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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시 음봉면 동천2리 마을 입구에 있는 '꽃 가꾸는 대통령마을' 표석.
아산시 음봉면 동천2리 마을 입구에 있는 '꽃 가꾸는 대통령마을' 표석. ⓒ 이정구

태어난 곳이 진짜일까. 묻힌 곳이 진짜일까. 충남 아산시에서는 최근 '대통령마을' 이름을 둘러싸고 마을 주민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한민국 제4대 윤보선 대통령이 태어나서 자란 마을이며 생가까지 보존돼 있는 둔포면 신항1리(이장 임춘길)와 윤보선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음봉면 동천2리(이장 이성복) 주민들 간에 '대통령마을'이라는 이름 쟁탈전이 벌어진 것.

둔포면 신항리 143번지에 위치한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는 1984년 중요민속자료 제196호로 지정돼 매년 5000여 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음봉면 동천2리는 윤보선 전 대통령 묘소가 있는 마을로 2007년 8월 22일 '대통령마을'이라 부르며 마을기금을 이용해 추모식과 세미나 등을 열었다.

문제는 2008년 12월 30일 음봉면 동천2리 주민들이 전통테마마을 조성기금 1000만원을 들여 국도 43호변 마을 입구에 '꽃 가꾸는 대통령마을'이라는 표지석을 세우고 준공식을 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둔포면 신항1리, "태어나고 자란 곳은 우리 마을"

 아산시 둔포면 신항1리에 보존돼 있는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
아산시 둔포면 신항1리에 보존돼 있는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 ⓒ 이정구

지난 9일 '주민과 대화'를 위해 음봉면사무소를 방문한 강희복 아산시장을 먼저 맞은 사람들은 47명의 둔포면 신항1리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상주가 착용하는 두건을 머리에 쓰고 강희복 아산시장과 대치상황을 연출했다.

둔포면 신항1리 임춘길 이장은 "윤보선 전 대통령은 둔포면 신항리에서 태어났고 신항리에서 살았다.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 또한 신항리에 있다.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를 찾는 방문객도 연 5000명 이상이다. 생가는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상당히 크다. 그러나 동천2리에서 '대통령마을'이라는 돌비석을 세운 것을 보고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잘못 찾아갔다가 신항리로 돌아온다. 역사가 이처럼 왜곡돼도 되는가"라고 물었다.

임 이장은 이어 "동천2리가 어떻게 전통테마마을 '대통령마을'로 채택됐는지 아산시농업기술센터에 묻고 싶다. 지금까지 진행된 잘못된 사업을 조속히 철회하고 원상복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둔포면 주민들의 항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아산시장이 주민과 대화를 위해 방문한 둔포면사무소에서도 이어졌다. 이들은 동천2리가 돌비석을 철거하든지 굳이 대통령과 연계성을 가지려면 '대통령 묘소가 있는 마을'로 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봉면 동천2리 "실제로 대통령이 꽃 가꾸던 마을"

 '꽃가꾸는 대통령마을' 표석이 있는 음봉면 동천2리 윤보선 대통령 묘지 입구
'꽃가꾸는 대통령마을' 표석이 있는 음봉면 동천2리 윤보선 대통령 묘지 입구 ⓒ 이정구

이날 음봉면 동천2리 주민들은 둔포면 주민들과의 마찰을 우려한 아산시 관계자들의 만류로 '주민과의 대화'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마을의 이성복 이장은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꽃 가꾸는 대통령 마을'이라는 표석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성복 이장은 "대통령께서 태어나서 자란 곳은 둔포면 신항리가 맞지만 생전에 마을에 꽃과 나무를 가꾼 곳은 바로 우리 마을 동촌2리다. 표석도 윤보선 대통령 장남인 윤상구씨와 협의한 것이며 농촌진흥청의 테마마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된 것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보선 전 대통령이 생전에 꽃을 가꾸던 역사적 배경도 사실이고, 둔포면 신항리에서 먼저 사용하던 마을이름을 도용한 것도 아닌데 부도덕한 행위로 몰아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성복 이장은 "우리 마을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두 마을을 '대통령 마을'로 함께 홍보해 상호 윈-윈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음봉면 동천리에서는 둔포면 신항리에 생가가 있음을 알려주고, 둔포면 신항리에서는 음봉면 동천리에 대통령이 생전에 가꾼 꽃과 나무가 있음을 알려주면 오히려 관광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복 시장 "시에서 조정안 내놓겠다"

 아산시 둔포면 신항1리 주민들이 상복차림으로 강희복 시장에게 대통령 마을 관련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아산시 둔포면 신항1리 주민들이 상복차림으로 강희복 시장에게 대통령 마을 관련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 이정구

두 마을 주민의 갈등으로 가장 난감한 입장에 놓인 강희복 아산시장은 둔포면 주민과의 대화에서 "충분히 고민해서 합리적인 조정안을 곧 내놓겠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이미 적절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는 아직 밝히지 않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다만 강시장은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둔포면 신항리를 제2의 민속마을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현재 용역 추진 중이다. 그렇게 되면 국가차원의 지원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충남시사>2월14일, <주간/충남시사>2월16일, 생활정보신문<교차로>2월17일자 송고



#대통령마을#윤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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