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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행 새 MBC 노조위원장
 이근행 새 MBC 노조위원장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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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언론노조 총파업의 맨 앞엔 MBC 노동조합이 있었다. '맏형'격인 KBS 노동조합이 파업 대열에서 빠져 MBC본부는 그 역할까지 했다. 연말, 언론 관련법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MBC 조합원들은 파업을 풀고 현업에 복귀했다. '파업 일시중단' 선언이었다. 언제든지 다시 파업에 돌입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그리고 2월이 왔다. MBC 조합원들은 다시 여의도를 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 MBC 노조위원장이 선출됐다. 이근행 PD. 지난해에는 <휴먼다큐-사랑>이란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셨고, 최근까지 <PD 수첩>을 만들어왔다.

이 PD는 지난 9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MBC 조합원들의 동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은 2월에도 여야 합의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미디어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PD는 "민간 파시즘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사회가 퇴행하고 있지만 MBC를 향한 바람과 기대를 잘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2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MBC의 신뢰도·공정성을 문제삼고 민영화로 소유구조 개편을 원한다는 내용의 내부 설문조사 결과를 공표한 'MBC 공정방송 노조'에 대해서는 " 대외적으로 상처 입히지만 작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PD는 '2월 국면'이 마무리된 뒤인 오는 3월 7대 박성제 위원장의 자리를 잇게 된다. 아래는 이근행 신임 MBC 노조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한나라당, 미디어 관련법 밀어붙이지 못할 것"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오상진 아나운서 등 MBC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08년 12월 27일 오후 서울 신촌 일대에서 MBC노조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는 전단지를 나눠주며 거리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오상진 아나운서 등 MBC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08년 12월 27일 오후 서울 신촌 일대에서 MBC노조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는 전단지를 나눠주며 거리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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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역 합해 2000여 명의 조합원을 이끄는 위원장이 됐다. 어떤 생각으로 나서게 됐나?
"다들 안 하려고 하는 자리다. 상황도 어렵고... 여기저기서 제안이 들어왔는데, 무작정 안 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이런 상황에서 짐을 져야 하는데 믿을 만하니까 맡기려고 하겠지, 이렇게 생각했다. 생각보다 오래 끌지 않고 받아들였다. 금방 항복한 거지...(웃음)"

- 당선 일성으로 "고난의 십자가를 지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마침내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고난의 십자가'는 뭘 의미하나?
"이 나라를 보면, 시간을 20~30년 거꾸로 돌려놓은 것 같다. 정권 교체 이후 급격하게 퇴행하고 있다. 사회운동 진영도 약화되는 상황이다. MBC에 대한 기대가 생각보다 크다. MBC 노조가 이 바람과 기대를 잘 안고 가야 한다. 민간 파시즘이란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 아닌가. MBC도 힘들 것이고 희망을 갖고 살아왔던 모든 사람이 힘들 것이다. 이걸 고난의 십자가를 지는 시대라고 생각했다. 나는 낙관적이다. 한국사는 굴곡을 겪으면서도 진보한다고 생각한다."

- 미디어 관련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텐데, 어떻게 전망하나?
"지난 연말에 비한다면 정치적인 상황 변화가 있다. 한나라당도 그때처럼 못 밀어붙일 것이고 야당도 극한적인 행동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여야가 정치적 합의를 했고 그 합의는 지켜져야 하기 때문에 극한 대치가 재연되는 건 올바르지 않다. 하지만 치열한 공방전, 힘겨루기는 재연될 것이다.

여당은 이미 많은 동력을 상실했다. 방송법 등의 논리와 허점이 드러났고 법 개정의 문제점을 국민들도 다 파악하고 있다고 본다. 여당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 않나. 지난해 12월처럼 일부 의원들이 청와대 뜻을 앞장서서 밀어붙이는 전위대 같은 무모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 지난해 말에 언론노조는 '파업 일시중단'을 선언했다. 만일 국회 상황이 여의치 않는다 해도 재파업에 돌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상임위 열리고 법안 논의되는 등 절차를 보면 한나라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의향이 어느 정도 있는지 드러날 것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정치적 합의에 실패한다면 집권여당은 미디어법을 깨끗이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다수의 힘으로 일종의 날치기를 하려고 하면 물리적으로 막을 것이다.

내부 동력은 변함이 없다.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다시 대오는 형성될 것이다. 지난 번 이상의 투쟁의지가 표출될 것이다. 이제는 독립군의 심정으로 싸워야 한다. 무리하게 힘으로 밀어붙이면 물리력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상임위가 열리는 순간부터 MBC 노조는 내내 긴장하며 지켜볼 것이다."

"합의 실패하면 미디어법 포기해야... 내부 동력 변함없어"

MBC 8대 노동조합 이근행 위원장 당선자(왼쪽)와 황성철 수석 부위원장 당선자
 MBC 8대 노동조합 이근행 위원장 당선자(왼쪽)와 황성철 수석 부위원장 당선자
ⓒ MBC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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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국면이 지난 뒤에 중점을 두는 사업은 뭔가?
"2월 국면을 포함해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뚫고 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 크게 네 개의 산이 있다. 7대 악법, 공영방송법 저지투쟁에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이 8월에 있고 연말에 가면 미디어렙으로 목줄 죌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낮은 산이 없다. 한순간이라도 밀리면 MBC 위상 크게 흔들린다."

