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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9일 밤 10시 55분]

 

"검찰은 생선 훔쳐 먹는 도둑고양이"

시민들 "또다시 아마추어 같은 수사를 한 검찰이 오히려 불쌍하다"

 

"검찰의 발표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경찰이 정말 당당했다면 왜 유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부검을 진행했을까요. 철거민이 시민들에게 돌과 화염병을 던질 이유가 뭐가 있나요. 철거민은 그런 것도 모를까요? 사랑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있는데 어느 누가 죽기 위해 시너를 붓고 화염병을 던졌을까요?"

 

용산참사 희생자 고 이상림씨의 며느리 정영신씨가 울먹이며 호소했다.

 

9일 저녁 7시 서울 파이낸셜센터 앞, 21번째 추모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유족의 눈물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특히 이날 "경찰의 진압은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는 검찰의 발표는 유족의 가슴을 더욱 후벼 팠다. 파이낸셜센터 앞을 가득 메웠던 전·의경들도 영정사진을 든 유족들이 손을 맞잡고 원을 그리자 슬금슬금 물러나 포위만 하고 있었다.

 

정씨는 고 이상림씨와 함께 망루 위에 올라갔다 구속된 남편 이충현씨에 대해 말하며 연대를 호소했다.

 

"남편이 까맣게 타 추락한 후 하루만에 깨어나 처음으로 한 말이 '아버지는?'이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틀 뒤 남편이 뉴스를 보고 울면서 '이건 정말 아닌데, 자기야 우린 정말 살려고 그런 건데'라고 말했습니다. 형사들이 다리가 채 낫지 않은 그를 데려갈 때 저는 'MRI 검사결과만 보고 가게 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제 남편은 '내 다리는 괜찮다, 단지 아버지만 한번 보고 가게 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형사들은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끌어갔습니다. 그 사람이 무슨 죄입니까? 상주이고 유가족인 그가 아버지의 영정도 보지 못하고 감옥에 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정말 억울합니다. 정말 분합니다. 여러분 끝까지 도와주십시오."

 

 

뿔난 시민들 "대장에게 버림받은 경찰이야말로 분노해야 한다"

 

분노한 이들은 유족만이 아니었다. 이날 자리에 모인 300여 명의 시민들도 한목소리로 "이명박은 물러나라", "김석기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지난 1월 20일 용산 참사를 직접 목도했다는 시민 황아무개(47)씨는 "여기 있는 경찰이야말로 분노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그는 "작전으로 민간인이, 공무를 수행하고 있던 경찰이 사망한 것이 당연한 것인가"라며 "작전을 승인한 여러분의 대장은 작전이 수행되던 시점에 무전기를 꺼놓고 듣지 않았다고 한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대장에게 버림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시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이 화재위험물질이 있는 건물 안에서 방화를 저질렀지만 당시 경찰은 '우리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고 했고 소방관은 '우리에게 구속권이 없다'고 발뺌하니 철거민들이 돌을 던지고 화염병을 던진 것"이라며 "그 전까지 철거민 누구도 일반 시민에게 돌을 던지거나 화염병을 던진 적 없다, 이것이 진실이다"고 말했다.

 

예수살기의 최헌국 목사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초등생들의 수사놀이보다도 못한 엉터리"라며 "탁 치니 억하며 죽었다는 수사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놓고 또 다시 이렇게 아마추어 같은 수사를 하다니 오히려 검찰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어, "검찰이 그래도 쥐를 잡을 수 있는 고양이일 줄 알았는데 생선 훔쳐 먹는 도둑고양이에 불과했다"며 "이제 우리 국민이 나서 직접 쥐를 잡을 것이다, 그래서 내년 정월대보름엔 전 국민이 청계광장에서 윷놀이를 하며 민주대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송경동 시인은 "현재 미술작가 50여명이 용산 참사를 그린 대형 모자이크 그림을 준비 중이며 르포작가들도 참사를 왜곡하고 있는 언론과 검·경에 맞서 철거민들의 삶을 직접 담은 책을 준비 중"이라며 용산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문화 예술인들의 활동 상황을 알렸다.

 

그는 "오는 10일 오전에는 문화예술인들이 참사현장 앞에서 시국선언에 나서고 오는 11일엔 <한겨레>에 전면광고를 실을 예정"이라며 "이래도 정부가 정신을 안 차린다면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서울에서 대회를 개최할 것이다"고 선전포고했다.

 

범대위, 용산참사 재수사 촉구 본격 활동 돌입

 

한편, 21번째 추모촛불문화제는 밤 8시 30분에 종료됐다. 시민들과 유족들은 이후 각기 흩어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려 했지만 경찰의 철저한 봉쇄 탓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범대위는 오는 10일부터 용산참사 특검요구 국회 앞 1인 시위, 각 단체 시국선언, 용역깡패폭력 증언대회 등 용산 참사 재수사를 촉구하는 활동에 본격 돌입할 예정이다. 또 오는 14일 오후 4시 제4차 범국민추모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1신 : 9일 오후 6시 43분]

 

"정월대보름은 쥐 잡는 날, 청계천에 모이자"... 경찰, 원천봉쇄

 

검찰은 예상대로 경찰과 용역업체에 '면죄부'를 안겼다.

 

9일 하루 종일 용산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 사람들은 분노를 표했다.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이날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스스로 사망신고를 한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범대위는 또 "검찰 수사결과 무효화를 위해 각계의 시국선언을 필두로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하고 제4차 범국민추모대회를 검찰 수사 무효화를 위한 국민적 선언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범대위는 이날 오후 쥐불놀이를 형상화한 웹포스터를 인터넷에 배포하고 "정월대보름은 쥐 잡는 날"이라며 "비록 인간의 형상은 하고 있지만 민중의 고혈을 빨아먹는 쥐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인간들을 몰아내기 위해 청계천에 모이자"고 호소했다.

 

한편, 21번째 추모촛불문화제가 열릴 청계광장은 오후 6시 현재 이미 '원천봉쇄'된 상태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 30분께부터 경찰 버스 30여 대를 이용해 봉쇄 작전에 돌입했다. 사람들이 경찰의 봉쇄를 피해 모일 수 있는 청계광장 옆 파이낸셜센터 앞 공간에는 전경 40여 명을 5m 간격으로 배치한 상태다. <동아일보> 앞도 마찬가지. 전경 70여 명이 일정한 간격별로 배치돼 있다. 지난 7일 경찰이 사용했던 색소 분사기를 멘 전경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삼삼오오 추모대회 참석을 위해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지만 봉쇄된 광장 주변을 서성이고만 있다. 한편, 박래군 범대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찰의 봉쇄가 예전보다 더 심하다고 들었지만 청계광장에서 추모촛불문화제를 열겠다는 방침은 변한 것이 없다"며 "우선 현장에 나가서 판단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태그:#용산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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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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