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이 "미 쇠고기에 대한 왜곡보도로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다"며 MBC 광우병 보도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법 민사16부(부장 양현주)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내렸다.
재판부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이유는 "PD수첩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으로 다소 과장되고 선정적일 수 있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다수의 시청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해도 방송사나 제작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판결이 '1등 신문' <조선일보>는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조선일보>는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이유를 주심판사가 지난 촛불집회 때 촛불을 옹호했던 민주당 천정배 의원 '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의 알 권리'를 중시한 법원 판단이 불만이라면 <조선일보>는 "미 쇠고기에 대한 왜곡보도로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다"는 원고측 주장이 법리상 더 중요한다는 논리로 비판해야 <조선일보>가 강조하는 '1등신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법리'보다는 '누구의 딸'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아버지가 촛불을 옹호했다고 해서, 딸이 촛불을 옹호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판사인 딸이 법리보다는 아버지 때문에 판결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조선일보>도 판사는 '법리'로 판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일이 있다. 법원이 지난해 촛불집회 때문에 구속된 광우병대책회의 안진걸 조직팀장 보석 결정을 하자 이 결정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를 <조선일보>는 8월 13일 사진과 이름까지 공개하면서 강하게 비판했고, 8월 14일 '불법시위 두둔한 판사, 법복 벗고 시위 나가는 게 낫다'는 사설까지 동원하여 판사가 법리로 판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건 일반인도 모두 알고 있는 법언이다. '판사는 구체적 사건에 대해 공개 논평하거나 의견을 밝혀선 안 된다'는 건 모든 법관이 지켜야 하는 법관윤리강령이다. 이 판사는 일반인도 아는 법의 상식도 모르고, 모든 판사가 지켜야 할 법관윤리강령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란 말이다. 이런 판사가 아직껏 판사 노릇을 하고 있는 사법부의 현실이 놀랍기만 하다. (조선일보 <불법시위 두둔한 판사, 법복 벗고 시위 나가는 게 낫다> 2008.08.13)
<조선일보> 스스로 판사는 판결로 말해야 하며,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고 했다면, '누구의 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판결로 말했는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했는지만 묻고, 따지면 된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누구의 딸'을 더 강조했다.
<조선일보> 태도의 문제점은 또 있다. 천정배 의원 이름을 밝힌 것이다. <조선일보>는 자신들 생각과 다른 판결을 내리면 신분 밝히는 일을 즐기는 것 같다. 박재영 판사 사진과 이름을 공개했고, 미네르바 박씨 신분을 공개했던 <조선일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자기 생각과 비슷한 판결을 내린 판사 이름이 공개되면 분개한다. 미네르바를 구속시킨 판사 얼굴과 이름을 포털 다음의 한 블로거가 공개하자 사생활 침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 사회의 병리(病理)현상이 미네르바를 '경제대통령'이라고까지 키웠다. 그 사회 병리현상이 자칭 미네르바 박○○씨가 구속된 뒤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박씨를 체포한 검찰에 대한 비난에 이어 영장 발부 결정을 한 판사에 대한 인신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조선일보 <'미네르바’구속의 떡고물 챙기려는 무리들> 2009. 1.12)
<조선일보>는 스스로 '1등신문'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식 보도 태도를 고치지 않는 한 독자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발행부수 1위면 무엇하나, 신뢰도 1위가 아닌데. <조선일보>여, 신뢰도 1위 신문 한 번 되어보심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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