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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은 정체가 되어 주차장에 방불한데, 여행 가이드가 곤명시를 열심히 소개하고 있다. 이곳은 해발 1900m 고도에 위치하여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그리 덥지 않는 곳으로 사계절 내내 꽃이 피기 때문에 사람들이 ‘춘성(春城)’이라고 부르는 도시로, 이곳에는 길이가 40km나 되어 ‘고원의 진주’라고 불리는 커다란 호수가 있는데 이 호수 주변에는 많은 곡식들이 생산된다고 한다.

“호수 주변에서 많이 생산된 곡식을 도시에 공급하기 위하여 청나라 때 운하를 팠답니다. 곤명호 주변 농경지에서 난 곡식을 배에 싣고 저 운하를 통하여 날랐답니다. 그래서 곤명시내 사람들이 그 먹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저기 보이는 저 하수도가 청나라 때 판 운하입니다.”

‘저기 보이는 저 하수도가 청나라 때 판 운하’라는 말이 귀에 멍하게 들려온다. 곡식을 운반하기 위하여 판 운하가 하수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운하를 좀더 가까이 가서 보고 싶었다. 다행히 우리가 탄 차가 보이차를 사기 위하여 길가에 멈추었다.

보이차를 판매하는 곳에서 튀어나와 도로를 건너 운하로 달려갔다. 운하 주변에는 1월인데도 분홍빛 꽃이 피어 있고, 또 수양버들이 간드러지게 늘어져 있다. 늘어진 수양버들 아래에 물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맑은 물이 아니라 검은 하수가 흐르고, 군데군데 쓰레기들이 같이 떠내려가고 있다. 운하 위에는 군데군데 다리까지 놓여 있어서 곡식을 실어 나르는 배는 상상도 못하고 이제는 완전한 하수도 역할을 하고 있었다.

중국 운남성 곤명시에 있는 청나라 때 팠다던 운하는 하수도로 쓰이고 있다.
 중국 운남성 곤명시에 있는 청나라 때 팠다던 운하는 하수도로 쓰이고 있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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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남서쪽에 위치한 곤명시는 차마고도에 위치한 도시는 아니지만 차마고도 답사의 시발점이다. 차마고도를 답사하기 위하여 인천공항에서 4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는 곳이 바로 곤명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운남성의 성도(城都)이다. 1991년 세계꽃박람회를 계기로 도시는 크게 발전하여 지금은 인구 500만에 이르는 거대한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주변에는 많은 관광지가 있다. 우뚝우뚝 수많은 돌들이 서 있어서 장관을 이루어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진 석림이 가까이 있고, 대리나 리장을 통하여 샹그릴라까지 이어지는 차마고도 답사, 계림지역도 별로 멀지 않고, 베트남까지 이어지는 열대 지역 답사도 가능하다.

운남성의 중심 도시이어서 상업의 중심지이다. 사계절 피어나는 꽃으로 꽃시장이 넓게 형성되어 있고, 보이차를 비롯하여 운남성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차들의 집산지이다. 보통 푸얼시가 보이차의 중심지라고 하지만, 이들 차가 많이 거래되는 곳이 바로 곤명시인 것이다.

중국은 총 56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중에 27개 소수민족이 운남에 살고 있어서, 곤명엔 소수민족을 이해할 수 있는 운남민족촌이 꾸며져 있다. 운남성의 26개 소수민족의 건축물, 의복, 전통양식, 음악, 전통춤, 생활, 사회, 문화 환경 등을 재현해 놓고 관광객들에게 알리는 곳으로 짧은 시간 안에 중국 소수민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운남민족촌에서 민족춤을 선보이고 있다.
 운남민족촌에서 민족춤을 선보이고 있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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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명시내 중요도로는 버스중앙차로제가 시행되고 있다.
 곤명시내 중요도로는 버스중앙차로제가 시행되고 있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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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00만명 도시인 곤명시의 교통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중앙의 북경로를 비롯한 큰 길은 버스중앙차로제가 시행되고 있었지만 거리 곳곳은 정체가 심하다. 도로변 건물들은 우뚝우뚝 솟아 있어서 거대한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어떤 거리에는 음악분수가 춤을 추고 있었고, 어떤 거리에는 맹인들이 거리의 시민들에게 안마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구두통을 놓고 구두를 닦고 있는 사람도 있고, 거리에 커다란 수족관을 만들어 금붕어를 풀어 놓고 낚시질을 하고 있는 곳도 있다.

꽃시장 옆에는 운남성 각 지역 특산물전이 개최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어느 축제장에 가보면 각 지역 특산물을 파는 부스를 설치하는데, 그런 모습과 흡사하다. 거리에 설치된 수많은 특산물 매장에는 각종 특산물들이 즐비하다. 운남TV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곤명 시내 거리에서 맹인들이 안마를 하고 있다.
 곤명 시내 거리에서 맹인들이 안마를 하고 있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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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물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
 거리에서 물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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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산물장에 취재를 하고 있는 운남TV
 지역특산물장에 취재를 하고 있는 운남TV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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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명시에서 인상적인 곳이 바로 추이후꽁위엔(翠湖公園)이다. 14세기 원나라 때부터 형성되었다는 취호공원엔 몇 개의 호수가 있고, 호수 위엔 수많은 갈매기 떼가 있다. 바다에서만 사는 줄 알았던 갈매기가 육지인 도심의 복판에 있다니 대단히 신기한 모습이다. 가끔 한 번씩 날아오를 때에는 하늘을 하얗게 뒤덮는다.

취호공원의 사람들이 너무 자유롭다. 자유롭다는 것보다 자신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취미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곳곳에 자신의 취미를 마음껏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다.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고, 공원에 놀러 오는 사람들이다.

취호공원, 만난 문자도 그리는 사람
 취호공원, 만난 문자도 그리는 사람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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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호공원엔 몇 개의 호수가 있고, 호수엔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갈매기가 있다.
 추호공원엔 몇 개의 호수가 있고, 호수엔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갈매기가 있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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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에서는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사람들, 어떤 곳에서는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사람들, 어떤 곳에서는 윗옷만 벗어 놓고 기체조를 하고 있는 사람들, 전통춤뿐만 아니라 쌍쌍이 추는 춤, 에어로빅, 연날리기 등 모두 자신의 취미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한 쪽에서는 그림 글자를 써 주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라지고 볼 수 없는 그림도는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현장에서 종이에 여러 가지 색으로 그림을 그려주는데, 한자(漢字) 한 자 한 자를 그림으로 표현해 준다.

취호공원에서 자기를 즐기는 사람들
 취호공원에서 자기를 즐기는 사람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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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호공원에서 자기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취호공원에서 자기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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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차마고도 운남성 지역 답사 기간에 중국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4000m가 넘는 산악지대에서도 휴대폰 통화가 아주 잘 되는 것도 신기하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천지개벽하였다고 놀랄만하게 도시의 거리에 기라성 같은 빌딩들이 줄지어 있다.

세계적인 관광지를 꿈꾸며 꾸며놓은 관광지의 모습, 도시의 물가는 한국의 수준과 비슷하여 값싼 중국 여행이란 인식을 바꿔야 할 우리, 사회주의라지만 자본주의보다 더 철저한 상업성, 한마디로 중국이 무섭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차마고도 윈난성(云南城) 지역 답사’ 기사 총 8편을 쓰려고 합니다. ①쿤밍(昆明)에서 매리설산까지, ②따리,③리장,④호도협과 옥룡설산,⑤샹그릴라, ⑥백망설산, ⑦매리설산, ⑧쿤밍



태그:#차마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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