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은 전 세계의 연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밸런타인데이다. 이날은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에게 선물을 주고 함께 멋진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써 밸런타인데이만 되면 백화점이나 제과점에서 멋지게 포장된 초콜릿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1800년대에 가족들, 혹은 연인들이 사랑의 글을 담은 카드를 교환하던 밸런타인데이는 어느새 연인들에게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중요한 날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밸런타인데이 역시 경제 위기의 한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시간으로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화된 경제 위기로 인해 바뀌고 있는 밸런타인데이의 새로운 분위기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는 연인들이 장미꽃이 아닌 손수 만든 카드를, 반지가 아닌 직접 쓴 시를, 극장티켓이 아닌 넷플릭스(미국의 인터넷 DVD 대여 사이트)로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저렴한 약혼반지와 란제리', '집에서 만들 수 있는 밸런타인데이 선물', '레스토랑 할인쿠폰' 등이 인기검색어로 떠올랐다.
이미 지난 크리스마스를 통해 사람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챈 보석가게들은 이번 밸런타인데이를 위해 30% 가까이 할인행사를 했고, 레스토랑들은 저렴한 특별 메뉴를 내놓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소매협회(NRF)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연인들이 밸런타인데이를 위해 쓰는 비용은 지난 2003년 평균 80달러에서 2008년에는 122.98달러로 매년 상승해왔다. 하지만 올해에는 102.5달러로 지난해보나 17%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취재한 뉴욕 시민 마크 마츠모토(31) 역시 밸런타인데이가 힘들기만 하다.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다가 작년 12월 일자리를 잃은 마츠모토는 올해 밸런타인데이에 아내와 함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작년 밸런타인데이에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700달러짜리 저녁식사를 먹고, 400달러짜리 티파티 반지를 선물했지만 올해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집에서 먹을 요리를 만드는데 쓴 125달러도 부담스러울 정도다.
마츠모토는 "이제 밸런타인데이에는 연인들이 서로에게 많은 것을 원하고, 또 그것을 반드시 해줘야만 하는 편견들이 뿌리내린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미국 네바다대학의 안젤리나 클로즈 경영학 교수는 "밸런타인데이는 순수하고 로맨틱한 날로 시작되었지만 과도한 마케팅이 지금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그 옛날 밸런타인데이의 진짜 의미를 되찾아야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