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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황사철을 한 달여 남긴 지금 2002년 대황사에 버금가는 기상재앙의 악령이 꿈틀거리고 있다.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황사 근원지 상황이 최악이다. 지난 30일간 한국 황사 도착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네이멍구 사막 및 사막화 지역에 강수가 없었다.

 

한두 차례 눈으로 덮여 있던 평년에 비해서 상당히 나쁜 상황이다. 반면에 지난 한 달 동안 이 지역의 최고기온은 섭씨 영상 5~10도다. 눈이 오지도 않았지만 눈이 왔다 해도 녹아 버리는 온도다. 또 사막이나 사막화 지역에서 이 정도 온도는 증발량 증가를 불러와 황사가 발생할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준다.

 

만약 이 상태에서 2월 말까지 큰 눈이 오지 않는다면 한국은 물론이고 동아시아 전체가 대규모 황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년간 2월 말을 전후해 큰 강우가 있었던 해는 절반 정도였는데, 올해는 중국 중부의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턱없이 작아 큰 강우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다. 이럴 경우 한국은 2002년 하늘을 붉게 덮었던 대황사에 버금가는 황사에 직면할 수도 있어 하루라도 빨리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근원지 상태, 네이멍구는 물론이고 화베이까지 가뭄 지속

 

중국 양대 젖줄 중 하나인 황허는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닝샤와 네이멍구 경계를 지난다. 이후 네이멍구 중심부를 관통해 샨시를 거처 허난, 산동을 지나 황해로 들어간다. 황허가 한국에 영향을 주는 네이멍구나 닝샤, 샨시 등을 지나는 셈이다. 이 황허의 올 가뭄이 최악이다.
 
네이멍구 뿐만 아니라 사막화가 진행되는 허베이나 산시 등도 살인적인 겨울 가뭄으로 인해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황사는 이미 사막이 된 지역보다는 사막화가 진행 중인 곳에서 발생하는데, 이 경우 이전 황사 근원지는 물론 한국에 근접한 중국 북부 전체가 황사 근원지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말 그대로 재앙을 예고하는 셈이다.
 

우선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네이멍구 지역을 살펴보자. 중국기상대의 최근 한 달간 강수자료(1월 5일 ~ 2월 4일)를 보면 이 기간 동안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황사 근원지인 텅그리·마오우쑤·쿠푸치·훈찬타커 사막 지역에 전혀 강수량이 없다. 텅그리는 네이멍구 동부로 약간 영향을 주고, 마오우쑤와 쿠푸치 사막은 과거부터 한반도 황사의 대부분을 차지한 지역이다.

 

훈찬타커 사막은 지난 10년간 사막화로 인해 우발적으로 우리나라에 큰 황사를 가져왔던 지역으로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일 뿐만 아니라 거리도 1000킬로미터 정도라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 지역에 계속해서 비나 눈이 내리지 않는다면 올 황사는 재앙의 수준이 될 것이 불문가지다.

 

올 황사의 더 큰 위험은 샨시·산시·허베이·베이징 등 화베이 지역의 대가뭄에 있다. 100일 동안 비가 오지 않은 베이징을 비롯해 이 지역들은 지난 3달간 대부분 10밀리 이하의 강수량을 기록한 상태다. 위 지도에서 봤을 때도 황허 인근 지역 전체의 한달 강수량이 10밀리 이하일 만큼 가뭄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화베이 지역의 겨울 가뭄이 계속될 경우 증발량이 늘어나 비산먼지가 일어날 가능성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기존에 땅을 고착하던 풀들을 말려 황사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네이멍구는 물론이고 화베이 지역에서 앞으로 한 달간 큰 강우가 없다면 재앙 수준의 황사는 물론이고 밀이나 옥수수 재배 감소 등 국제적 식량난을 가져올 가능성이 많다.


바람, 풍향이 구원해줄 것인가

 

3월이 되면 황사 근원지에 강한 편서풍이 불기 시작하고 황사가 시작된다. 한반도에는 빠르면 3월 20일경부터 황사가 오기 시작해 5월초가 되어야 끝난다. 3월부터 시작되는 편서풍의 강도와 방향은 해마다 다르다. 2000년까지만 해도 중국의 서부에서 정 동쪽으로 부는 바람이 대세였지만 2004년을 전후해서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부는 바람이 늘어나는 등 변화도 다양해 졌다.

 

우선 바람의 강도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2007년만 해도 3월부터 5월까지의 강한 편서풍은 필연적인 것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2008년 3월에는 상대적으로 바람의 세기가 약해졌고 우리나라에도 예상보다 약한 황사가 왔다. 현재 전 세계적인 현상인 온난화 등으로 인해 지역에 따라 바람의 강도나 방향이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동아시아 역시 이런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황사 근원지가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바람이 강하지 않는다면 황사의 위험도는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해에 따라 바람의 강도가 다를 뿐이지 이 기간 동안 편서풍은 필연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바람의 강도가 약해서 황사가 없길 바라는 것은 요행수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국지적으로 봤을 때 황사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바닥의 먼지를 끌어올려 대기권까지 진입시키는 회오리바람이 불 경우 황사의 위험성이 증대된다. 이 역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기상요건 중 하나다.

