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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라면 주변의 친구 하나둘씩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있을 것이다. 그만큼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요즘 한국에서 붐이다. 붐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돈을 벌면서 여행도 하고, 영어도 배울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한국에서 영어실력은 군인이 전쟁에 나갈 때 총을 메는 것과 마찬가지다. 취업준비생들에게는 필수이자 강력한 무기가 된다.

하지만 상당한 돈을 부담해야 하는 유학이나 어학연수의 기회가 모든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금전적 부담을 덜 수 있는 호주 워킹홀리데이가 붐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나 또한 다른 '워홀러(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사람들의 줄임말)'들과 다르지 않다. 처음엔 그저 여행이 목표였지만, 막상 호주에 오니 영어공부도 욕심이 나고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가지고 있는 돈이 떨어져 일자리가 필요했다.

이곳에서 알게 된 대부분 한국 워홀러들은 한국에 돌아가면 취업을 해야하는 취업준비생들이다. 나처럼 대학교를 졸업하고 왔거나, 아니면 마지막 학년을 남겨둔 사람,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온 사람 등 20대 중후반이 주를 이룬다. 다들 굳이 입밖에 꺼내진 않지만 한국의 취업난을 피해 이곳을 도피처 삼아 온 사람도 많은 것 같다. 하나같이 하는 말들이 "어차피 한국에서 당장 취직 못해 아르바이트 할 거면 시간당 4000원 받는 한국보다 주변사람 눈치 안봐도 되고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는 이 곳에서 일하는 것이 낫다"고 말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곳 사정이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 호주에 처음 도착한 워홀러들의 영어 실력은 좋지 않다. 당연히 외국인 업소에서 일을 구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한국인들이 일자리를 올려놓는 사이트에서 일을 구한다.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은 대부분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시드니의 경우 시급 8~10$(최저임금 17$; 1호주달러는 약 940원)이 보통이다. 최저임금의 반밖에 안되는 수준이지만 이조차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사람들이 몰린다. 한국의 사회문제로 종종 회자되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호주에서 한국청년들에게 일어나고 있다. 물론 고용주는 한국에서나 호주에서나 언제나 한국인이다.

한국에서는 88만원세대라 불리며 심각한 취업난에 허덕이던 청년들이 일말의 꿈을 갖고 호주로 온다. 하지만 이곳에서조차 그들이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와 다를바 없다는 현실이 갑갑하다. 이들은 또 머지않아 한국에 돌아가서 취업을 위해 전쟁아닌 전쟁을 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열정만으로 떠나지 말라'는 책의 문구를 보았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무턱대고 한국인의 뚝심만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온다면 영어, 여행, 돈 중 하나라도 잡기 힘들다. 철저한 준비와 뚜렷한 목표가 없다면, 한국에서 토익점수라도 올려놓고 있는 것이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호주는 도전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비록 목표한 모든 것을 얻지 못해도 외국에서 홀로서기에 도전했다는 것이 많은 용기를 얻게 해 줄테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 있으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취업에 도전을 하고 있든 호주에서 홀로서기에 도전을 하고 있든, 모든 한국 청년들의 건승을 빈다.


#워킹홀리데이#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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