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결국 검찰은 예상밖의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용산참사의 원인과 책임은 모두 철거민들에게 돌아갔다. 철거민이 던진 화염병은 망루 화재의 발화 원인이고, 그 때문에 6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

 

검찰 발표만 따지면 그렇다. 그래서 검찰은 철거민 5명을 구속했고 1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경찰과 '합동 작전'을 벌이며 물포를 철거민에게 쏜 용역업체 직원 7명도 불구속기소됐다. 죄명은 폭력행위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사상 초유의 철거 참사 책임에서 경찰만 빠졌다. "과잉 진압 아니냐"는 지적은 "도심에서 화염병이 난무했다"는 말에 막혔고, "물포를 쏜 용역업체 직원은 처벌받는데 그를 방어해 준 경찰은 왜 책임이 없느냐"는 추궁은 "경찰 처벌 조항이 없다"는 논리가 막았다.

 

검찰은 "경찰 잘못은 있는데, 처벌은 어렵다"는 다소 난해한(?) 논리를 폈다. 그래서 경찰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에게 확실한 면죄부를 받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용산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땅을 친다. 그럴만도 하다. "목숨 잃은 것도 억울한데, 모든 죄를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더욱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고, 유족들도 이대로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끝난 게 아니다. 쟁점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고, 법정에서 전개될 법리공방도 남아 있다.

 

▲ 쟁점1 - 발화 원인·화염병 투척자 못 찾아

 

검찰은 망루 내 화재가 철거민이 뿌린 시너와 화염병 때문에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장에서 경찰 채증 동영상 등을 제시했다. 동영상에는 망루 4층에서 시너로 추정되는 액체를 뿌리는 철거민의 모습과 이후 망루 내부에서 불길이 치솟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검찰이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화재가 발생했는지는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화재 당시 망루 내부가 어두운 데다 농성자들이 모두 복면을 하고 있어 정확한 식별이 어렵고, 농성자들이 모두 이 부분은 묵비하고 있어 투척자를 특정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유가족들은 "다량의 인화물질이 있는 곳에서 화염병을 던지는 건 자살행위인데, 철거민들이 그렇게 할 리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관은 물론이고 농성자 중에서도 화염병을 투척하였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망루 내부에서 농성자들이 경찰에 화염병을 던진 증거 자료가 있다"며 수사 결과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망루에 2차 진입했을 때 현장에 남아 있던 농성자 5명에게는 사망 사건과 관련이 있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를 적용했다. 아무도 정확한 화재 원인 제공자를 모르는 상황,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 쟁점2 - 과연 경찰 진압은 적절했나

 

철거민들이 용산 남일당 건물을 점거한 건 1월 19일 새벽 3시경이다. 경찰은 그 다음날 새벽 바로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이전과 달리 무척 빠른 진압 작전 개시였다.

 

이에 대해 검찰의 결론은 경찰의 주장과 동일하다. 철거민들이 화염병 400여 개, 골프공 1만 개, 시너 약 1톤을 보유한 채 도심 한복판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했기에 진압을 지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도심 테러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검찰은 "경찰은 농성을 벌이는 철거민들에게 협상을 시도하고 진압 작전 개시에 대한 경고도 했다"며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철거민 참사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이런 검찰의 발표와 배치된다.

 

조사단은 "철거민들은 19일 오전에만 화염병을 투척했고, 오후에는 투척한 적이 없다"며 "참사 현장 인근 상인들도 오후에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만큼 평온했다"고 밝혔다. 즉 '도심 테러'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자들도 "19일 상황이 그렇게 위급하지 않았다"며 검찰에게 묻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19일과 20일을 분리하는 건 의미가 없고, 계속 이어지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화염병 200여 개가 투척됐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20일 경찰의 진압이 시작되기 이전에는 화염병 투척이 많지 않았다는 게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의 증언이다.

 

▲ 쟁점3 - 용역과 '합동 작전' 벌인 경찰은 왜 죄가 없나

 

검찰은 용역업체와 경찰의 합동 작전에 대해서 면밀히 알아보지 않아 '편파 늑장 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실제 검찰은 유가족들의 의혹 제기에도 이 부분을 수사 않고 있다가 MBC <피디수첩> 방송 이후 뒤늦게 수사를 벌였다.

 

결국 용역업체 직원 7명이 불구속기소 됐다. 19일 철거민들이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설치할 때 용역업체 직원들은 경찰의 '도움'을 받으며 무려 2시간 30분 동안 물포를 발사했다. 검찰은 이런 용역 직원들의 행위에 폭행죄를 적용했다.

 

하지만 경찰에게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당시 경찰은 용역 직원들을 방패로 막아주며 적극적인 합동 작전을 전개했다. "경찰이 잘못한 게 분명 있지만, 처벌할 법 조항이 없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이 때문에 용산 철거민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철거민들의 혐의를 찾기 위해서는 설날 휴가까지 반납했던 검찰이 경찰 혐의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수사결과 발표 마지막 순간에 "편파 수사,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던 걸 알고 있지만, 실체 및 사실 관계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다 밝혀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검찰의 수사에 여전히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태그:#용산 참사, #검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