 

또 하나는 바람의 방향이다.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마오우쑤나 쿠푸치 사막은 서울을 기점으로 서쪽 1400킬로미터의 거리에 있다. 상대적으로 올해 황사 위험성이 높은 화베이 지역은 1000킬로미터 거리이다. 보통 기간 동안 편서풍을 타는 황사가 이동하는 시간은 1000킬로미터에 10시간 전후다. 베이징에서 황사가 있었다면 다음날 오전에 서울이 영향을 받는 상태다.

 

따라서 이런 정도라면 예보를 내릴 시간도 없이 황사가 한국을 내습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 지역 황사가 한국에 영향을 주려면 서쪽에서 거의 정 동쪽으로 부는 바람이 있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황사 예측의 또 다른 골칫거리가 훈찬타커 사막이었다. 훈찬타커 사막은 서울에서 1200킬로미터 정도인데 방향이 북북서쪽이라 상대적으로 안심했던 지역이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풍향이 바뀌면서 이 지역에서 발생한 황사가 하룻밤 사이에 한국을 내습해 피해를 준 일이 많다. 올해는 이 지역 역시 강수량이 없어서 모두가 위험한 상태다.

 

나아질 가능성은 없는가


그렇다고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하나다. 지난 수년간 한해 간격으로 황사 근원지에는 2월 말을 전후에 강한 강수가 온 적이 많았다. 지난 몇 년간을 살펴보자.

 

2002년 극심한 가뭄 지속 이후 대황사 습격
2003년 3월 중순 근원지 큰 강우로 황사 없었음
2004년 2월~3월 근원지 약한 강우로 약간 황사
2005년 2월~3월 강우로 황사 거의 없었음
2006년 약한 가뭄으로 중대형 황사 빈번
2007년 3월초 강설로 약한 황사
2008년 2월말 폭설로 약한 황사


위 상황을 보듯이 2월에서 3월 사이에 황사 근원지에 큰 비나 눈이 내리면 그해 황사는 확연하게 줄어든 것을 알수 있다. 실제로 2003년, 2005년, 2007년, 2008년이 강수량으로 인해 황사의 위험성이 감소된 시기였다.

 

실제로 2월 말에서 3월까지 황사근원지에 내리는 눈이나 비는 황사 예방의 최대 천사다. 하지만 올해는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다. 실제로 이번 겨울이 들어선 지난 12월 초 가벼운 황사가 온 이래 1월 9일과 10일에도 역시 가벼운 황사가 찾아왔다. 겨울 황사는 한반도에는 아주 기분 나쁜 징후다. 당장 겨울철의 잦은 황사는 물론이고 봄철 대황사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지구적 온난화 현상이 이제 목전에 치닫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1월 9일부터 불어온 황사를 살펴보자. 이번 황사의 진원지는 중국 네이멍구 전역이다. 7일 위성도를 살펴보면 이런 상황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네이멍구 서쪽 북단에 있는 파단지린 사막에서 마오우쑤는 물론이고 쿠푸치 등 네이멍구 전역에 황사대가 걸쳐 있다. 이에 따라 중국기상청은 우하이·인촨·우충 고속도로를 비롯해 마오우쑤와 쿠푸치 사막의 중간을 통과하는 109국도, 마오우쑤 사막의 남단인 샨시·징비엔·인촨 간 307번 국도 등의 통행이 한 때 제한됐다.


이 지역들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황사 대부분이 오는 지역이다. 중국 중남부에 강우가 많았던 해에는 네이멍구 등에 겨울 강우가 찾아왔다는 점도 올겨울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올해는 중국 북부뿐만 아니라 중남부도 강수량이 줄어들었다.

 

또 겨울 기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도 황사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소다. 2월 5일 기온을 전후로 봤을 때 후허하호터 등 중부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영상 6도 정도이고 마오우쑤와 쿠푸치의 중간에 있는 아라산줘치는 영상 10도 전후다. 이 지역은 이 기간의 평년 최고기온이 영하 5~10도 정도다.

 

이런 이상 고온으로 인해 황사 근원지의 증발량은 늘어나고 겨울을 나는 풀들의 고사율도 올라간다. 물론 날씨가 따뜻한 경우 풀이 빨리 돋아나는 장점도 있지만 이 시기가 아무리 빨라야 4월은 되야하는 만큼 황사 발생 초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태그:#황사,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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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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