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로운 변화를 주창한 오바마 당선인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제기한 이명박 정부의 비전은 닮은꼴이다.”
이것은 작년 11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자문단과의 오찬 도중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고받고 한 말이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일까 거짓일까 아니면 착각일까?
공교롭게도 이 자리에는 1년 전 통일부장관에 내정되었다 낙마한 남주홍 경기대 교수와 이번에 새로 통일부장관으로 내정된 현인택 고려대 교수가 함께 외교안보자문단의 일원으로 동석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이명박 정부의 실패는 인사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남주홍 통일부장관 내정자는 이춘호(여성), 박은경(환경) 장관 내정자와 함께 부동산 투기 등 여러 비리에 연루되어 사퇴한 바 있다. 이어서 박미석 청와대 사회경제수석이 거짓 자경확인서로, 이봉화 보건복지차관이 쌀직불금 부당수령으로 물러남으로써,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인사 능력에 근본적인 불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부실하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 보수 인사의 인재난을 그 이유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대한민국 청와대가 인사검증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또한 보수인사 중에 인재가 희소하다는 견해에도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가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는 바로 이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본다. 그것은 인사를 자기 사람으로만 채우려는 건설회사의 인사 방식에 기인한다. 지금까지 실패한 인사들 전부가 이 대통령의 측근 또는 지인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현인택 내정자 역시 후보 시절과 인수위 기간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했던 인물이다.
이번 현인택 교수의 장관 내정은 매우 중차대한 문제점을 드러낸다. 왜냐하면 이것은 이 대통령이 자기만의 고유한(?) 인사 방식을 그토록 격렬한 국민 여론을 경험하고서도 전혀 고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결국 1년 전과 똑같은 인사 방식은 똑같은 인사 실패를 낳고 말았다. 1년 전 남주홍 내정자의 문제와 이번 현인택 내정자의 문제는 모든 것이 기이할 정도로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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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주적' 현인택, '통일은 없다' 남주홍과 난형난제현인택 내정자는 2004년에 쓴 신문칼럼에서, “정부는 북한 주적 표기 문제를 다루면서 당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1997년 발표한 ‘북한의 대외정책과 체제보존’이라는 논문에서, “(북한과는) 유형이 어떠하든 간에 대명천지에 같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우리는 통일의 상대역을 "대명천지에 같이 할 수 없는 존재"로 보는 사람이 다른 부서도 아닌 통일부장관에 기용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목도하게 되었다.
이것은 현 내정자가 <통일은 없다>라는 저서를 낸 남주홍 전 내정자와 똑같이 냉전적인 북한관을 가졌다는 것을 알려준다. 두 사람 다 똑같이 남북의 평화통일 가능성을 부정할 뿐더러 그것에 가치를 두지도 않는다. 두 사람 다 남북정상회담에 회의적이며, 두 사람 다 (북한 선박을 임의로 공해상에서 검문할 수 있게 하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에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따라서 두 사람 다 당연히 대북포용정책의 극렬 반대론자이다.
작년의 남주홍 내정자도 그렇지만 이번 현인택 내정자 역시 통일부장관으로는 부적합한 인물이다. 그들에게는 차라리 대북강경 시민단체 활동쯤이 제격 아닐까?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인물들만을 골라 연거푸 통일부장관에 기용하는 의도가 뭔지 의문스럽다.
'비핵개방 3000'에서 '비리개방 2009'의 주인공으로남주홍 내정자는 논문 횟수 조작 및 중복 게재, 부인 땅 투기, 자녀 교육비 부당 공제, 자녀 이중국적 등의 여러 문제가 더 불거져 낙마했다. 그런데 현인택 내정자의 경우 이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미 보도되었듯이 현 내정자는 논문 이중 게재, 부동산 변칙 증여, 양도소득세 탈루, 부인 임대소득 탈루, 자녀 위장 전입 등 숱한 비리 의혹에서 개운치 않다.