- 미디어 관련법 반대에 대해 한나라당은 억울해 한다. IPTV 시대에 걸맞게 제도를 손봐야 하고 또 산업발전 및 경제효과가 클 것이라는 주장인데?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자본이 투입될 수 있는 공간은 많다. 좋은 프로그램 만들어 공중파에 팔 수도 있고 해외에 수출할 수도 있다. 왜 공중파에 들어오려고 할까?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아닌가. 그리고 공중파가 돈벌이가 되고, 고용창출 효과가 있고... 이런 이론은 맞지 않다. 돈을 벌려면 영화 등에 자본을 투자하는 게 나을 것이다."

-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등은 줄곧 'KBS2, MBC 민영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다.
"모순된 얘기다. 민영화 없다면서 공영방송법 들이밀고 민영미디어렙 만들려 하지 않는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술수다. 앞에선 손사래 치고 있지만 뒤에 칼 들고 있다."

"MBC소유구조, 전두환 체제 아냐... 소중한 성과물"

- MBC 소유구조에 대한 공격이 많은 것 같다
"MBC 소유구조를 이렇게 만든 건 우리가 아니다. 당시의 사회적 합의였다. 여야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내놓은 게 방송문화진흥회 아닌가. 역사적으로 자랑스런 투쟁의 산물이었다. 시비 걸 수 없는 조직이다."

- 그래서 한나라당에서는 '전두환 체제'라고 하는 것 아닌가. 옛날 방식이니까 고쳐야 한다고...
"전두환 체제가 항복하면서 얻어낸 것이다. 그 정권이 그냥 내놓은 게 아니다. 강조하지만 소중한 성과물이다."

-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오히려 '방송법 통과되면 가장 큰 혜택은 MBC'라고 했는데?
"최소한의 양식이 있다면 그나마 한국사회에서 언론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해야 하는데 신 차관은 툭하면 특정사 공격하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다."

- 한나라당이 공영방송법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MBC에 공영·민영의 선택지가 주어질 수도 있다.
"광고비중 20% 등의 규정 얘기는 들었다. KBS, EBS는 이미 법이 규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에서 핵심적으로 문제 삼는 건 예결산 인사권일 것 같다. 그런데 MBC에게는 뭘 선택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광고 20%만 팔고 나머지는 정부가 다 보전을 해주겠다는 것인지... 결국 공영방송법 만들면 20%로 못 사니까 민영방송으로 가라 압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MBC는 지금도 확실한 공영방송이다.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공익적인 체제라고 보면 이미 공영방송인데 뭘 또 선택하나?"

"공정방송노조 작은 해프닝으로 끝날 것"

8대 MBC 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근행 PD
 8대 MBC 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근행 PD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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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MBC 공정방송 노조가 출현했다. 외부에 나가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보도가 공정하지 못했다'고 고개까지 숙였는데?
"공정방송 노조를 주도하시는 분들은 솔직히 정치적으로 의심이 된다. 하지만 자신들의 앞날을 불안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누구도 뭐라 할 수는 없다. 나도 나이가 들어 조합원 자격이 없을 경우 그런 필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태동 자체는 인정을 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시대적인 상황이 개인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냐, MBC를 지키는 것이냐 라고 할 땐 난 후자라고 본다. 지금처럼 MBC가, 후배들의 일터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선배 노동자들이 올바른 것이 무엇인가, 대의가 무엇인가, 생각하고 행동해줬으면 좋겠다."

- 그들의 활동을 어떻게 전망하나?
"우선 그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그들이 발표한 설문조사의 대상이나 규모를 보면 MBC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인 팩트도 갖추지 못했다. 무책임한 행동에 공정방송 노조 내부는 물론 전체 조합원들이 분노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MBC를 압박하는 국면인데다가 2월 하순 주주총회가 있는데 선임자 노조 핵심 인사들이 이를 입지 강화의 공간으로 확보하려고 한다. 이런 조짐은 예전부터 있었고 짐작도 했다. 내부에서는 인정 못 받을 것이다. 대외적으로 상처 입히지만 작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 지난해 시사교양국장 인사 문제 등이 터졌을 때 비대위원장도 맡았었는데, 엄기영 사장을 평가한다면?
"엄 사장은 스타 언론인이자 MBC의 큰 자산이다. 하지만 그것과 MBC의 수장은 다르다. 많이 안 겪어서 아직 모르겠지만 상황이 어려울수록 과단성 있게 책임지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유부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MBC 사장으로서 진정성 있는 결정을 내리면 조합원들은 그것을 알아줄 것이다. 몇몇 임원보다는 전체 직원을 생각해야 한다."

- <PD 수첩- 내가 정말 죄를 지었나요> 편으로 언론인권상 본상을 받았다. 프로그램 제작 철학이 있나? 어떤 프로그램이 가장 본인과 잘 맞나?
"양심 지키면서 살고자 한다. 1980년대에도 학생운동 열심히 한 적 없다. 공부만 조금 했을뿐이다. MBC 들어와서 방송민주화 운동을 했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흔들리지 말고 양심을 지키자, 양심 지키며 살자는 생각은 한다. 밑바닥까지 내려가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 그런 방송을 많이 만들려고 했다."

- 방송사 조합원들이 여전히 옛날 방식만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블로그 등으로 누리꾼과 직접 소통하는 방송기자나 PD들도 잘 안 보인다.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에 너무 더딘 건 아닌가.
"아픈 지적이다. 나 자신도 그렇게 못한 것 같다. 공중파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게 어쩌면 적극적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노력을 게을리한 이유일 수도 있다. 새로운 세대들이 계속 MBC에 들어오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일어나리라고 본다. 그리고 이것과 별개로 경영진들과 보도 책임자들이 이런 고민을 1순위에 올려놔야 한다. 조합도 각자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태그:#이근행, #MBC노동조합, #MBC, #박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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