥 먹으러 산에 간다는데

대각암을 나와 산길로 들어섰다. 푸릇푸릇한 신이대 숲길을 따라 올라간다. 구불구불한 소나무 숲길도 지난다. 따뜻한 날씨는 가파른 산길을 힘들게 한다. 잠시 쉬었다가 올라가기를 계속한다.

상당히 올라왔나보다. 숲길은 이제 새잎 돋을 준비를 하는 활엽수들이 피부자랑을 한다. 피부가 매끈한 서어나무, 얼룩무늬 피부를 가진 노각나무, 예전에 칼 맞은 자국이 있는 고로쇠나무까지.

장군봉 가는 길. 겨울을 보낸 나무들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장군봉 가는 길. 겨울을 보낸 나무들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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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본 풍경. 산들이 마치 파도를 타는 것 같다.
 정상에서 본 풍경. 산들이 마치 파도를 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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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은 점점 더디어 지고, 산길은 가파르다. 향로암터를 지나 바짝 타고 오르니 정상이 보인다. 1시간 40분 정도 올랐나. 정상에는 돌무지도 있고 반질거리는 장군봉(將軍峰, 884m) 표지석도 서있다. 빙 둘러 본다. 고만고만한 산들이 바다를 이루고 물결치고 있다.

내려오는 길에 작은굴목재를 거쳐 보리밥집에 들렀다. 너무 늦게 시작한 산행으로 점심시간은 한참을 지나버렸다. 아주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갖가지 나물을 넣고 비벼서 한 숟가락 먹으니 아주 맛있다. 보리밥 먹으러 조계산 정상을 넘어온 것 같다.

장군봉 풍경. 보리밥집까지 2.1km를 알려준다.
 장군봉 풍경. 보리밥집까지 2.1km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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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 보리밥집 풍경과 보리밥. 상도 없이 바닥에 펼쳐놓고 먹는다.
 조계산 보리밥집 풍경과 보리밥. 상도 없이 바닥에 펼쳐놓고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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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었더니 큰굴목재를 넘어가기가 힘들다. 선암사까지 가는 길은 의외로 멀다. 가다가 쉬기를 몇 번한다. 지칠 만 할 때쯤 선암사가 나온다. 절에서는 법고소리가 들린다. 저녁예불이 시작되는가 보다.

덧붙이는 글 | 산행내역 : 매표소-(1.2㎞/20분)-선암사-(0.5㎞/10분)-대각암-(2.2㎞/100분)-장군봉-(2.1㎞/50분)-보리밥집-(2.8㎞/90분)-선암사-(1.2㎞/20분)-매표소, 총산행거리 10㎞/4시간30분

문화재관람료(선암사)는 어른기준 1,500원, 산중에서 먹은 보리밥은 5,000원



태그:#대각암, #조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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