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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인천 발 토론토행 KE073편의 모습
▲ 누구나 설레는 마음을 가지는 비행기 12일 인천 발 토론토행 KE073편의 모습
ⓒ 조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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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혼자서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요!"

이제 군입대를 앞둔 대학교 휴학생의 목소리. 바로 나의 소망이다. 수많은 언론사 대학생인턴기자에 떨어지고 마땅한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 여행을 결심했다. 새로운 곳을 찾기 위해... 이런 내 생각을 부모님은 마땅치 않게 여기셨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때 여행이라니. 하지만 내 목적은 관광보다 더 큰 꿈을 품은 여행이다.

부모님은 결국 이런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셨는지 여행을 허락해주셨다. 일주일간 토론토에 묵는 과정을 거쳐, 뉴욕에서 5일간 머무는 여정. 그 첫 날 스토리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대한항공 승무원, 다짜고짜 나에게 "We have meat...and.."

운좋게 창가에 앉아 날짜변경선을 통과한 모습을 봤다. 사진은 캐나다의 저녁시간 석양위를 나는 비행기
▲ 캐나다의 석양 운좋게 창가에 앉아 날짜변경선을 통과한 모습을 봤다. 사진은 캐나다의 저녁시간 석양위를 나는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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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넘는 비행시간을 오랜만에 겪었다. 게다가 일반석 자리라, 걱정도 많이 됐다. 몸집도 크고 다리도 두껍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참자는 마음으로 즐겁게 비행기에 탑승했다.

드디어 출발. 날짜 변경선을 넘는 여행을 10년만에 해본다. 떠난다는 심정을 가진 자로서 긴장하기보다 설렘이 가득 찼다. 과연 처음 가보는 토론토는 어떨까? 토론토는 어떤 곳이 좋을까? 이 외에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설레는 분위기를 깨는 듯한 사건이 시작됐다. 처음 나를 접한 승무원은 첫 말이 이랬다.

"Sir, We have meat, and traditional rice called Bibimbap."

소고기와 비빔밥이 있다는 승무원의 영어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나온 영어다. 나는 한국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그 승무원은 미안하다며 상당히 무안해 했다. 주변 승객들도 나의 이런 굴욕(?)에 큰 웃음을 퍼트렸다.

평상시에 외국인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본 나, 그렇다고 이런 오해를 받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승무원에게 외국인으로 오해받고 나니, 얼굴이 빨개졌다. 여행의 설렘이 엄청난 굴욕으로 뒤바뀐 꼴이다.

입국심사장 세관직원 한국의 방학시즌에 의아, 지루한 수하물시스템

엄청나게 걸어야 하는 입국심사대. 2개국어 공용인 캐나다라 불어도 보인다.
▲ 입국심사대로 가는 먼 길 엄청나게 걸어야 하는 입국심사대. 2개국어 공용인 캐나다라 불어도 보인다.
ⓒ 조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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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변경선을 넘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토론토에 도착했다. 토론토는 최근 많은 양의 눈이 내렸지만, 도착한 12일 7시 45분(현지시각)의 이 도시의 모습은 평온했다. 섭씨 3도로 포근했다. 12시간의 피곤함을 안고 도착한 토론토 피어슨 공항은 입국심사대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긴 시간에 거쳐 도착한 입국심사대. 미주지역이니만큼 절차가 조금 까다롭다. 영어로 방문목적과 방문기간을 물어본다. 어느 누구나 미주지역 공항에 가면 겪을 수 있는 것. 여러 항공편이 동시에 도착해, 대기시간이 30분 정도 걸렸다. 캐나다 지역은 한인보다 중국인이 많이 산다. 그럴수록 입국심사대 앞에서 중국어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드디어 입국심사대, 곱슬머리에 남미인같이 생긴 남자는 나에게 여러가지를 물었다. "어디서 오셨나요?", 여기서는 많이 들어볼 수 있는 문답형식. 서울에서 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내 직업을 물어본다. 직업은 대학생으로 솔직히 밝혔다.

그후 솔깃한 듯 농담삼아 세관직원이 또 다른 질문을 물어본다. "방학인가요?" 이미 미주지역 대학은 방학이 지나고 개강인 상태. 그 사람은 한국대학도 현재 개강상태인 줄 알고 질문했다. 방학이라고 대답했지만, 그 직원은 왜 방학이냐고 묻는다.

"그야 한국이니까 지금 방학이죠!"

농담삼아 물어본 듯한 세관직원의 말에 난 조금 흥분한 듯 대답했다. 질문이 너무 많아서였기 때문. 하지만 이렇게 대답하니 세관직원에게 미안했다. 그 사람은 관광객인 나에게 세관직원의 딱딱함을 없애려고 농담을 건넨 것인데...

1시간 넘는 수하물찾기, 캐나다인도 지치게 해 

드디어 캐나다에 도착했다. 저 문구를 보고 실감이 났다
▲ 캐나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드디어 캐나다에 도착했다. 저 문구를 보고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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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종 숙박장소는 고모댁이다. 고모는 나를 위해 1시간 동안 기다렸다. 그 이유는 늦은 수하물시스템 장애.

왜 수하물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까? 바로 수하물시스템을 연결시키는 벨트가 고장이 났던 것. 이같은 원인이 현지인에게도 지루함을 가져다 주었다.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캐나다 직장인이 나와 같은 KE073편을 탔다. 태국에서 인천을 경유해 본국에 도착한 이 사람은 자국의 느린 수하물시스템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상하다? 저번에는 안 그랬는데..."

무려 20시간 정도의 비행을 하고 온 이 캐나다인은 정말 짜증을 내는 눈치였다. 캐나다에서 이렇게 느린 수하물시스템을 본 적이 없다는 것. 심지어 그는 한국사람과 다른 국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이런 느린 수하물처리에 실망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내 수하물도 단 하나만 찾으면 될 걸, 이 하나를 찾는 데 한 시간 반이 걸렸다. 그 한 시간 반은 넋을 놓은 채 가만히 가방만 쳐다보는 시간이다. 결국 수하물벨트수리가 끝나고 오랜시간 후에 내 짐이 나왔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후 현재 새벽 2시. 고모댁에서 이렇게 여행 첫 글을 쓴다.

거의 좌충우돌격인 토론토 첫 날. 적응기 첫 날부터 아주 많은 일을 겪었다. 이 곳은 현재 새벽이지만 서울은 지금 한참 활동할 시간. 잠이 안 오지만 다음날의 여행을 위해 수면을 취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U포터, 캠퍼스라이프, 네이버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토론토,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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