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가끔은 통기타가 유행이던 시절 친구들과 목이 터져라 불렀던 송창식씨의 고래사냥이 입안을 맴돈다. 여대생 미란을 짝사랑하던 병태가 고래 사냥을 하겠다며 가출해 거리를 배회하다 거렁뱅이 청년 민우의 도움으로 벙어리 처녀 춘자의 고향과 말을 찾아주는 영화 <고래사냥>의 줄거리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2월 5일 아침, 동해안 여행길에 울산의 방어진항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어시장에서 일하는 젊은이가 내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를 보자 "지금 저 곳에 가면 고래가 있다"고 알려준다.
반신반의 하면서 알려준 곳으로 부지런히 뛰어갔다. 진짜 고래가 있다. 등은 검은색이고 배는 흰색으로 길이가 5m정도 되는 범고래다. 태어나 처음 보는 고래라 가슴이 콩닥거렸다.
만져보니 감촉이 무척 보드라우면서 고무공처럼 탄력이 있다. 상하지 않게 하려고 얼음으로 고래를 덮는 광경을 한참 지켜봤다. 귀한 고래를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니 동해안으로 고래사냥을 온 기분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