현 내정자는 같은 논문을 여러 학술지에 이중 게재하거나 자기 표절을 통해 ‘연구업적 부풀리기’를 여러 건이나 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수억대에 달하는 BK 21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논문 중복· 이중게재 의혹을 피하기 위해 학술진흥재단에서 자신의 논문을 삭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 내정자는 부친이 운영하던 제주시 연동 ㅅ운수의 대지 165㎡를 2006년 제3자를 통한 ‘갔다 오기’ 매매 방식으로 취득함으로써 변칙 증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한 현 내정자의 부인 황아무개씨가 2003년 6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상가를 구입한 자금의 출처로 마포구 염리동 소재 현 내정자 소유 주택의 판매 대금 3억6천500만원 중 일부를 제시했는데 실제 서류를 검토해 보니 2억8천만 원에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 판매가격을 8천500만원이나 낮춰 계약서를 체결함으로써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 밖에도 부인 황아무개씨는 임대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을 체납한 사실과 자녀들을 전세로 세놓은 강남구 서초동 아파트에 세입자의 친척으로 가장하여 위장전입했음이 확인되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비핵개방 3000’의 입안자로 알려져 있다. 본인은 통일부 대변인을 통해 이를 부인했지만, 그는 지난해 대선 직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역대 어느 정부도 이처럼 철저한 통합 플랜을 만든 적이 없었다. 우리의 플랜이 좋고, 의지가 있는데 북한이 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비핵개방 3000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과시하기도 했다.
그의 장담과는 달리 비핵개방 3000은 가장 빨리 실패한 대북정책으로 판명 났다. 사실 이것은 남북관계를 파탄 낸 주범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제 나라의 국민소득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는 무능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이런저런 이유로 현 내정자는 비핵개방 3000이 아니라 ‘비리개방 2009’의 주인공쯤으로 바뀌고 말았다.
남주홍이 울고 갈 현인택 통일부장관 내정자작년 이맘때 ‘원조보수’소리를 듣는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남주홍 통일부장관 내정자는 늦기 전에 자진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진보 정치인 노회찬 후보를 이긴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현인택 내정자가 얼마나 통일부장관으로 부적격한 인물인지를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홍 의원은 한 마디로 ‘아마추어에게 프로의 자리를 맡겼다’고 말한다. 또한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은 현인택 내정자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를 포기할 듯한 의중을 비치기도 했다. 이로 보아 ‘현인택 통일부장관 건’은 지난 번 남주홍 건과 마찬가지로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마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개인 비리가) 장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발언은 이제껏 그래왔듯이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고집이 반영된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한다. 정부 초기 조각 때에도 사태를 불필요하게 오래 끈 나머지 여론의 악화를 자초한 우를 범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가 보자.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와 닮은꼴인가?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인사에서 실수를 범했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닮은꼴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바마는 이명박 대통령과 달리 자신의 실수를 곧바로 인정하고 즉각 조치를 취했다.
오바마는 12만8천 달러의 탈세 문제가 불거진 톰 대슐 보건장관 지명자의 지명을 철회했다. 그리고 백악관 성과관리최고책임자에 지명된 낸시 킬리퍼를 14년 전 과태료 946달러를 미납한 책임을 물어 사퇴시켰다. 뿐만 아니라 그는, "내가 망쳐버렸다", "나는 벌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노골적으로 자책하면서 국민에게 진솔히 사과했다.
이로 보아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와 닮은꼴이라고 한 말은 사실은 아니다. 사실이 아니라면 거짓이거나 착각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것은 현인택 내정자를 여태 그대로 두고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너끈히 알 수 있다.
부기: 여담이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닮은 사람은 오바마가 아니라 바로 현인택 내정자가 아닐까 한다. 현 내정자는 2004년~ 2007년 동안 자동차 속도위반으로 6차례나 적발되었다고 한다. 이를 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자주 속도전을 강조한다는 것이 생각난다. 이 대통령이 이번만큼은 특유의 속도전으로 현 내정자를 처리해 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