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이 언급했던 공자의 인간관과 그리스도의 인간관우리 시대의 진정한 어른, 김수환 추기경, 방송에 시대의식 없다고 일침 날려...동양 철학가 도올 김용옥, 추기경 어른에 종교토론 요청우리 시대의 진정한 어른이자 원로라고 할 수 있는 김수환 추기경이 2월 16일 오후6시 12분 타계했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운 탄식이 절로 나온다. 사실 나는 김수환 추기경의 삶의 궤적에 대해서 잘 몰랐다. 단지 언론을 통해서 간간이 들리는 그의 소식을 접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리 사회의 원로자격이 충분하신 분이라고 흠모해왔다.
그렇게 종교인으로 존경받던 추기경이 도올 김용옥과 공개적으로 만난 적이 있었다. 도올이 KBS1 TV를 통해 ‘도올 논어 특강’을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2004년도였으니 건강하실 때였다. 이 강의는 100강으로 구성된 대장정의 특별한 강의였다.
도올은 이 강의를 하면서 철저하게 여러 가지 기획을 했다. 자신 혼자만 강의하지 않고 여러 부류의 전문가들을 자신의 강의에 초청했다. 그 중에서 ‘인간과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김수환 추기경을 찾아갔다.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꼭 한 마디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추기경이 거절하면 어쩔 수 없지만 도올은 간곡히 부탁을 했다. 평소에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배움을 중시하는 도올 스타일이다.
방송 중에 김수환 추기경은 별 생각 없이 강의를 수락했다고 이야기하셨지만 사실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대중들에게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도올 방송에 출연한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장안에 큰 화제가 되었다. 신문에서도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한 소식이 흘러나왔고,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도올은 강의에 들어가기 전에 오프닝을 통해 유교의 박해를 받았던 천주교는 박해를 딛고 살아남았지만 이젠 유교는 뿌리도 없어져버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야말로 다른 어떤 나라에 비해서도 주체적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새로운 사상의 또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한 고뇌의 과정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올은 안타까운 우리 현실에 대해 토로하면서 비장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며 오프닝을 마치고 김수환 추기경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런데 김수환 추기경은 의외로 가벼운 농담부터 하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나는 깊게 생각하고 나온 것이 아니다.", "그나저나 요샛말로 한창 날리고 있는 도올 선생 앞에서 말하려니 부담스럽네요."라고 말하는 겸손함으로 웃음을 준다.
자신이 도올 방송에 나온다고 하니 찬반여론이 분분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나가야 한다. 어떤 사람은 나가면 안 된다고. 그 중에 미국에 사시는 한 80대 어르신에게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 노인 분은 유교를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도록 하기 위해서 평생을 노력해온 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런데 도올이 TV에 나와 공자님의 출생을 야합으로 언급하고 공자님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혼쭐을 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이야기를 전한다. 이 부분에서 사람들 배꼽은 빠지고, 도올도 잘못했다고 용서를 빈다.
김수환 추기경은 도올의 고전 강좌가 아주 유용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TV 어디를 보나 춤추고, 노래하고, 떠드는 장면들 밖에 없는데 도올의 프로는 동양의 전통을 배우고 생각하고 우리 자신을 반성케 하니 이런 강좌가 아주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실제로도 오락 프로만 난무하는 우리 세태를 콕 짚어 비판하시면서도 종교의 포용성을 보여주시는 인상 깊은 말이었다. 특히 ‘방송에 시대의식이 없다’는 그의 말은 방송사가 다시 한 번 깊이 되새김해야 하는 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김수환 추기경은 오늘 강의는 심도 있게는 이야기 못하고 자신이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공자님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그리스도 교회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겠다고 말한다. 유교와 그리스도교 양쪽의 인간관을 대비해서 생각해봄으로 오늘의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할 인간관과 가치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고 말하며 본론에 들어간다.
김수환 추기경의 이야기는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 이야기는 연재로 다시 전하도록 하겠다. 모든 이야기는 김수환 추기경과 도올 김용옥 선생에게서 나온 것이며 필자는 단지 잡다한 잡견을 단 것 뿐임을 양해 바란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진심으로 애도하며 그의 뜻을 다시 한 번 기리고자 이 글을 그의 영정과 국민들에게 바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개인 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와 미디어다음에도 동시게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