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국 남서부지역의 댐안전 검사를 하는 사람입니다. 얼마 전 캘리포니아 킹 스네이크로 보이는 검정뱀이 댐안전 검사 나간 지역 펌프장에 나타났습니다.
그러고는 자기 몸 만한 방울뱀을 6명의 우리 일행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부터 차근 차근 삼키고선 유유히 사라지더군요.
캘리포니아 킹 스네이크(California King Snakes)가 방울뱀을 먹는다는 소리를 들어보았는데 색감은 사진으로 보았던 거와 판이하더군요. 제 기억에는 검은색에 하얀 밴드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댐 관리자들과 동네 공무원들이 뱀을 박멸하겠다는 등 호들갑을 떨더군요. 그래서 검사관으로서 뱀을 보호(?)하라는 명령을 내릴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뱀이라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거든요.
"You never kill black snakes unless they have a bad attitude, then you shall just relocate them." (절대로 검정뱀을 죽이지 말라. 검정뱀이 공격하거나 하면 그때 가서 검정뱀을 딴 곳으로 옮겨라.)
점잖게 사진 속의 모델이 되고, 현장 관리자들로부터 목숨까지 보장받고, 방울뱀도 한마리 먹고, 사람으로 치면 식인종인 이 검정뱀은 유유히 제 갈 길로 가버렸습니다.
문득, 어린시절 동네 어른들이 흑사나 백사가 만병통치약이라고 하던 말씀들이 기억납니다. 물론 이놈이 그놈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무릎이 아주 안 좋은 늙으신 어머님, 풍기가 조금씩 들기 시작하신 연로하신 아버님, 허리가 안 좋은 큰형님 등 아픈 식구들의 모습이 줄줄이 떠오르더군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