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우리 6시(새벽)에 마치고 새벽산 함 탈까?"
며칠 전 4공장 사내하청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 친구는 건강을 위해 자주 산을 타므로 흔쾌히 같이 가자고 할 거라 여겼습니다.
"친구야, 난 4시(새벽) 마치고 퇴근이다."친구는 올 초부터 주야 6시간씩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국내 자동차 공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자동차는 주야 2교대제를 시행해 오고 있으며 하루 10시간씩 작업하고 있습니다.
자동자 업계 불황, 단축근무하거나 쉬거나어제(3일) 4공장 친구에게 연락해 보았더니 전체가 휴가 중이라 했습니다. 우리는 그나마 6시(새벽)까지 일합니다. 다행입니다. 엊그제는 새벽 4시 15분경 휴식을 취하고 6시까지 작업 하려고 현장에 나왔더니 옆 공정이 모두 불이 꺼져 있어 사방이 어둠 속이었습니다. 이제 올 것이 오는구나 싶어 등골이 다 오싹해졌습니다.
"한 집사 신랑이 1공장 다니는데 요즘 휴가라고 집에서 논다네."아내가 며칠 전 한 이야기 입니다. 한 집사는 아내와 같은 교회 다닙니다. 남편은 현대차 정규직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아내와 한 집사는 주일마다 교회서 만나고 자주 통화를 하다보니 속속들이 속사정을 다 알고 있는 사이입니다.
아내 말로는 일거리가 없어 남편이 집에서 쉬는 기간이 길어지니 생활비가 부족해, 식당 허드렛일과 이삿짐 센터에 등록하여 일당치기 일을 다닌 답니다. 그마저도 요즘은 일거리가 없는지 안 부른 답니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어렵기는 매 한가지인 거 같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언제쯤 좋은 날이 올까요.
일자리 사라질까 불안한데, 1초에 1억4천 지출?
어떤 분이 어떤 블로그에 현대차 관련 글이 올라와 있다고 보라고 했습니다. '현대차가 30초에 40억짜리 광고까지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내용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내용 중엔 '30초에 40억이면 1초에 1억 4천만원'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매우 황당한 일을 목격한 것처럼 어안이 벙벙 했습니다.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어 현대차가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며 광고를 내는 '슈퍼볼'이 무엇인지 나는 잘 모릅니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어렵다는 이때, 미국 시장에서 이런 마케팅으로해서라도 현대차가 선전하는 게 뭐가 나쁘다는 거냐, 좋은 소식 아니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다 그보다는 당장 내 생계가 위협당하고 일자리가 사라질까 두려운 게 더 큰 현실입니다.
"어렵다"는 말이 엄살로 들리는 이유 회사에서는 연일 경기가 어려우니 물자 절약 하자, 허리띠 더 졸라 매자는 유인물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몇 개월 전에는 회사가 아껴 쓰자며 기름 범벅된 면장갑을 세탁하여 쓰라고 주기도 했습니다. 세탁 되어온 중고품 장갑을 끼고 일해 봤는데 장갑이 오그라들어 뻑뻑하고 손에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원청노조에서는 작년에 기합의한 주야 연속 2교대를 시행하라고 야단입니다. 사측에서 경기가 어려우니 어쩌니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니까 원청노조는 쟁의행위에 돌입하겠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날마다 두렵고 어수선한 공장 분위기인데, 30초에 40억이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가며 자동차 광고하는 원청회사를 보니 "어렵다"는 말이 왠지 엄살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