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14일 기사 "웃으며 강간 후 '받아들이라'… 좌파는 왜?"에서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을 기회로 삼아 운동권이라는 상위 개념을 끌어들여 뭔가를 끄적였습니다. 그런데 제목에 쓰인 좌파라는 단어는 뭘까요? 기사를 읽어보니 대략 '민주노총=운동권=좌파=성폭력 묵인'이런 공식이군요. 침묵을 강요하는 잘못된 집단 문화를 고찰한다고 말 하기엔 무리한 일반화 아닐까요? 이거 혹시 낚시는 아니겠죠?
성폭력은 특정 집단만이 아닌 사회전반에 존재하는 어두운 부분입니다. 더군다나 희생자에게 강요되는 침묵.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근본적 원인을 향해 메스를 들이대야 하겠죠. 사건의 바탕에 깔린 문화적 요소들. 군대, 직장, 학교 등지에 만연한 여성의 상품화와 성욕구를 해소시키려는 도구로서의 대상화, 약자에 대한 폭력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여성 피해자가 다수인 점을 본다면, 사회 안에서 남성 중심적인 문화와 여성에 대한 배려의 부족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 성폭력 파문이 있고 나서 <동아일보> 기자의 “...어땠나요?”가 논란을 일으킨 점만 보더라도 말이죠.
모름지기 다수의 집단이 가하는 폭력을 다루겠다면, 여성을 포함한 약자들에게 분리한 문화의 구조를 고찰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성폭력 사건은 어느 특정 집단만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전반적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문제의식이 결여된 <조선일보>의 기사는 많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래서 다른 기사가 없나 살펴봤습니다. 어, 그런데 이게 뭐죠?
<조선일보> 사이트의 모습입니다. 성인인증 없이 접속만 하면 그냥 볼 수 있더군요. 사진들은 '어쨌거나' 착의 상태입니다. 그러나 기분 상하실지 몰라 모자이크를 했습니다. 포르노계의 거물들이 참여한다는 '외국 성인 엑스포' 사진까지 버젓이 올려놨거든요. 엉덩이를 노출하는 의상, 팬티를 보여주며 중요 부위에 손을 가져다 대는 사진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포즈까지. '오빠들'을 자극하는 제목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일본 성인 비디오 여배우가 촬영 중 사망했다는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왜 저런 사진을 올렸을까요? <조선일보> 독자들의 저 짜릿한 클릭수가 뭔가를 말해주는 듯 합니다(아이러니 하게도 이 사진은 언급한 기사 바로 옆에 보이더군요).
이렇게 선정적인 사진들은 사이트 회원들이 올린 것이 아닙니다. <조선일보>가 올린 이 사진들은 저마다 짤막한 해설과 함께 보여지고 있습니다.
기사도 성희롱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거 성희롱의 소지가 있는 거 아닌가 싶네요. "타인에게 정신적·신체적으로 성적인 불쾌감과 피해를 주는 행위"를 성희롱이라고 한다면 이것을 보고 여성들이 느낄 감정은 고려하지 않는 걸까요? 또한 이러한 행태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말이죠.
사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닙니다. 네티즌 ‘누에고치’는 <조선일보>에 실린 사진을 보며 “음란물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습니다.”라고 했으며 ‘Societism’은 “신문사 사이트가 무슨 음란 사이트도 아니고...불쾌하네요...청소년들이 이런걸 보고 뭘 배우라는 겁니까.”라며 불만과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벌써 잊은 걸까요? 베이징 올림픽 여자 선수가 수영복 갈아입던 사진을 말이죠. 그리고 벌어진 몰카 논란. 혹시 반성하기 싫으니 그냥 “받아들이라”는 겁니까? <조선일보>는 왜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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