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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정권 밑에 있는 사람들은 문화재가 개발의 저해가 되는 전봇대라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숭례문을 복구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숭례문 화재 이후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문화재 정책은 퇴보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의 진단이다. 그는 특히 "우리는 국보 1호 숭례문을 잃었고 1년이 지났지만 그 복구과정을 보면 화재만큼 많은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황평우 소장 "숭례문 화재, 공무원들에겐 200억짜리 공사"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 이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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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은 모든 국민을 충격과 비탄에 빠뜨렸던 숭례문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하루 전날인 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간의 갑갑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복구 과정도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산하에 복구단장이나 추진위원장을 만들어서 책임감있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문화재청 2급 국장이 복구단장을 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숭례문 화재는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계기인데 공무원들은 숭례문 화재를 하나의 일처리로만 본다. 공무원들에게는 숭례문 화재가 200억짜리 공사를 맡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현 정권은 천박한 개발주의에 앞장서는 사람들이다 보니 문화적인 마인드를 기본적으로 가질 수 없다"면서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는 토건정부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황 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도편수도 정하지 않고 나무 베다니..."

 작년 2월 불의의 화재로 인해 참혹하게 불타버린 숭례문.
 작년 2월 불의의 화재로 인해 참혹하게 불타버린 숭례문.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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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례문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소회는?
"숭례문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 우리는 국보 1호 숭례문을 잃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지만 그 복구 과정을 보면 숭례문 화재만큼 많은 실수를 범하고 있다.

지금 숭례문 복구과정, 즉 문화재를 조사하고 실측하는 과정을 보면 밀실에서 자기들끼리만 일처리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편수(지휘하는 목수)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무를 베어 온다. 도편수가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무를 베어 오는 것은 거꾸로 된 것이다. 집을 건축할 때도 건설공사 책임자가 있어야 하는데 공사 책임자도 없이 공사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 화재 이후 문화재 관리는 좀 더 나아졌는가?
"숭례문 화재 후 1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청을 철거한다거나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그대로 물에 잠겨 있다거나... 이것은 제2의, 제3의 숭례문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복구 과정도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산하에 복구단장이나 추진위원장을 만들어서 책임감 있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문화재청 2급 국장이 복구단장을 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책임 있고 권위 있는 사람들을 임명해서 복구해야 한다.

숭례문 화재는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계기인데 공무원들은 숭례문 화재를 하나의 일처리로만 본다. 공무원들에게는 숭례문 화재가 200억짜리 공사를 맡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 4대강 정비 사업에 있어서도 문화재 보호 인식 자체가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대강 주변에 얼마나 많은 매장 문화재가 있는가. 겉으로 노출된 문화재보다 노출되지 않은 문화재가 많다. 4대강을 정비하면 전 국토의 강 주변 문화제가 숭례문처럼 될 수밖에 없다. 정비사업을 하면 강 주변의 모든 문화재를 말살될 것이다. 숭례문 잃고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이다."

- 이와 비슷한 사례가 또 있는가.
"서울시장은 서울시청을 때려 부숴버렸고 한나라당 소속 울산시장은 세계적 국보 반구대 암각화도 아직 물에서 꺼내지 못하고 있다. 또 같은 당 충청도 한 도지사는 공사현장에서 고려시대 고분이 발견된 것을 놓고 문화재보다 공장이 우선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그 고분은 공장 관계자가 굴착기로 다 갈아엎어 버렸다.

지금 이 정권 밑에 있는 사람들은 문화재가 개발의 저해가 되는 전봇대라고 보면서 무슨 숭례문을 복구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숭례문 화재 이후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문화재 정책은 퇴보했다."

-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 정책이 퇴보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정부는 운하를 지금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이름만 바꿔서 하고 있다. 양쪽에 제방을 쌓고 준설하겠다는 것 아닌가. 거기 있는 문화재는 다 갈아엎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지표조사기간도 3~4개월로 알고 있는데 무슨 방법으로 그 조사를 그 기간 안에 다 끝낼 것인지 묻고 싶다."

"문화재에 열정 보이던 국민들, 너무 빨리 변했다"

 2008년 2월 10일 밤 서울 숭례문에서 화재가 발생해 시민들이 무너져 내리는 숭례문을 바라보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2008년 2월 10일 밤 서울 숭례문에서 화재가 발생해 시민들이 무너져 내리는 숭례문을 바라보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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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현 정부의 허술한 문화재 정책은 어디에 기인한다고 보나?
"기본적으로 현 정권은 천박한 개발주의에 앞장서는 사람들이다. 문화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없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는 토건정부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문제다. 우리 국민의 이중성도 큰 문제다. 숭례문 화재 이후 보여줬던 문화재에 대한 열정들은 다 없어지고 자기 주변에 있는 문화재는 다 치우라고 한다. 개발논리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민의 삼박자가 맞다. 일부 몇 사람만 환경과 문화재를 지키려고 하는 것도 문제다.

뉴타운 재개발을 통해 얼마나 많은 도시 민속 근대 문화재를 없애고 있는가? 은평 뉴타운의 경우 지금 겨우 남겨 놓은 문화재가 청담사 절터와 건물지 하나다. 나머지는 유물만 발굴하고 다 밀어 버렸다. 지금 뉴타운 개발 논리에 의해 문화재들이 다 사라지고 있다."

- 숭례문 복원은 얼마나 진행됐나?
"복원이라는 말을 사용하면 안 된다. 복구라고 해야 한다. 일처리 하듯이 해버리는 게 지금 숭례문 복구 문제다. 지금 이런 상태로 복구하면 안 된다. 자료조사나 발굴조사도 다 안됐는데 벌써 복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철저한 자료조사와 발굴조사를 해야 한다."

- 작업이 2012년에 끝난다고 하는데, 남은 기간 어떻게 진행해야 한다고 보나?
"작업완료 시점도 정하지 말고 차분히 해야 한다. 복구 과정도 그 동안 진행된 평가회나 공천회가 이뤄져야 한다. 예산 200억이 어디에 들어가는지도 다 따져보고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김태헌 기자는 <오마이뉴스> 9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숭례문#황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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